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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ㅣ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코로나 19로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오지 못할 때 우스게 소리처럼 “식물에게 말을 거는 것은 괜찮아요. 하지만 식물이 말을 걸어와서 대답을 하면 정신과를 찾으셔야 합니다.”란 말이 있었다.
주인공 나인이 사람인줄 았았는데 식물이라는 설정에서 우습게도 그 말이 먼저 떠올랐다. 자신이 미쳐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는 나인의 생각을 부정할 수는 없다. 내 손톱사이에 새싹이 났다면 바로 병원을 찾았을 것이다.
듣고, 보았어도 아무런 말이 없는 증인들은 식물이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또한 승택이 했던 말처럼 사람보다 먼저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도 식물이다. 가만히 숲을 거닐면 바람이 지나며 나무와 풀을 건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떨어진 나뭇잎의 바스락 소리도 들린다.
더 깊이 그들의 소리를 들어보면 알아 들을 수 없지만 속삭임이 들리 것 같다.
조용히 듣고만 있다고 생각하던 식물은 항상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알아듣지 못하는 속삭임이라고 그냥 지나쳐 버린 것은 우리들이었다.
그들도 아픔과 슬픔, 고통을 견디며 그렇게 숲을 이루며 시간의 흐름속에 자랐다. 햇빛과 물만으로 자랐다는 인간의 오만함으로 판단을 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키우던 강아지에게, 함께 놀아주던 인형에게, 길을 가다 마주친 꽃들에게 즐겁게 인사하며 말을 건넸다. 지금의 나의 아이도 나의 어린시절과 같이 그들에게 말을 걸며 웃는다. 아이들이란 말로 그냥 지나쳤던 나에게 천선란의 [나인]은 물음을 던진다. 너에게 어린시절은 없었냐고? 모두 잊었냐고?
뒷산을 함께 오르던 친구들이 있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매일같이 붙어 다니며 놀다가 새로 산 옷을 찢어먹어서 엄마에게 혼나던 시절을 잊고 있었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다가 싹을 틔우는 식물처럼 아이들의 성장을 기다려 줘야 한다는 것을 살며 잊고 사는 것에 눈물이 난다. 모두가 비슷한 성장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구석방에 처박아 놓고 못질해 버리는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 안타깝다.
「“무조건 믿어준다고 해서 고마워.”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한사람의 인생을 존재하게 한다.」라는 말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듣고 싶었던 말이었기 때문에, 또한 지금 듣고 싶은 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