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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15년 첫책으로 아주 의미깊은 책을 만났다. 여기서 의미가 깊다는 것은 나의 2015년 책읽기에 큰 방향 전환을 해주었다는 점에서다. 만약 이 책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는 아직도 1년에 몇권을 읽을 것인가 하는 숫자에만 집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읽었던 책을 다시 잡는 일은 시간낭비라는 생각하에 절대 하지 않는 일에 해당됐을 테니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돌아보면 참 아득한 일이다. 그동안의 나의 책읽기는 다 헛수고 였나 하는 한탄마저 불러일으킨다. 콩나무 시루에 물만 부으면 저절로 콩나무가 크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 하나하나 세심히 꼼꼼히 봤던 책도 다시 열번이라도 볼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저자가 소개하는 김훈, 카뮈, 조르바, 김화영,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안나 카레리나... 모두 매력적이다. 내가 이미 읽은 책도 있지만 그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의미들을 저자는 깊게 들여다보기를 통해 자신의 것으로 체화해서 알아듣기 쉬운 말로 설명해준다. 그것들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고전들중 어려운 것들, 이해하기 힘들었던 책들을 찾아서 또 이렇게 풀어서 설명해준다면 참 좋겠다 하는 안이한 생각도 책을 읽으며 들었다. 저자역시 두번이고 네번이고 열번이고 읽어서 본인의 것으로 만든 것인데 그만큼의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라는 책이 독서라는 세계로 입문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면 이 책은 독서에서 조금 더 심화단계에 해당하는 가르침을 준다. 자세히 읽고 또 읽고 밑줄치고 옮겨적고 하다보면 책을 읽는다는 것의 즐거움, 무언가를 위한 것도 아니고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자체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큰 깨달음을 준 고마운 책이다.
"저는 책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 올해 몇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일년에 다섯권을 읽어도 거기 줄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줄친 부분이라는 것은 말씀드렸던, 제게 '울림'을 준 문장입니다. 그 울림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보고 잊히는 것과 '몸은 길을 안다' 이 구절 하나 건져 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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