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수다 떨기 1 명화와 수다 떨기 1
꾸예 지음, 정호운 옮김 / 다연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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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그림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명화에 관련된 책도 꽤 사서 읽어왔고, 시간이 허락될 땐 미술관 관람도 찾아서 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만큼 나와 같은 수준에서 읽기 편하게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유쾌하게 만들어준 것은 없었다. 정말 읽는 내내 즐거웠다. 어려운 무슨무슨 주의니 하는 불필요한 설명이 별로 없고 책제목처럼 그야말로 미술에 관해 아는 게 많아 이것저것 얘기할 게 많은 사람과 수다떨듯이, 이야기를 듣듯이 책장을 넘겨 나갈 수 있었다. 책에서 다룬 화가들 이외 다른 화가들도 더 다뤄주었으면 하는, 속편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미술 관련 책이라고 하면 일단 인상주의니 고전주의니 하는 용어들이 주늑을 들게 만드는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내용은 정말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예술을 즐기며 감상하는 그 한가지에만 포커스를 맞춰 주는 게 참 마음에 들었다. 내 수준에 딱이었다는 얘기다. 아직 사놓고 다 읽지 못한 미술관련 서적들도 나의 책장에 자리하고 있지만 이 책은 언제라도 또 꺼내보고 싶을 만큼 애착이 간다. 저자역시 명화들에 대한 지식이 남못지 않게 박식할 텐데도 전혀 잘난척 하는 기색없이 쉬운 단어들로만 가식없이 정겹게 대화하듯이 적어나간 것도 참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림 자체에 대한 설명 뿐만 아니라 화가의 일상적인 개인사들까지 옛날 이야기 듣듯 해준 것도 단순 미술 해설서와 차별되게 책이 좋았던 또하나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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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남자 - 오풍연 에세이
오풍연 지음, 배재성 사진 / 행복에너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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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잠이 많은 편에 속하는 사람이다. 어릴때는 더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지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면 새벽에 눈이 떠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럴때면 주로 스마트폰으로 남의 블로그 구경을 한다던지 가입한 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쭉 살펴보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도 있으나 아이들이 깰까 두려워 보통 저렇게 시간을 보내다 아침 시간을 맞곤 한다.

 여기 이 책의 저자는 새벽마다 글을 쓴다고 한다. 일기같이 그날그날 떠오르는 단상들을 짧게 써서 트위터에 올린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느꼈다. 한방울 낙숫물의 힘이 몇십년의 꾸준한 성실함으로 바위에 구멍을 뚫듯이. 책은 일상으로 가득차 있다. 미사여구 같은 것은 없다. 정말 솔직하게 적어놓은 글들을 따라가다보면 작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고, 작가의 생각들도 어떠한 필터 장치 없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나는 형식을 파괴한다. 대신 변함없이 추구하는 것이 있다. 성실, 정직, 겸손, 부지런함이 그것이다."

                                           --- 53쪽

굳이 작가가 강조하지 않더라도 그냥 책을 읽으면 느껴진다. 이 사람이 성실, 부지런함을 미덕으로 삼아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새벽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굉장한 저력이다. 그 힘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책을 여덟권이나 냈다고 한다. 작가라는 직업이 특출난 재능을 바탕으로 만고의 노력끝에 역작을 탄생시키기는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이겠지만, 이렇게 하루하루 빠지지 않고 꾸준히 써나가는 것 역시 빠지지 않는 특출함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저자의 작업은 하루도 쉬는 일이 없으므로 아홉번째, 열번째 책을 계속하여 기대할 수 있으리라.

 또한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목욕탕에서 마주한 이발사, 강의실에서 만난 학생들을 포함해 잠시라도 저자와 마주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약속을 소중히 생각하고 모임을 귀찮아 하지 않는 것들이 이 시대의 성실한 아버지상으로 보여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며, 거짓없이 정직한 성품은 문체에 여실히 드러난다. 존경할 만한 기성세대로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허위와 가식으로만 가득해 싫증을 유발하는 다른 중년 남성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나도 이제 서서히 젊은 층에서 넘어가는 단계에 속해가므로 앞선 선배들의 배울만한 점에 더 관심이 간다. 내일부터라도 혹 새벽에 눈이 떠지면 뭔가 보람있는 일로 하루를 시작해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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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를 사랑한 여자
최복심 지음 / 문이당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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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을 못 들어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정말 유명한 세계적인 대문호의 책을 나는 아직까지 오셀로 밖에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셰익스피어의 세계에 풍덩 빠져봐야 겠다는 꿈만은 맘속깊이 갖고 있던 차에 일단 제목에서부터 끌려 잡게 된 책이다. 말 그대로 셰익스피어를 사랑한, 셰익스피어에 들린 여자 주인공이 일에서, 사랑에서 겪게 되는 낱낱의 일상에 셰익스피어를 대입하여 풀어내는 과정들이 아주 흥미있었다. 읽다보니 책의 주인공이 바로 이 소설의 저자와 일치되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꿈을 꾼 것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면서 바로 작가 자신인 것이다. 그 꿈을 시작으로 셰익스피어에 탐독하게 되고 출판사라는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들, 인간관계, 사랑이라는 인생의 모든 면에서 섭렵한 내용들을 적용하며 그와 연관지어 생각하고 결론을 내리곤 하는데, 읽는 입장에서 봤을때 잘 버무려져 있어 큰 무리없이 셰익스피어에도, 이 소설에도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었다. 소설 자체로도 매력적이고 아직까지 접해보지 못한 셰익스피어에 대한 맛뵈기를 해줬다는 점에서도 좋았다. 각 장의 초반에 약간씩 소개되는 셰익스피어의 문장들은 그 명성에 걸맞게 아주 훌륭해 읽는 재미가 쏠쏠했고 특히 햄릿의 독백 부분은 필사해두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앞으로의 독서 생활에 또 다른 위시리스트들을 많이 만들어준 기분좋은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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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1 이어령 - 이어령 편 - 내일을 사는 우리 시대의 지성,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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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야전 샤령관이지 후방 병참에 있던 사람은 아니에요. 실존주의가 나오면 실존주의와 싸우고, 구조주의가 나오면  구조주의를 했죠. 싱킹 (thinking)이란 싱크 (think)의 현재 분사예요. 소트 (thought)는 싱크의 과거분사죠. 우리가 생각하는 건 두 종류예요. 싱킹이냐 소트냐죠. 그런데 우리는 대개 이념이니 뭐니 과거에 만들어진 것들을 소트해요. 내가 자부할 게 있다면 난 나름 싱킹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과거에 생각한 걸 축적해서 소트를 한 게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싱킹을 했다고 생각해요." 
                  - 95p

그 유명한 이어령을 다룬다고 하여 읽게 된 이 매거진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미지로 그려지는 이어령 선생은 고지식하고 현학적이며 본인만의 아집, 세계관이 이미 확고히 정립되어 있는 기성세대였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나니 그 분은 그 누구보다 크리에이티브하게 미래를 계획하며 시간을 초단위로 쪼개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계셨고 얼리 어답터로서 나이가 무색하게 첨단기술들을 활용중이었다. 잠시도 현재에 머물러 안주하지 않는 사람! 인터뷰어의 말을 인용하자면 나또한 나의 젊음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사실 난 이어령 선생의 저서 중 <축소지향의 일본인>만을 그것도 고등학교 시절에 읽어보았다. 그럼에도 신문지상이나 매체를 통해 선생의 명성을 익히 들어 '시대의 지성'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대가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책을 읽고 나니 그러한 명성에 걸맞게 항상 공부하는 것을 즐기고 쌈닭같은 기질로 기존의 헛된 권위에 도전하고, 한편으로는 문학의 자유를 위해 동료 문인의 편에 서서 용기있게 손을  들어주는 모습에서 큰 스승의 모습을 보았다. 스스로를 우물을 파는 사람이라고 칭하며 뒷사람이 우물에서 물을 즐기고 갈증을 풀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끝없는 호기심이 자신의 존재이유라고. 많은 자극을 받았다.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발전해나가고 싶다는 포부가 일었다.

끝으로 매거진이라는 형식으로 어떻게 한 인물에 대한 전기를 진행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었는데 다음의 문장이 답을 해줬다.
"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인물들에게 작동하는 신념에 가까운 감각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낯선 서술 방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매거진 형식을  택했다."
        - 17p
결론적으로 이런 형식의 전기가 맘에 들었다. 편년체로 기술된 전기는 어쩐지 지루한 감이 있었을텐데 중요한 액기스만 강력하게 전달받은 느낌이다. 다음 issue에서는 누구를 다루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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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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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빨간책방"을 아직 접해보지 못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냥 너무 좋았다. 정말로 저자 두명이 얼마나 소개된 소설들을 사랑했는지 읽다보면 느껴지고 그 감정에 나도 전염됐다. 행복한 경험이었다.

<속죄>는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고, 영화는 본 기억이 있는데 너무 매력적으로 두 저자가 대화를 나누며 그리고 있어 꼭 읽어봐야 겠단 생각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같은 소설들은 어릴적 정말 글자만 읽었었나보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왜 그렇게 극찬을 받는것인지 도저히 이해하기가 힘들어 반항심마저 들었던 책들인데 저자들의 설명에 감화되어 꼭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그 감동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나도 참 좋게 읽었고 기억에 남는 작품인데 다른 방향에서 설명해줘서 좋았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파이이야기>,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렇게 세가지의 소설은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책들인데 올해 읽을 리스트 중 우선 순위로 정해놨다.

잘난체하고 아는척하고 어려운 단어들 써가며 소설의 평을 써놓았다면 정 떨어졌을 텐데, 그런 것 하나 없이 오로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뚝뚝 떨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를 그대로 옮겨놓아 나 또한 그 세계로 빠져들고 싶게끔 만들어줬다. 빨책이 인기인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이제 소설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 또한 이 책을 만나기 이전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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