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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남자 - 오풍연 에세이
오풍연 지음, 배재성 사진 / 행복에너지 / 2014년 12월
평점 :
난 잠이 많은 편에 속하는 사람이다. 어릴때는 더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지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면 새벽에 눈이 떠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럴때면 주로 스마트폰으로 남의 블로그 구경을 한다던지 가입한 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쭉 살펴보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도 있으나 아이들이 깰까 두려워 보통 저렇게 시간을 보내다 아침 시간을 맞곤 한다.
여기 이 책의 저자는 새벽마다 글을 쓴다고 한다. 일기같이 그날그날 떠오르는 단상들을 짧게 써서 트위터에 올린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느꼈다. 한방울 낙숫물의 힘이 몇십년의 꾸준한 성실함으로 바위에 구멍을 뚫듯이. 책은 일상으로 가득차 있다. 미사여구 같은 것은 없다. 정말 솔직하게 적어놓은 글들을 따라가다보면 작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고, 작가의 생각들도 어떠한 필터 장치 없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나는 형식을 파괴한다. 대신 변함없이 추구하는 것이 있다. 성실, 정직, 겸손, 부지런함이 그것이다."
--- 53쪽
굳이 작가가 강조하지 않더라도 그냥 책을 읽으면 느껴진다. 이 사람이 성실, 부지런함을 미덕으로 삼아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새벽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굉장한 저력이다. 그 힘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책을 여덟권이나 냈다고 한다. 작가라는 직업이 특출난 재능을 바탕으로 만고의 노력끝에 역작을 탄생시키기는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이겠지만, 이렇게 하루하루 빠지지 않고 꾸준히 써나가는 것 역시 빠지지 않는 특출함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저자의 작업은 하루도 쉬는 일이 없으므로 아홉번째, 열번째 책을 계속하여 기대할 수 있으리라.
또한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목욕탕에서 마주한 이발사, 강의실에서 만난 학생들을 포함해 잠시라도 저자와 마주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약속을 소중히 생각하고 모임을 귀찮아 하지 않는 것들이 이 시대의 성실한 아버지상으로 보여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며, 거짓없이 정직한 성품은 문체에 여실히 드러난다. 존경할 만한 기성세대로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허위와 가식으로만 가득해 싫증을 유발하는 다른 중년 남성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나도 이제 서서히 젊은 층에서 넘어가는 단계에 속해가므로 앞선 선배들의 배울만한 점에 더 관심이 간다. 내일부터라도 혹 새벽에 눈이 떠지면 뭔가 보람있는 일로 하루를 시작해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