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가위바위보 문명론
이어령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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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읽은 것이 고등학생때인지 대학생때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지금 그 세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하나하나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내린 결론들에 무릎을 탁탁 쳐가며 읽었던 기억 만큼은 선명하다. 이 책역시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즐겨하는 가위바위보 놀이에 그렇게 깊은 뜻이 담겨 있을 줄이야!!!!


책을 읽으며 느끼게 되는 점은 이분의 관찰력과 지식의 깊이가 도대체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것인지,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즐겨 하신 것인지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자 하나하나, 엘리베이터와 승강기의 명칭 하나하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거기서부터 생각이 확장되어 여러 결론들에 이르게 되는 과정들이 그저 놀라웠다.


엘리베이터라는 일방적인 방향으로 서양에서는 이름지었지만, 그것이 동양으로 건너와서는 승강기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이 단순한 명명의 방식에서부터 사고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서양에서 인류를 지칭하는 단어는 man이지만, 동양에서는 인간이다. 남성 위주의 사고 방식이 아닌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서양아이들의 동전 던지기 방식과 우리의 가위바위보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양분법의 논리에서 벗어나, 주먹 아니면 보로 이기거나 지거나 할 수 밖에 없는 관계에 열린 형태와 닫힌 형태의 중간인 가위라는 것이 존재하여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 이것이 기본이다. 이제 현대문명, 특히 인터넷을 통한 문명에는 이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열쇠가 되리라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설명해나가는 논리, 여러가지 예시들이 너무나 흥미로웠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주었다. 무엇하나 흘려보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보아 의미를 발견하는 일. 정말 중요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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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 퓨처클래식 2
바데이 라트너 지음, 황보석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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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킬링필드>라는 유명한 제목을 많이 들어봤고, 존 레넌의 <Imagine>이라는 곡은 내 귀에도 익숙하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도대체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지는, 그리고 "크메르 루주"라는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르고 살아왔다. 무식이 자랑이 될 수는 없겠으나 아무튼 난 그랬다. 그러고 보면 나는 참 상식에 약하다. 아무리 요즘이 전문지식을 깊이 파는 시대라고 해도 두루두루 알아둘 것이 많을텐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아나가야할지 참 막막하다. 그럴때 이런 소설이 있어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인터넷 검색창에 캄보디아, 크메르 루주라고 치면 수많은 지식들이 나열되어 있어 읽어보는데 어려움은 없겠지만, 소설을 읽음으로써 그 속살을 느껴 진짜 앎이 되어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니 말이다. 나는 이런 경험을 장영의 <대륙의 딸>을 통해서도 해봤었다. 모택동의 문화혁명 같은 것, 아무리 들어도 도저히 뭔소린지 몰랐었는데 소설을 통해 자세히 가까이서 들여다 볼 수 있어 이제는 문화혁명이라는 단어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와도 뭔가 친숙하게 느껴져 그 앞뒤의 문맥을 파악할 수가 있게 되었다.


감수성이 뛰어나고 책을 좋아하는 어린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상황들. 그래서 더욱 순수하게 그들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들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캄보디아의 나무들, 꽃들, 메콩강과 같은 자연환경과 더불어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환경과 지역은 다를지라도 인간 삶의 비극들은 언제 어디서나 비슷한 양상으로 존재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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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지음, 이장미 그림 / 한겨레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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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진정 자립을 한다는 것, 사람이 진정 어른이 되어 자기를 책임진다는 것은 간단하더라도 자기가 먹을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 포함돼. 아주 중요한 요소지."

                                                      ---- 239 p



요즘처럼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 적은 없었다. 너무나 공감가는 말!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나같은 경우, 저녁마다 음식 준비를 하는 요즈음의 나날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마다 내가 조금은 성숙해 보이고 이제 어른이 된 것도 같다는 야릇한 느낌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물론 결혼 초기에 이 중요한 점을 깨달았다면 나의 성숙은 조금 일찍 찾아와 주었을 것인데, 아이들을 포함한 식구들의 식사를 책임져야 하는 이때, 그것도 자의인지 타의인지 불명확한 상태에서 깨달아 늦은 감이 없지는 않으나 그래도 이제라도 알게 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아, 가끔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깨달을 때의 그 신선함이 너무 좋아."         ---238 p


와 같은 내 마음을 아주 잘 표현해놓은 문장도 만날 수 있다.


인터넷이 매우 발달해 왠만한 레시피들 어렵지 않게 검색해 시도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엄마가 해주는 그 음식이 먹고 싶어 엄마게에 전화를 걸어 어떻게 만드는지 물어본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나역시 신혼초부터 엄마에게 자주 전화를 해서 물어보고는 했었다. 책에서 저자는 여러가지 간단한 레시피들을 딸에게 알려주며 따뜻하게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레시피들은 너무나 간단하고 쉬워서 벌써 몇가지는 따라서 해보았다. 나 또한 집안일에 엄청나게 매달려 화려하고 풍성한 식탁을 차릴 엄두도, 능력도 되지 않는 사람이기에 저자의 초간단 레시피들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좋았던 것은 역시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 위로도 될 수 있겠고, 인생 상담도 될 수 있겠고 한 그 이야기들.


"아침에 일어나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무도 없는 휴일에도, 너 자신에게 가장 아름답고 좋은 옷을 입혀주거라. 드레스와 명품으로 네 몸을 휘감으란 말이 아니라는 것은 당연히 알겠지? 무릎이 나오고 고무줄이 하염없이 늘어나는 낡은 트레이닝복은 이제 쓰레기통으로 보내거라. 그날의 네 일상에 알맞은 복장을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고르고 양말까지 색깔 맞춰 신고 청결하게 하고 머리를 드라이어로 잘 다듬어라. 언제 어디서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몸을 돌보아야 해. 이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시작이다. 이것은 외모 지상주의가 아냐."

                                                       -- 35 p


이 책에서 공지영 작가는 마치 우리 엄마인냥 착각할 정도로 엄마와 비슷한 얘기를 많이 해준다. 엄마들은 다 비슷한 것일까? 화려한 작가 엄마도 기본적으로는 엄마인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집에서 있을 때도 깔끔하게 입고 머리도 드라이질좀해서 산뜻하게 하고 있으라는 것. 지금까지도 내가 참 많이도 듣는 이야기다. 올리브유 같은 좋은 기름을 준비해둬라, 매실 엑기스는 꼭 갖춰놔라. 쓸모가 많다. 하는 등등... 거의가 내가 엄마에게 듣던 낯익고 정겨운 이야기들이다. 책을 읽으며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또한 내 딸에게 나는 어떤 엄마가 되어 어떤 삶의 가르침을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되었다. 나처럼 딸이면서, 동시에 엄마인 사람들에게 정말 의미깊은 책이 되어줄 것이다.


"명심해라, 이제 너도 어른이라는 것을. 어른이라는 것은 바로 어린 시절 그토록 부모에게 받고자 했던 그것을 스스로에게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것이 애정이든 배려든 혹은 음식이든.

 너는 무엇을 엄마에게 받고자 했으나 받지 못했니? 네 마음은 뜻밖에도 너의 질문에 많이 울먹거리게 될 것이고, 너는 오늘 밤 오래도록 네 안에 사는 어린아이와 대화해도 좋겠구나. 오늘 밤은 충분히 기니까. 그리고 그 안의 아이가 훌쩍 아름답게 자라날 만큼 깊으니까."

                                                                  -- 30 p


이 문장을 읽으며 슬픈 느낌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부모에게서 못 받았을까? 그리고 내 아이는 나에게서 무엇을 원했는데 못받게 될까?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제 그것을 스스로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성숙이라는 것이 약간의 위안은 되어 주었다.


작가의 외적 조건이나 행보 등에 대해 염두에 두지 않고, 오직 텍스트로만 집중해서 읽었다. 그러한 고정관념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매우 훌륭한 가르침을 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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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남자의 패션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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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 한가지. 예전엔 여자보다 남자가 훨씬 치장에 신경쓰고 꾸몄다는 것이다. 공작새나 사자처럼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예전은 주로 유럽의 예전이다. 그러다 어느 시기부터인가 남자의 패션은 수트로 한정되고 이제부터는 여자가 꾸미기 시작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니, 언제 또 바뀌게 될지는 알 수가 없다.


남자의 패션과 함께 짧고 단편적이나마 그 시대의 역사와 사회상을 함께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세계사에 굉장히 약해서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조나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같은 단어만 들어도 일단 기가 죽는데 여기선 그런 위화감없이 그림을 들여다보며 함께 그 시대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그런 단어들에 약간이나마 친화감이 생기지 않을까, 어디서 만난다면 반가운 마음이 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가발을 풍성하게 쓰던 시대에는 수염을 기르지 않았고, 가발을 쓰지 않는 시대에는 수염을 길어 발란스를 맞췄다는 이야기, 지금은 당연히 생각하는 남자의 긴바지가 프랑스 혁명시기에 기존의 질서에 대한 반발의 의미로 생겼다는 이야기, 원래는 선원들의 의복이었던 세라복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울려 사랑받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참 많았다. 더불어 명화를 감상하는 재미까지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어떤 그림이든 돋보기를 들고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이야기와 상징들이 숨어있어 앞으로 그림을 볼 때 그러한 자세를 가져봐야겠다고도 생각했다.


지금으로서는 이상하게 생각되는 화장하는 남자들, 보기에도 민망한 코드피스 (샅주머니) 차림, 남자임에도 짧은 반바지에 스타킹에 거기다 하이힐까지 여러 의상들을 바라보며 패션이라는 것이 정말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구나 하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 시대의 흐름 속에서는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입고 살아가는 옷들이 오히려 이상하게 비춰졌을테니 어떤 것을 보든 선입견이나 편견같은 것은 금물이다. 그 시절에는 각선미를 드러내는 것은 남자였고 여자의 다리는 긴치마로 온통 가려졌는데 지금은 그 반대의 상황이니 말이다. 그런 점들이 흥미로웠다.


또한 의복이 그 사람의 지위, 권위, 경제력등을 반영하던 시대로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초상화 제작을 의뢰하는 것은 지금으로 치자면 사진을 찍어 자신을 알리는 것과도 같은 의미를 갖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당대 최고 권력을 누리던 사람들의 의복에는 초점이 많이 맞춰져있는데 어렵게 살아가던 민초들에게 관심갖은 화가가 많지 않음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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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야, 너도 조심해
시게모리 지카 글.그림, 최용환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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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어린이들에게는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명확한 교훈을 남겼다.

책만 읽으며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유약해빠지게 되어 결국엔 쫄쫄 굶게 된다는 것!

물론 무서운 약탈자로 등장하던 늑대의 쪼는 모습에 통쾌함을 느낄 어린이들이 많겠지만

나름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나같은 어른들에게는 머리를 치는 경종과도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다른 동화책과 달리 늑대가 주인공이다.

주인공 늑대는 할머니에게서 가르침을 받는다.

아기 염소와 아기 돼지 삼형제, 그리고 빨간 모자 소녀를 조심하라고.

아주 악독한 애들이라고.

우리가 동화책을 읽으며 초점을 맞춰왔던 주인공들이 늑대에게는 엄청나게 악랄한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늑대의 배를 가르고, 뜨거운 물에 풍덩 빠트려 죽게 만드는 무서운 존재들.


그래서 늑대는 항상 책을 끼고 다니며 자신이 어떤 위험에 처하게 될지를 공부하고 익힌다.

그러면서 아기 염소들의 집을 엿보고, 아기 돼지들을 뒤따라 가보고, 빨간 모자 소녀를 꾀어보지만 모두 실패.

그 이유는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들의 결말이 무서워서이다.

그리고 결국 겁이 나서는 아무도 잡아먹지 못하고 배가 고파 꼬르륵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

여기서 생각의 오류에 빠지게 된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 약인가?

몰랐다면 무모하더라도 일은 저질러봤을 것인데...

그럼 이렇게 답답한 모습은 보이지 않을 텐데.

하지만 저질러도 문제다.

그럼 결국 배가 갈려 돌덩이들에 가득차 우물에 빠지거나, 펄펄 끓는 뜨거운 물에 익사해야 하니....

참 늑대가 불쌍하단 생각도 들었다.

우리 아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우리가 아는 이야기를 뒤틀어 만들어 놓은 재치가 흥미로웠다.

늑대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들어 준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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