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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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계여행으로 가고 싶은 곳으로 꼽아놓은 몇 곳이 있다.

인도는 타지마할 때문에 가보고 싶긴 하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 때문에 그 리스트에는 제외되는 그런 나라다.

그래서 류시화 시인의 인도 여행기로 대신했다.

그의 글들을 읽으며 남자로 태어났다면 혼자서 인도 여행은 꼭 한번 해보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리를 찾아 떠난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스승이었다.

참 묘한 나라이다.

걸인들이 구걸을 하면서도 당당하게 크게 쓰면 크게 얻을 것이라 일침을 가하고,

주인이 빤히 보고 있는데도 남의 배낭을 들춰 두루마지 휴지를 둘둘 손에 감아가면서도 이것이 어째서 네 것이라 단언할 수 있느냐며 도닦는 사람같은 말을 뻔뻔하게 할 수 있는 사람들.


그 중 내게 가장 감명이 깊었던 부분은

기차가 대여섯 시간 연착하는 것은 그냥 기본인 나라 인도에서

유명한 음악가가 두 시간이나 시타르를 조율해가며 학교 운동장에서 진행한 연주회였다.

그 연주회는 10시간 이상 지속되어 사람들은 함께 다음날 아침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 환상적인 체험을 나도 경험해보고 싶었다.

밤새 음악을 들으며 음악가와 교감하고, 함께 있던 사람들과 담요를 덮어쓰고 새아침을 맞는 그 기분은 무엇일지

여기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도대체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마법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우리가 사는 이 곳 세계와 달라도 한참 다른 어딘가 동화속에서나 있을 법한 사람들을 만나며 나도 지금의 내 생활을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뭐에 홀린 듯 급하게 급하게만 서두르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는 우리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그들은 그들만의 삶을 이루고 있었다.

인도에는 왜 화장실을 만들지 않느냐, 비위생적이지 않느냐 하는 질문에

자연속에서 자연적인 일을 처리하는 게 뭐가 나쁘냐, 오히려 좁은 공간에 갇혀 냄새를 맡아가며 볼일을 보는 너희들이 이상하다고 일갈하는 그들에게서 문명인은 무엇이고, 야만적인 것은 또 무엇인가 하는 평소에는 생각지도 않던 질문이 일었다.


시끄럽고 불결하고 가난하지만 모두가 성자같고 스승같은 그 곳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것은 배우려는 자세를 갖춘 류시화 시인 덕분일 것이다.

오늘 그대는 무엇을 배웠는가?

여행을 하든, 일상에 있든 저 명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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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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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요?"

이 말이 결국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오는 메세지.

이 작가가 저런 식상한 표현의 따뜻한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 아니었던가?

그러한 의문을 갖고 시작한 이 책은 내용을 보자면 어느 삼류 드라마의 뻔한 스토리 같으면서도 결국엔 저런 따뜻한 결론에 도달하는 참 묘한 책이었다.


40대가 되면 더 이상의 로맨스도 어떤 일을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같은 것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줄로만 생각했다.

그런 건 20대 청춘들만의 특권이라고.

그러나 이 예민한 감성의 소년같은 남자는 그런 나의 고정관념을 깨트리고야 만다.


글을 쓰려면 뼛속까지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계속 그 말이 떠올랐다.

이것 혹시 소설아냐 하는 의혹, 또는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겨날 정도로

너무나 솔직하게 자신의 뼛속까지 드러내보여주는 이야기 산문집.

역시나 그의 전작 <보통의 존재>를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남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듯한 야릇한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가 더 심하다면 심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소개팅으로 사귀어 만나게 된 포르쉐를 모는 여의사 김정희의 이름이 아무 여과없이 거론되고,

이혼녀에, 소송에 사생활 또한 거리낌이 없고, 잠자리 묘사까지.....

그보다 더한 건 작가 자신의 미성숙하다면 미성숙하달 수 있는 감정들까지 내가 보기엔 방어기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듯이 펼쳐져 있다.

당혹스러울정도로.


단순 연애담으로만 읽는다면 도대체 내가 왜 남의 사생활을 이렇게까지 들여다보고 있지 하는 의문점이 생길 수 있겠지만

그들의 사귐이 진행되는 각각의 에피소드에 더하는 작가의 생각들이 나를 포함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하잘 것 없는 개인들의 속내를 반영하는 것 같아 진솔하게 느껴졌다.

다들 그렇게 느끼지만 차마 겉으로 표현하지는 못하는 것들을 누가 대신 속시원히 풀어내주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대단할 수도, 성숙할 수 없는 보통 사람들이 실수하고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해도 너만 그런 거 아니고 다들 그러니 괜찮은 거라고 약간은 위로받는 느낌.


남녀가 사랑받고 사랑하는 일, 어떤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찾아가는 노력은 결코 나이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다.

나는 이미 결혼을 해서 아이를 두고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생활인이지만 저러한 고민들로 밤을 지새우는 사람을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보게 되진 않았다.

오히려 그 치열함이 부럽기도 했다.

그저 되는대로 살아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고민들은 나이가 몇살이 되건 진행형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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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는 그리스 신화 - 번뜩이는 지성과 반짝이는 감성으로 나를 포장하자 눈으로 보는 시리즈
모리 미요코 외 지음, 박유미 옮김 / 인서트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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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문학과 그림의 모티프로 사용되 온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러나 그 양이 방대하고 등장인물들이 많고 그 이름들 또한 헷깔려 공부하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온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은 말그대로 눈에 보여준다.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한 명화들을 보여주면서 짤막한 설명들까지 덧붙여주니 이해하기에 훨씬 편안하게 다가왔다. 활자로 되어 있어 스스로 상상하는 능력도 중요한 것이겠지만, 이처럼 복잡하고 은유적인 내용들은 시각화해주는 것이 확실히 이해가 쉽다고 느꼈다.


세상의 탄생에서부터 티탄족과의 싸움에서 이김으로써 그리스 주신 12명이 확정되는 과정, 신들의 사랑 이야기, 인간과 신들의 관계, 여러 영웅들의 에피소드, 마지막으로 트로이아 전쟁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이 워낙 방대한 만큼 그 모든 것들을 담아낼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여러 유명한 이야기들에 대한 시각적 이미지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전해주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오디세우스, 미노켄타우로스 등등 여러 인물들과 에피소드들이 머리속에서 뒤죽박죽 얼켜 있지만 시험을 봐서 정답을 맞추는 것이 목적이 아닌 만큼 그 하나하나의 유명한 이야기들에 대한 일목요연한 설명 들을 읽어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왠지모를 자신감이 생긴다. 다음에 어떤 책에서, 또는 그림에서 그 이름들을 만난다고 해도 초면의 어색함은 덜 수 있을 테니까. 그 기억이 내 머리속에 고스란히 각인되어 바로바로 꺼내볼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테니 이런 쉽고도 재밌는 책으로 첫만남을 갖는 것은 분명 큰 자산이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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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첫 번째 태양, 스페인 - 처음 만나는 스페인의 역사와 전설
서희석.호세 안토니오 팔마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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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사에 약하다. 무슨 자랑도 아닌데 서평쓸 때마다 이렇게 떠벌리려니 민망하다.

세계사를 공부하기 위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을 때, 매력적인 나라 스페인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헤라클레스에서 시작하여 그 땅에 일어난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들으며 역사공부도 재미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었다.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대해 투우, 정열의 플라멩코 등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꼭 여행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나라.

여행을 하기 전 그 나라의 역사에 대해 공부해두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라는 믿음으로 시작한 이 책의 이야기들은 너무나 재미있었다.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고 불리는 지브롤터 해협을 넘어가면 지옥의 땅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는 그리스인들의 편협한 사고방식을 넘어서 모험을 감행한 헤라클레스! 그 영웅이 만든 땅이 이베리아 반도. 거기서 시작하여 카르타고와 로마, 서고트 왕국, 이슬람 제국으로 이어지는 여러 왕국의 부침에 대하여 읽어가며 예전에 읽었던 <로마인 이야기>도 떠올리며 재미있게 공부한 기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어와 함께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가 스페인어라고 한다. 그만큼 민족이 다양하고, 우리와 같은 단군 이래 한민족을 이루고 살아온 나라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누구를 조상으로 생각해야할지 조차 어려운 나라라고 한다. 모히토 칵테일처럼 여러 민족과 왕국의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내는 스페인. 그 땅의 역사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참 흥미로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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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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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의미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라이스에는 소금을"이라는 말은 어른들의 간섭없이 밥을 접시에 담아 소금을 뿌리고 싶으면 뿌리도록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으니 사랑 아니면 성장이라는 의미일까?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외삼촌, 이모, 엄마, 아빠, 그리고 네 남매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다. 집은 서구형의 대저택.

이 가족은 특이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일단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고 재택교육한다. 집에 큰 도서실이 있고 가정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친다. 네 남매중 첫째 아이는 아빠가 다르고, 막내는 엄마가 다르다. 그 점도 특이하지만 각자의 친엄마, 친아빠가 집에 왕래하며 아이들과 만나고 아이들 또한 그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냥 있는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지 쉬쉬하고 숨기고 하는 것 없다. 이모는 이혼 후 돌아와 같이 살고, 외삼촌은 처음부터 독신이다.


뭐지? 이 사람들 왜 이러지? 하는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며 나도 그냥 받아들였다. 고저택은 예전 모습 그대로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사람들은 다 변해간다. 그 점만이 씁쓸하지만 또렷하게 다가왔다. 어떻게 키워졌든 아이들은 자라면서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성장"하게 마련이고 자신만의 생활방식을 만들어나간다. 또한 아무리 갖고 싶고 사랑했던 사람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처음의 그 의미를 지속하지는 못한다. 알고 있는 사실이면서도 그것을 차분히 보여주는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쓸쓸한 감정이 절로 일었다.


그러나 진부하다고 믿었던 외할아버지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가출했던 젊은 날의 엄마도, 자신의 선택으로 한 중매결혼에서 소박당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 이모도, 그리고 외할아버지로부터 경제적 지원도 끊긴 상태에서 외국 유학을 5년이나 지속했던 외삼촌도 결국엔 다시 그 집에 모여살게 되었다. 참 묘한 일이다. 성장하고자, 벗어나보고자 떠났었지만 다시 되돌아온 그들. 그것은 집이 가진 사랑의 힘이 아닐까.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집안이지만 그들에게 깔려있는 건 "포옹", 보듬어 안아주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약혼자와의 결혼을 파기하고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 여자. 그리고 임신을 해서 돌아온 여자를 품어주고, 그 아이를 품어주는 부모님, 사위의 외도로 얻은 아이를 품어주는 장인, 장모와 그 아내. 그 때 그들의 세세한 심정이 어땠을지 나로선 짐작불가능이지만, 어쨌든 그들은 불문곡직하고 받아주었다. 그것은 큰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불륜 어쩌고라는 세속적인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랑.


아이를 키우는 방식은 집집마다 다를 것이다. 또한 그 방식을 그 아이들이 선호할지 여부도 알 수 없다. 아이들은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니까. 하지만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한다는 뚜렷한 진실만은 변함이 없다. 이러한 집안도 엿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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