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의 의미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라이스에는 소금을"이라는 말은 어른들의 간섭없이 밥을 접시에 담아 소금을 뿌리고 싶으면 뿌리도록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으니 사랑 아니면 성장이라는 의미일까?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외삼촌, 이모, 엄마, 아빠, 그리고 네 남매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다. 집은 서구형의 대저택.

이 가족은 특이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일단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고 재택교육한다. 집에 큰 도서실이 있고 가정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친다. 네 남매중 첫째 아이는 아빠가 다르고, 막내는 엄마가 다르다. 그 점도 특이하지만 각자의 친엄마, 친아빠가 집에 왕래하며 아이들과 만나고 아이들 또한 그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냥 있는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지 쉬쉬하고 숨기고 하는 것 없다. 이모는 이혼 후 돌아와 같이 살고, 외삼촌은 처음부터 독신이다.


뭐지? 이 사람들 왜 이러지? 하는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며 나도 그냥 받아들였다. 고저택은 예전 모습 그대로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사람들은 다 변해간다. 그 점만이 씁쓸하지만 또렷하게 다가왔다. 어떻게 키워졌든 아이들은 자라면서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성장"하게 마련이고 자신만의 생활방식을 만들어나간다. 또한 아무리 갖고 싶고 사랑했던 사람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처음의 그 의미를 지속하지는 못한다. 알고 있는 사실이면서도 그것을 차분히 보여주는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쓸쓸한 감정이 절로 일었다.


그러나 진부하다고 믿었던 외할아버지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가출했던 젊은 날의 엄마도, 자신의 선택으로 한 중매결혼에서 소박당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 이모도, 그리고 외할아버지로부터 경제적 지원도 끊긴 상태에서 외국 유학을 5년이나 지속했던 외삼촌도 결국엔 다시 그 집에 모여살게 되었다. 참 묘한 일이다. 성장하고자, 벗어나보고자 떠났었지만 다시 되돌아온 그들. 그것은 집이 가진 사랑의 힘이 아닐까.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집안이지만 그들에게 깔려있는 건 "포옹", 보듬어 안아주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약혼자와의 결혼을 파기하고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 여자. 그리고 임신을 해서 돌아온 여자를 품어주고, 그 아이를 품어주는 부모님, 사위의 외도로 얻은 아이를 품어주는 장인, 장모와 그 아내. 그 때 그들의 세세한 심정이 어땠을지 나로선 짐작불가능이지만, 어쨌든 그들은 불문곡직하고 받아주었다. 그것은 큰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불륜 어쩌고라는 세속적인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랑.


아이를 키우는 방식은 집집마다 다를 것이다. 또한 그 방식을 그 아이들이 선호할지 여부도 알 수 없다. 아이들은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니까. 하지만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한다는 뚜렷한 진실만은 변함이 없다. 이러한 집안도 엿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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