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은 고전 읽기 - "고전 읽어 주는 남자" 명로진의
명로진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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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소개되는 고전은 모두 12가지이다.

논어, 맹자, 장자, 한비자, 시경과 같은 동양고전들과 역사, 향연, 소크라테스의 변명, 변신이야기,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등의 서양고전.


옛날 같았으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어렵게 느껴졌지만 요즘엔 그래도 책을 읽고 있는 중이어서 여기저기에서 주워들은 것들이 나름대로 있어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었다. 저자인 명로진은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 참 재미있게 요소요소를 발췌해서 이야기해주고 가끔 옆길로 새기도 하면서 즐겁게 고전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부분에서 무릎을 딱치며 감동했는지 그런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도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며 그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그런 경험은 우리 책 읽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갖고 있을 환희의 순간이기에 얼마나 즐거웠을지 그냥 눈에 환하게 그려진다.


여러 고전들 중 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책은 장자이다. 노자의 사상을 이어받으며 그것을 좀더 알기 쉽게 이야기로 만들어주기에 읽기에도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어디에도 속박되지 않고 산 장자. 어느날 친구가 찾아와 왕에게 다섯 수레 만큼의 보물을 받았다고 자랑하자, 더러운 곳을 얼마나 핥았기에 다섯 수레나 받았냐며 통쾌하게 쏘아붙이는 그의 모습에 나도 참 통쾌했고 멋있어 보였다.


또한 플라톤의 대화편들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향연은 어느 막장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소크라테스는 정작 저서를 남기지 않았지만 플라톤처럼 뛰어난 제자를 두었기에 그의 어록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고전을 꼭 완역본으로 읽어볼 것을 권유하는 데 그래야만 그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어로 된 것을 다시 재번역한 것보다는 그리스어, 라틴어 그대로를 우리말로 번역한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당연한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는 천병희 선생이 번역한 것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을만큼 아직 갈 길이 멀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읽는 순간과 다 읽고 난 뒤의 기쁨이 얼마나 클 것일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꼭 도전해봐야 할 일이다. 또한 이처럼 용기를 북돋아주고, 생각과는 다르게 얼마나 재미있는지에 대해 소개해 주는 책이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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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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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울컥 눈물이 나려했던 부분이 세 군데 정도 되었다. 책을 읽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경복궁이 일본군에게 공격당할 때 군졸들에게 반격할 필요가 없다는 고종의 명을 전하자, 이것은 나라가 아니라며 총기를 부수며 절규하는 군사들의 모습에서 한 번, 전봉준이 군사들을 모아 떠나며 마지막으로 딸 갑례에게 밥상을 받으며 나누는 작별 인사에서 한 번, 전라감사와 전봉준이 이별하는 장면에서 또 한 번.


전봉준 장군과 흥선대원군에 대해 달리 생각하게 된 큰 계기가 되준 소설이다.


"정석희는 온몸이 굳어 손끝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전봉준이 입을 열어 논설을 펴매 함께 있던 자들의 눈매가 잡아먹을 듯 번득거리니 이들은 빼앗긴 세곡이나 되찾자는 단순한 무리가 아니었다. 알지 못할 신념에 들려 벌써 춤추는 칼에 반쯤 목을 걸친 자들, 서적의 무리가 아니라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하고 확고한 뜻을 세운 자들이었다."                     (67쪽)


동학농민운동은 단순히 탐관오리의 수탈에 지친 농민들의 봉기 정도가 아니었다. 전봉준은 조선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형세를 꿰뚫고 있었고, 정치를 하여 나라의 행정을 바로잡아 조선의 앞길을 열어갈 일을 도모하던 큰 꿈을 꾸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내가 알던 동학농민운동의 모습과 다른 점이어서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물론 나는 그 시절의 일들, 그러니까 임오군란 이라던지, 갑신정변, 갑오개혁 같은 일들을 시험과목으로만 달달 외우던 것에서 더 나아가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이 소설을 통해 바로 눈앞에 벌어지는 일을 바라보듯 피부로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흥선대원군에 대한 나의 오해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쇄국정책으로 일관하여 나라를 파국으로만 몰고간 위인인 줄 알고 있었는데 읽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왕족으로서의 입장은 갖고 있었으나 민중의 힘을 믿고 그들과 손잡을 줄도 알았으며 외세의 힘을 등에 업고 권력을 쟁취하는 것에만 목적을 둔 다른 세력들과 달리 진정으로 조선의 앞날을 걱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새로운 발견이었다. 더더욱 이 시대의 일들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는 관심이 생겼다.


또한 전라감사 김학진은 전봉준과 적대관계를 형성하지 않고 진정으로 믿고 의지하는 친분관계를 유지하며 동학 사람들과 함께 경영을 나누어 맡는 궁량까지 지닌 멋진 관리였다. 이철래라는 검서관 역시 마찬가지. 동학이 봉기할 적 발표한 글들을 읽으며 백성들의 앞서나감에 감동하고 가슴뛰어 하던 사람. 결국 동학농민운동에 참가하여 갖은 고생을 하며 생사여부조차 불확실하게 된 사람이다. 이 두 양반을 보며 그 때 이런 사람들이 좀 더 많았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좋은 문장을 만나는 기쁨도 누렸고, 전봉준의 아픔과 고독, 외로움을 느껴가며 읽었던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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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박사의 무인도 대탈출 저학년을 위한 스토리텔링 과학 1
게리 베일리 지음, 레이턴 노이스 그림 / 개암나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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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박사가 무인도에 조난 당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과학자답게 무인도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일목요연하게 알려준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섬 전체를 조망하기였다.

우선 물고기를 잡아 먹을 거리를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했던 우리 아이와 나의 생각은 많이 빗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없으면 나뭇잎에 비닐을 묶어 두어 발생하는 물방울을 모으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섬에서 나뭇가지로 집을 짓는 방법도 아주 유용했다.

언젠가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남아야 할 일을 상상하며 즐겁게 읽어나갔다.

과연 내 인생에 그런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지기는 할지 의문이긴 하지만 덕분에 서바이벌에 대해 나도 아주 많이 배웠다. ^^

중간중간 해양 생물 및 섬의 발생 및 종류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중간중간, 요소요소에 배치한 것이 편집의 승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불을 지피게 하기 위해 필요한 마찰력에 대한 설명들도 어렵지 않게 흥미를 유발하도록 해주는 동화라서 너무나 좋았다.

씨앗은행에 밀, 보리 등 여러 가지 종자들을 얼려서 보관하면 1000년 이상 가능하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과학이라면 어렵게만 생각하는 엄마인데, 아들은 남자인 티를 내는 것인지 과학을 참 좋아한다.

이번 책은 특히나 더 재미있게 읽고 마지막에 나오는 퀴즈까지 한 개도 틀리지 않고 푸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이 정도는 아이들에게 어렵지 않을까 스스로 정해놓은 편견이 깨지는 것을 발견하였다.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해주는 책. 이렇게 사실을 바탕으로 한 과학책들은 주변 사물을 관찰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해줌을 새삼 깨닫게 해준 유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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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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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지 몇일 되고서야 리뷰를 쓰려고 이 자리에 앉았다. 책은 다 읽었지만 너무 어려워서 리뷰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만 그 몇일동안 나는 내가 하는 말하나, 행동하나에 모두 신경을 써가며 이렇게 정할까 저렇게 정할까 나도 모르게 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예전과는 달리 무심코 지나쳤던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인식하게 되고 옳은 결정이었나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책의 효과다.


두께는 얇지만 결코 쉽지 않았던 책. 철학책에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아무튼 힘들게 힘들게 읽어나갔지만 읽으면서 그동안 모호했던 개념들이 명확해지면서 눈이 트이는 듯한 기쁨을 맛볼 수가 있었다.


자기 결정이라는 것은 외부의 압력에 대항하여 스스로 결정하는 힘일 수 있고, 더불어 내적으로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거기엔 지금까지의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고, 한 번 정한 결정이 뒤집히는 일 없이 그대로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진행형이 된다. 그러므로 자기 결정이라는 것은 평생에 걸쳐 갈고 닦아야 할 과업과도 같은 것이다. 나는 어떤 인간이고자 하는가에 대한 생각들이 내가 읽고, 경험하는 것들에 의해 좌우되므로 다방면의 "교양"을 쌓는 일에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들여다보는 자기 인식이 중요하다. 거기엔 언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어로 표현된 문학들을 읽으며 나와는 다른 인간형들의 생각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거기에 대한 나의 생각은 또 어떠한지 생각의 폭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문학을 읽는 것에서 더 나아가 글을 쓰는 것은 더욱 자기를 인식하고, 자기 결정에 도움이 된다고 힘주어 설명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소설 쓴 경험들을 되짚어 가며 이야기해준다. 문학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어려운 텍스트 중에 만난 오아시스처럼 반가운 부분이었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여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존엄성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결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에 영향을 많이 받을테고, 또한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들에 대한 공부로 인해 나날이 발전해갈 수 있다. 행복한 삶을 위해 나날이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 그것이 자기 결정이다. 내가 이해하기엔 이 책이 너무 어려웠다. 철학책과는 아직 친하지 않아서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철학의 매력만큼은 확실히 느끼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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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죽음 - 엄마의 죽음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
시몬느 드 보부아르 지음, 성유보 옮김 / 청년정신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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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대 노모의 낙상으로 대퇴골이 부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보부아르, 입원 과정에서 엄마의 소장에 악성 종양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수술을 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 의미없는 수술로 생명을 연장해 어머니께 고통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고민들에 빠지지만 결국 수술을 선택하고 어머니의 병상에서 함께 한 6주간의 시간을 담아내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딸의 마음은 어떠할까? 언젠가 나도 겪어야 할 일이다.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일어날 일이다. 보부아르는 결코 감상에 젖어 앓는 소리를 내지 않고 슬픔을 과장하여 표현하지 않는다. 담담히 건조한 문체로 자신의 감정들을 들여다보고, 엄마의 심정은 어떨 것인가 관찰하고 묘사해놓았다. 죽음에 임박한 사람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심경의 변화, 고통으로 몸부리치는 엄마를 지켜보는 딸의 심정, 이러한 생명연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고찰하는 철학자로서의 면모, 차갑게 느껴지지만 그 속에 담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죽으면 울고불고 대성통곡을 해야만 그 사랑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인가. 이 보부아르처럼 성실하게 어머니의 병상을 지키고, 대화하고, 주변을 정리하는 것이 실존주의 철학자라는 명성에 걸맞는 거짓없는 모습이었다.


6주간의 힘겨운 시간들은 고통만을 안겨준 것은 아니다. 어떤 딸도 피해갈 수 없는 엄마와의 삐걱거림을 풀어낼 수 있는 대화의 여지를 만들어 준 시간이다. 이런 기회가 좀더 일찍 찾아와 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어라도.


자연사는 없다고, 이 세상의 모든 죽음은 폭력이라고 말한 보부아르.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그 병상 곁을 지키며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의 과정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에 대한 많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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