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난 빨강 ㅣ 창비청소년문학 27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0년 2월
평점 :
학교 갈 때마다 버스를 같이 탄 누나의 봉긋한 가슴을 팔꿈치로 툭 부딪친 경험을 담은 '버스', 거시기에 난 털을 일회용 면도기로 밀다 피만 핑글핑글 나온 것을 보고 쓰라려 눈물만 핑핑 쏠린 '은밀한 면도', 지하철에서 본 진짜 야한 여자를 상상하면서 자위를 하다 엄마에게 들킨, 그러고 나서 '엄마 아빠 제발/ 제 방에 들어올 땐 노크 좀 하세요.'라는 당황한 아들 녀석의 긴장을 다룬 '문 잘 잠가', 동준이가 진열장에 있는 아빠의 테니스 라켓을 꺼내 강서브를 흉내내다 거실 장식등이 와장짱 깨져 엄마가 나오기 전 얼른 내가 테니스 라켓을 뺏어 든 '우정'등 까칠까칠 객기를 부릴 만도 한 청소년기, 입시에 찌든 아이들에게 감히 추천하고 싶은 '난 빨강'은 쓴이가 아들에게 보여 주었더니 그저 웃고 또 웃을 뿐이다. 그러는 가운데 더러 자기 이야기가 있는가 얼굴 한 켠이 붉게 상기되기도 한다.
청소년 문학! 그것도 시단에 이렇게 감출 듯 말듯 뱉어내는 박성우의 잔잔한 미소가 위력을 발휘함은 아마도 '난 빨강'이 대세여서 그러나 보다.
' 난 빨강이 끌려 새빨간 빨강이 끌려/ 발랑 까지고 싶게 하는 발랄한 빨강/ 누가 뭐라든 신경 쓰지 않고 튀는 빨강/ 빨강 립스틱 빨강 바지 빨강 구두/ 그냥 빨간 말고 발라당 까진 빨강이 끌려/ 빼지도 않고 앞뒤 재지도 않는 빨강/ 빨빨대며 쏘다니는 철딱서니 같아서 끌려/ 그 어디로든 뛰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빨강/ 난 빨강이 끌려, 새빨간 빨강이 끌려/ 해종일 천방지축 쏘다니는 말썽쟁이, 같은 빨강/ 빨랑 나도 빨강이 되고 싶어 빨랑/ 빨랑, 빨강이 되어 싸돌아다니고 싶어/ 빨빨 싸돌아다니다가 어느새 나도/ 빨강이 될 거야 새빨간 빨강,/ 빨강 치마 슈퍼우먼이 될 거야/ 빨강 팬티 슈퍼맨이 될 거야/ 빨강 구름 빨강 바다 빨강 빌딩숲 만들러 날아다닐 거야/ 새빨간 거짓말 같은 빨강,/ 막대사탕처럼 달달하게 빨리는 빨강,/ 혀를 내밀면 혓바닥이 온통/ 새빨깧게 물들어 있을 것 같은 달콤한 빨강/ 빨-강, 하고 말만 해도/ 세상이 온통 빨개질 것 같은 끈적끈적한 빨강
-난 빨강(전문)
공원 담배-사춘기인가?-서울대-공부 기계-그깟 학교-몽정-여자 친구 사귀기 등 어른들도 읽어가며 옛 추억을 떠올려 보는, 객기 어린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가는 까칠한 그 때를 되돌릴 수 없는 것. 아무튼 아들 녀석 머리맡에서 박성우의 냄새를 읽어주는 행복이 더한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