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잠든 계절
진설라 지음 / 델피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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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손 놓고 싶지 않아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요. 놔요.”
“싫어요.”
끝끝내 손을 놓지 않은 그는 날 차로 데려갔다.

”와, 대박이네. 첫사랑하고 결혼해서 잘 먹고 잘산다고 내 친구들도 얼마나 부러워하는데. 울 언니가 형부 뒤통수를 치다니.“
”언니가 잘했다는 거야, 지금?“

”지율이가 죽었다는데?“
(중략)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어요?”
“안 죽었잖아. 좋다고 웃어야지. 그래야 좋은 이모잖아, 혜선아.”
“애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쳐요?”
“지랄하네. 이런 재미도 없으면 너랑 무슨 낙으로 살까? 야임이 잇어야지.”
“그럼…안 살면…되잖아요.”
띄엄띄엄 용감하게 내뱉은 진심은 곧바로 주먹으로 되돌아왔다. 피가 끓고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도 숨죽여 맞을 수밖에 없는 샌드백 신세와 이젠 정말 작별하고 싶다.

화재의 현장에서 날 구해준 남자.
나에게 1년 동안 고백도 못하고 몰래 자신을 지켜본 남자.
그 남자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했다.

세상에 없는 최고의 형부.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된 딸을 사랑으로 감싸는 좋은 사위. 그를 지칭하는 말이다. 오로지 아내인 혜선에게만 악마인 남자.

토지 보상이 나오는 시점에 브레이크 고장으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시부모님이 유일한 방패였었다. 그 방패마저 사라지자 혼자 감당해야 하는 삶이 이어진다. 무려 20여년을….

바닷가 바위에 올라갔다가 비를 만났다. 밀물 시간을 체크하지 못하고 오다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혜선이 바다에 빠질뻔 했던 순간 손을 잡아준 남자를 다시 만났다. 하얀 가운을 입고 회진을 돌려 온 의사샘으로..

처음으로 악마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다. 자신의 가족을 두고 협박하던 악마에게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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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
사실 로맨스엔 스포 괜찮지만요 ㅋ

찬바람이 부니 말랑말랑한 로맨스가 어울리네요? 소시오패스와 사는 여인 앞에 나타난 백마 탄 아니고 흰 가운을 입은 남자.

여기서 환타지는 소시오패스와 사는 여자가 아니고, 병원장 외손자인 의사를 우연히 여러번 만나는 인연?이라는 점….;;;

소시오패스가 환타지면 좋겠는데 현실엔 실제로 있는 이야기라 맘이 아프다. 흑~

흰 가운에 환자들에게 친절한, 40대 솔로. 훤칠하고 잘생긴~ 기억을 잃어도 첫사랑에 끌리는… 만화에 있을만한 남자를 만나고 싶으시다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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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 28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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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님 이렇게 재미있는 면도 있으시군요?

아무튼, 메모에도 어김없이 드러나는 작가님의 정체성. 읽는 사람, 시사 피디, 자연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
작가님에게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이 기본인 사람이구나. 아무리 슬픈 세상에서도 좋은 것을 건지는 사람이구나. 작가의 책에선 그것이 빠질 수가 없구나. 했다.

작가님의 다른 책보다 조금은 더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지 않나? 싶다.

책을 읽으며 언급한 책을 기록해볼껄…후회가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에세이추천 #아무튼시리즈중탑5 #북스타그램 #좋은책추천

- 나는 좋은 생각을 들으면 전혀 숨기지 않고 아낌없이 감탄한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열렬히 표현한다. 감탄하고 살아할 만한 것이 여기 내 앞에 있는데 그걸 왜 참아야 하는가?
// 이 구절을 읽으며 그 분들을 떠올렸다. 그 분들 누군지 본인이 아실듯 ㅋ

-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책들에는 늘영혼이 있엇다. 나는 그 시간 덕분에 좋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육체적 기쁨‘인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이야기가 나를 공기처럼 에워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8p

나의 내일은 오늘 내가 무엇을 읽고 기억하려고 했느냐에 달려 있다.
내가 밤에 한 메모,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나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나의 메모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35p

-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내 생각의 자리를 다른사람이 차지하고 만다. 결국은 대다수의 시선에 의존적인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45p

- 나는 나의 가치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고 살리는 이야기의 질에 달려 있다고 믿었고 지금도 믿고 있다. 49p

- 나는 “꿈은 기쁘게 세계의 일부가 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기쁘다”, 이 문장들을 살아내고 싶었다. 99p

- 메모는 ’준비‘하면서 살아가는 방식, 자신만의 질서를 잡아가는 방식이다. 메모는 미래를 미리 살아가는 방식, 자신만의 천국을 알아가는 방식일 수도 있다.

건강하게 오래 일하기 위해 매일 달리는 사람. 무려 산에서… ㄷ ㄷ ㄷ
이야기로 내공을 키우는 사람.

운동과 이야기로 단련하는 방법이 비슷해서인지 작가님의 글에 자꾸 눈이 간다.

남궁인 작가의 추천으로 리스트에 담았다가 놓친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은 꼭 읽어야 할 책인가보다.

우리 마음에 밝음이란 게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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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키딩 마음산책 짧은 소설
정용준 지음, 이영리 그림 / 마음산책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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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도 아닌 짧은 소설집이다.
책을 하나의 단어로 규정하기 어려워졌다. 짧은 소설들이 모두 가볍지 않다. 독자인 나에게 줄을 잡게 만들고 슬슬 잡아당기다가 갑자기 확 잡아당겨 휘청거리게 만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돌멩이> 와 <저스트 키딩> <해피엔딩>

<돌멩이>
세신사 아저씨의 이야기다. 한가한 수요일 11시 온 몸에 멍이든 한 소년이 목욕탕에 왔다. 그 소년에게 무료로 세신을 시켜주고 마사지를 해 준 아저씨. 그리고 아이에게 마사지 값으로 어떤 미션을 준다.

이 미션이 옳다 그르다 말하기가 어려웠다. 아이의 아픔을 알아볼 수 있는 어른의 도움이라고 읽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읽을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마음이 무겁다.

<저스트 키딩>
편의점 알바생이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한다. 너 언제까지 참을 수 있는지 보자!는 심정으로 접근하는 인간을 어찌 당해낼까. 결국 폭발하고 마는데…. 억울하고 열받아 죽겠는데 결국 가해자가 된 알바생. 나한테 왜? 라는 질문의 답이 ‘저스트 키딩’이라면?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한국문학추천 #짧고긴여운 #다양한감정의소설 #가성비좋은책 #질문이몇개인가 #북스타그램 #소설추천

“끝없는 고통으로 이어진 현실. 끝없는 행복으로 가득한 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소?” 46p

- 나만 몰랐어요. 사람은 어떤 순간에도 나쁜 것을 찾아낸다는 것을. 아무리 좋아도 지겨워진다는 것을. 좋은 것이 싫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친절하고 내 앞을 가로막는 것도 없는, 날마다 완벽한 어느 날 어느 순간 알았습니다. 47p

- 인생이란 그런 거 아닙니까. 후회와 어리석음은 인간의 영원한 양식이니까요. 51p

- 무엇인가를 시도하거나 이룬 적이 없으므로 그에게 실패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실패에 대한 로망을 갖는 것으로 실패를 흉내 내고 있을 뿐이다. 64-5p

농담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 말이 흩어지기 전에 함께 웃고 즐거울 수 있는 말이 농담이다. 말이 칼이 되는 순간 그것은 이미 농담일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웃음을 남기는 발명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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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하고 산다 - 일잘러 위에 일잼러, 열 가지 일 이야기
박지윤 지음 / 프란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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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잘러 위에 일잼러
열가지 일 이야기

10명의 일이 좋아서, 즐기기도 치열하게도 하는 10인을 인터뷰한 책이다.
사실 이야기 장수 이연실 대표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펼쳤는데, 다양한 일잼러들의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처음부터 승승장구란 없다. 이들도 실패하기도 했고, 힘든 순간도 많았다. 대부분이 개인 사업자인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직장인으로 살기도 했다. 나와 맞지 않는다고 밖으로 박차고 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만 있었다면 좀 멀게 느껴졌을텐데 직장 내에서 온갖 눈총을 받으면서도 일잼러로 사는 분의 이야기까지 들어 있어 누가 읽어도 나의 재미는 어디에 있는가?를 찾게 이끌어준다. 비록 나의 일터가 집이라고 해도 말이다.

시대가 변해 개인의 취향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우린 여전히 나이값?과 나이에 맞는?에 묶여 산다. 그 생각을 조금 벗어난다고 이상할까? 여기 60대 힙스터들이 있다. 권정현 ‘<더 뉴 그레이> 대표의 손을 거치면 숨은 멋이 드러난다.

<매일을 헤엄치는 법>의 작가님 이렇게 귀여우시기 있기 없기. 내가 좋아하는 인상의 소유자

<이야기 장수>의 이연실 대표. 이빨이 3개가 빠지도록 일을 하신다고요? 정녕 사람이 이토록 일에 미칠 수가 있단 말입니까…. 덕분에 독자인 저는 행복합니다만..

유툽 출현자 유꽃비님 여전히 그 자리에 처음처럼 지키고 계시는 모습이 반가웠다.

코메디 덕후가 코메디언들이 설 자리를 만들기도, 소비 특강을 운영하는 분, 커리어 재탐색을 돕는 스타트업 대표의 이야기, IT 업계에도 필요한 문과생!, 딴 짓의 대가, 콘텐츠 자영업 등 이런 일도 있어? 하는 분야들도 만났다.

UX(user experience)라는 용어는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명칭은 이 책으로 알았다.

일잼러는 워커홀릭과 느낌이 좀 다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일로 승화시키는 능력 누군가는 일이 되면 재미가 사라진다는데 여기에 있는 이들은 누구도 재미가 사라졌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언제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일과재미둘다 #일잼러 #북스타그램

- 일과 삶의 방향 키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삶의 모든 관문마다 휘몰아치는 정상성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남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과 만나야 하거든요. 75p

- 사람들이 더 자주 웃는다면, 농담 앞에 조금 더 관대해진다면, 웃어넘기는 것이 삶의 비극에 대처하는 가장 슬기로운 방법임을 더 알게 된다면, 모두가 한 발자국씩 더 ‘유며 친화적’인 세상에 다가간다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사는 재미가 나지 않을까? 194p

꾸준히 쓰는 사람, 말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도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자아의 견고함이 생긴다고 합니다. 290p

-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나씩 지워보기. 사람마다 회복 탄력성이 좋은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나는 어떤 고통에 맷집이 센가, 어떤 스트레스를 덜 받는가 생각하다보면 매일 하면서도 버틸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고 함. 293p

실패하지 않기, 실망하지 않기, 슬럼프에 빠지지 않기란 불가능하니까 기왕 넘어지는 걸 ‘덜 다치게’ 잘 넘어져 보자는 거죠. 298p

건강한 독기..를 품어봅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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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얼굴
이슬아 지음 / 위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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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원래 안 변해.”
그러자 한 아이가 울면서 이렇게 소리친다.
“왜 안 변하는데? 안 변할 거면 왜 살아 있는데?”
이 대사는 자주 내 맘속에 맴돈다. 나는 사람이 타고난 기질을 대단히 배반하며 달라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크고 작은 변화를 겪으며 계속해서 새로워지는 게 삶이라고도 생각한다. 36p

여름이 더욱 더워진다. 덥다는 말을 예전엔 별생각 없이 할 수 있었다. 이제는 너무 많은 얼굴이 떠오르고 만다. 뙤약볕에서 농사 지어 작물을 보내주는 외할머니. 트럭 몰고 다니며 사시사철 야외에서 일했던 아빠. 여름에 더 많이 소비되는 축산 현장의 닭들, 폭염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기후난민들…. 내 더위의 무게와 그들 더위의 무게는 다르다. 더위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오지 않는다. 71p

기술은 힘을 향한다.그래서 기술은 자본을 향하지 노동자를 향하지 않는다.(…) 힘의 기울기가 달라지면 자연히 더 많은 기술이 노동을 향하게 될 것이다. 칼럼에서는 “한국사회의 산재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본을 지키지 않아”일어난다고 적고 있는데, 이는 진실을 다 말하고 있지 않다. 그다음 이야기를 했어야 한다. 기업이 기본을 지키지 않는 건, 기본을 지키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이다. 73p

비건이 인간인 한, 어떤 비건도 인간 이상으로 또는 인간 이하로 살패하지는 않을 것이라면, 그러므로 유독 비건에게 무적의 이론과 흠 잡을 데 없는 실천을 요구하는 일이 부당하다는 데 동의한다면, 우리는 좀 더 편안하게 비건이 되는 일의 슬픔과 어려움에 대해서도 말해보아도 좋지 않을까? 184p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산문추천 #구구절절옳은소리 #북스타그램 #정혜윤피디님은조연인가보오

<어딘가에서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포도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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