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친밀한 착취 : 돌봄노동
알바 갓비 지음, 전경훈 옮김 / 니케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326p> #서평도서
‘딸이 있어야 해. 딸이.‘
이 문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는가?
다정함과 챙김을 건네는 주체를 우린 아들이 아닌 딸에서 기대한다.
딸에게 감정 노동을 부여하는 가족들의 기대.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오고 있는 여성과 남성에게 기대하는 감정 노동의 영역에서의 역할 분배는 비정상적으로 여성에게 크게 부여됐다. 이러한 현상을 아주 고급스러운 언어로 기록한 책이다.
가족은 그 자체로 여전히 사람들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중심에 있다. 우리는 자기 가정을 꾸릴 수만 있다면 마침내 행복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런 관계 속에서 좋은 느낌을 만드는 데 들이는 노동뿐만 아니라 특정 형태의 사회성에 대한 감정 투자가 바로 감정 재생산이다. 이 책에서는 그중 가족과 낭만적 관계 속에서 정서적 안정을 생산하는 친밀한 노동에 관해 알아본다.
감정노동의 주된 기능은 좋은 느낌 만들기다. 더구나 감정 돌봄은 대부분 다양한 육체적 돌봄 행위를 통해 일어난다. 결국 돌봄 노동들은 대체로 행복한 삶에 관한 이야기로 기록된다. 안타까운 점은 감정 노동은 사회 위계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의 기호를 맞추려 한다는 점이다. 이미 편안한 사람들이 밑바닥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이 욕구를 충족하는 사회 위계의 재생산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노동이 사랑을 기반으로 한 무임금일 때 재생산 노동은 무제한으로 뽑아내는 방법이 된다. 🥵 죄책감은 무제한 노동을 뽑아내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자녀의 양육 영역. 유년기 애착에 대한 심리 실험이 나오면서 자녀를 향한 부모의 사랑은 힘을 발휘한다. 안타까운 것은 여기서 부가 아니라 모에 지분을 어마어마하게 부여한다는 것이 문제다.
돌봄과 가사 노동이 예전에 비해 일부 공적 서비스나 상품화된 서비스로 변화했다. 그러나 그 영역에 투입된 노동의 가치는 대체로 작고 착취적이다.
노동 중 가장 비싼 영역 중 하나이나 여전히 무임금인 노동은? 재생산 노동이다. 노동력 재생산이라는 엄청난 상품을 제조하지만 너무 고가라 가격을 메길 수가 없어 무임금이다. 🤪 오늘날 자본주의의 기본인 이 서비스는 경제체제 전반을 기능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인정되진 않는다. 재생산 노동의 부담은 여성화된 주체들에게, 그의 보상은 남성들에게 분배된다. 이것은 착취의 한 형태다. 이러한 착취가 모든 여성과 남성에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은 젠더에 기초한 착취에 취약하다. 이성애 제도는 자본에 이로울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이로운 방식으로 착취한다. 이 특이한 착취적 관계가 실재하는 데는 이 관계가 자본주의 금전 관계 바깥에 있는 듯 보이고, 그래서 자연적이고 사적인 사랑의 유대로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성들이 자본을 위해 수행해야 하는 기능이 포함된 육체적, 감정적, 성적 서비스의 특이한 결합이야말로 가정주부라는 독특한 하인을 만들어, 그녀의 일을 정말로 힘들게 하는 한편 정말로 보이지 않게 만든다. / 페리데치 <가사 노동에 대한 임금> 98p
현대에 들어서 많은 여성들이 임금 노동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같은 직종에 있어 남성과 여성에게 우리는 같은 out put을 기대하는가? 사람들은 임금 노동 영역에서도 감정 노동의 많은 부분을 여성에게 바란다. 이 여성들은 직장에서도 감정 노동을 감당하고 퇴근 후엔 무임금 노동 영역에서 감정 노동을 착취 당한다. 유연성이라는 개념이 여성의 감정 노동에 있어서 부정적으로 사용된다. ☹️
(타인에게 좋은 느낌~을 주기 위해 다정함을 장착하고 살아야 하는 여성의 내면엔 나쁜 느낌이 쌓일 수도 있다는 점!)
그렇다면, 우리는 여성은 어떻게 이런 노동을 거부할 수 있는가?
책은 감정 재생산의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가족, 성별을 폐지해야 하며 퀴어와 그 밖에 소외된 커뮤니티들에서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더 재미있고 해방된 느낌, 욕망의 잠재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책처럼 급진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에서 말하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기보단 슬픈 감정이 들었다. 사랑이 아닌 우정의 관계에서 책임에 덜 얽매인 즐거운 상호작용이 발생한다는 의견 역시도 씁쓸한 마음이 자동 재생됐다. 물론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과 그 희생을 당연하게 받는 것은 잘못이고 착취다. 하지만, 사랑을 기반으로 서로를 위한 마음의 상호작용이 가동된다면 그걸 착취라고만 부를 수 있을까?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교양도서 #여성학도서 #돌봄노동 #사회운동도서 #정희진추천도서
돌봄은 복잡한 일인데도 단순한 비숙련노동으로 보인다. 그건 아마도 사람들의 (특히 여성들의)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감정 재생산 역량 때문일 것이다. 사실 돌봄은 아예 노동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재생산 노동의 자연화는, 자본주의에서 생산에 종속된 재생산 노동의 자연화는, 자본주의에서 생산에 종속된 재생산이 끊임없이 노동력 재생산을 방해하는 위협이 있어도, 혹은 이런 위협때문에 작동한다. 100p
친밀한 착취를 읽으며 과한 감정 이입으로 분노하면 어쩌나? 하는 나의 우려를 단박에 날려줬다. 아주 드라이한 문체(?)라 머리를 과도하게 써야했기에 감정까지 합세할 수가 없었던 것. 🤓
정희진 교수님의 책을 읽은 느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