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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 개정판 ㅣ 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 그르니에는 카뮈의 스승으로 유명하다.
카뮈 전작 번역으로 유명한 김화영 번역가가 번역한 책이다.
그는 책의 앞에 이런 말을 기록했다.
재미있는 이야기, 목소리가 높은 주장, 무겁고 난해한 증명, 재치 있는 경구, 엄숙한 교훈은 많으나 ‘아름다운 글’은 드물다.
잠 못 이루는 밤이 아니더라도, 목적 없이 읽고 싶은 한두 페이지를 발견하기 위해 수많은 책들을 꺼내서 쌓기만 하는 고독한 밤을 어떤 사람은 알 것이다. 지식을 넓히거나 지혜를 얻거나 교훈을 찾는 따위의 목적들마저 잠재워지는 고요한 시간, 우리가 막연히 읽고 싶은 글, 천천히 되풀이하여, 그리고 문득 몽상에 잠기기도 하면서 다시 읽고 싶은 글 몇 쪽이란 어떤 것일까?
(중략)
그 뒤에 오는 적막함, 혹은 환청, 돌연한 향기, 그리고 어둠, 혹은 무, 그 속을 천천히 거닐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 산문집을 번역했다. 그러나 전혀 결이 다른 언어로 쓰인 말만이 아니라 그 말들이 더욱 웅변적으로 만드는 침묵을 어떻게 옮기면 좋단 말인가?
/ 김화영 19p
변역가를 시인으로 만들어버리는 글.
이유 없이 가슴이 따스해지기도 하고, 미소를 짓게 만드는 글.
책 친구의 강추는 언제나 옳다.
공(空)의 매혹이 뜀박질로 인도하게 되고, 우리가 외발로 딛고 뛰듯 껑충껑충 이것저것에로 뒤어가게 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공포심과 매혹이 한데 섞인다. - 앞으로 다가가면서도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그칠 사이 없는 움직임의 보상을 받는 날이 찾아오는 것이니, 말없이 어떤 풍경을 고즈넉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욕망은 입을 다물어 버린다. 공의 자리에 즉시 충만이 들어선다. 33p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 이외에 다른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사랑은 마음속에서 모든 순간들과 모든 존재들을 하나로 합쳐 주는 것입니다. 64p
가장 달콤한 쾌락과 가장 생생한 기쁨을 맛보았던 시기라고 해서 가장 추억에 남거나 가장 감동적인 것은 아니다. 그 짧은 황홀과 정렬의 순간들은 그것이 아무리 강렬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인생행로의 여기저기에 드문드문 찍힌 점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순간들은 너무나 드물고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이어서 어떤 상태를 이루지 못한다. 내 마음속에 그리움을 자아내는 행복은 덧없는 순간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단순하며 항구적인 어떤 상태다. 그 상태는 그 자체로서는 강렬한 것이 전혀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력이 더 커져서 마침내는 그 속에서 극도의 희열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그런 상태인 것이다. /루소 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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