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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 부는 바람
크리스틴 해나 지음, 박찬원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9월
평점 :
1921년 미국 텍사스. 엘사 울컷은 가족 속에서도 아웃사이더다. 어린 시절 앓았던 병 때문에 그녀의 삶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아름답지 않다고 여긴 가족이 그녀를 홀로 지내게 만들었다. 동생 둘은 벌써 결혼했지만, 엘사는 거의 집안에서만 지낸다.
25살에 만난 18살의 레이프에게 만나자마자 빠져들었다. 그렇게 쉽게 임신이라는 것을 할 줄이야.. 그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집에서 쫓겨난 엘사는 레이프 집에 버려진다. 그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이탈리아인 가족에게. 이탈리아에서 거의 빈 몸으로 미국에 정착해서 부서져라 일을 하고 땅을 마련해서 살아가는 성실한 마르티넬리 가족은 이제 막 자신의 아들 레이프를 대학에 보낼 참이었다. 그 모든 꿈이 산산이 부서지는 일이었지만, 엘사를 가족으로 맞아 함께한다. 그리고 곧 엘사는 그들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고 그들과 함께 땅을 일구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로레이다
“내 말을 믿으렴, 엘사. 이 작은 아기는 그 누구보다 널 사랑할 거고… 널 미치게 만들고 네 영혼을 시험할 거다. 종종 그 묻는 걸 동시에 하기도 하고.” 78p
레이프와의 부부 사이가 그렇게 좋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족과의 삶은 평온히 이어져 갔다. 한 아이를 태어나자마자 묻어야 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딸과 아들 그리고 든든한 부모와 함께였기에 평온한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대공황이 닥쳤지만, 땅을 일구고 사는 그들의 가족은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끔찍한 가뭄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평화였다. 31년부터 양이 비의 양이 줄기 시작하더니 3년 동안 거의 내리지 않았다. 기록적인 더위까지 지속되고 있었다.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리며 버티는 일에 가장 먼저 지친 건 레이프였다. 그가 가족을 모두 남기고 떠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거기에 이제 막 엄마에 대한 반항심이 가득한 로레이다의 불평까지 감당해야 했다. 떠나겠다는 희망을 함께 품던 아빠가 사라지자 그 원망은 더 커져만 갔고 늘 이 땅의 희망이 없음에 분노를 쏟아냈다. 하지만 엘사는 이 땅이 집이었다.
그런 그녀를 떠나게 만든 건. 아들 앤트가 이 지독한 모래 폭풍으로 인해 폐가 망가져 아프기 때문이었다. 치료를 위해선 적어도 1년 이상 모래 폭풍을 피해야만 했다. 결국 땅에 남기로 한 부모와 헤어져 엘사 혼자 아이들 둘을 데리고 떠나야 했다. 부모와 함게 역경을 헤쳐나가며 사는 일은 길에서의 삶에 비하면 안전한 것이었다. 분노에 찬 배고픔에 굶주린 사람들 틈에 남편 없이 아이들과 살아남는 일은 고되고 끔찍했다. 초록을 품은 땅에 도착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일자리를 찾아 열심히 일하면 아이들과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떠난 길. 그 희망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제로책방_책리뷰_책기록_책추천 #장편소설추천 대공항_가뭄_미국_이야기
죽는 건 걱정하지 마라, 엘사. 제대로 살지 않는 것을 걱정해라. 용감해져라. 21p
다른 이들의 눈을 통해 자신을 보는 거고, 그들로부터 멀리 떠나도 결국 그 거울을 지니고 다니게 되는 법이야. 479p
넌 바로 나란다. 로레이다. 그래서 절대 끊어질 수 없는 사이다. 네가 내게 사랑을 가르쳐 주었어. 네가,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580p
엄마, 딸, 전사
인터스텔라의 모래폭풍 장면을 보며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환경 오염의 심각해지면 저렇게 되는구나. 옥수수만 겨우 경작 가능한 세상이 오는구나. 했는데.. 가뭄이 지속되고,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이 풀과 나무 등 식물을 다 베어내고 나면 언제든지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다. 실제로 대공황 이후 가뭄이 지속되었던 텍사스 지역에서는 모래 폭풍이 수시로 닥치는 재앙이 있었다.
땅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로즈와 토니의 인내심은 어디서 오는 걸까?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도 딸의 말도 안 되는 원망을 어떻게 다 받아내는 걸까?
힘든 상황이면 왜 가장 먼저 외부인에게 탓을 할까?
타인의 고통을 이용하는 심리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
자신의 부를 더 취득하기 위해 타인의 약점을 이용하는 인간의 심리는?
콩 한 쪽도 나누는 난민들과 배부른 자들의 악랄함의 간극.
그리고 목숨을 걸고 누군가의 권리를 지키려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용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