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 이 책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울렸던지. 단박에 베셀에 오르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내 기억으로 95년도가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자 중 반 이상이 대학에 진학한 해라고 한다. 전쟁 후 오로지 발전에만 방점을 찍고 앞으로 앞으로 외치던 나라에서 다음 세대들이 멋지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교육이 최우선이라는 지혜로운 이들이 이룬 결과였다. 경제적 발전에 우선을 두느라 인식의 변화는 뒷전이었다. 많은 폭력과 부조리가 가득했던 세상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교육을 중시했던 어른들의 선택이 한몫을 했으리라. 여성, 아동 약자들이 목소리를 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저자도 여성으로의 위치를 지키며 글을 쓰셨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자신을 찾아와 소설보다 더한 인생 이야기를 하는 이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맘이 아팠을까? 그런 이야기를 이러게 다른 스토리로 통쾌하게 풀어냈다니… 90년대에 읽을 때도 지금도 작가의 슬기로운 선택에 감탄할 뿐이다. 첩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의 폭력을 보고 자란 강민주는 엄마에게 하늘에서 주어진 귀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는 자신의 엄마를 무척 사랑하지만 남성에 대한 혐오로 가득 차 있다. 심리학 전공자인 그녀가 상담실 자원봉사를 하며 받는 전화의 대부분의 남성으로부터 폭력을 견디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모든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한 남성이 있다. 멋진 외모에 모든 여성들이 꿈꾸는 다정한 남편과 아버지까지 겸하고 있는 백승하. 완벽한 남자란 있을 수 없다. 강민주는 그를 납치하기로 결정한다. 그의 곁엔 죽으라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 남기가 있으니 이 정도의 일은 아무렇지 않다. 왜 납치가 된 것인지? 이유를 알려주지 않은 채로 백승하는 한 아파트에 갇힌다. 처음 한 달간은 다양한 방법으로 납치가 된 이 상황에 분노하지만 곧 그들도 그 좁은 곳에서 일상을 만들어 간다.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고 한 사람에 대해 알아가면 인간은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의 고통이 기쁨이었던 강민주도 어느 순간 그의 슬픔에 같이 슬프고 그가 기뻐하는 일을 무리하게 준비한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쯤 그들만의 연극 무대를 준비한다. 영화배우였던 백승하가 갈망했던 연극을 강민주와 함께 하기로 했다. 아름다운 무대 의상을 준비하는 그녀. 그들은 헤어질 수 있을까?#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한국문학 #장편추천 #독서모임도서 #북스타그램 90년대 열풍을 일으켰던 여성 소설이 다시 읽힌다는 점이 씁쓸하다. 여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회적 현실이 안타깝다. 그렇지만 분명 많은 부분 변화되어 왔다는 것을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가르기가 심화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폭력과 결이 다른 폭력을 낳을 뿐이다. 소설을 쓴 저자도 이 책이 여성 소설의 범주에서만 읽히지 않고 세상의 온갖 불합리와 유형무형의 폭력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에게 함께 읽히기를 감히 소망한다고 했다. 강한 밀어 부침은 거부감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소설 속 강민주도 관계를 쌓아가며 감정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사람이 일반화된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없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자체로 다양한 색을 가졌기에 통칭하여 판단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나 여전히 차별이 있는 제도와 법은 바뀌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옳다고 생각한다. 그 목소리가 사람에게 가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아이 키우면서 내 책을 거의 버렸는데.. 버렸던 책들을 다시 사고 있는 상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