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복을 읽는 아침
이원재 지음 / 정미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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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친구가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해 줬다. 다정함과 애정을 담아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이야기라고 했다. 아이들을 키우며 생각한다. 내 아이 한 둘을 돌보는 것도 종종 힘이 들고 감정이 요동치는데 여러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내 아이의 다정하지 않은 말과 행동에도 크게 상처를 받는데 타인으로 만나 애정을 쏟고 돌아오는 말이 차갑고 매정할 때 느끼는 감정의 상처는 얼마나 클 것인가?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선생님들을 뵐 때마다 존경의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아마도 선생님들의 학교 발령 거리가 가장 큰 지역이 강원도가 아닐까?
강원도 국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원재 선생님의 에세이다. 체육 교사 아니다. 국어 교사다. 나의 편견엔 이 제목을 보고 당연하게도 체육 교사라고 생각했다. 이 국어 교사는 왜 체육복을 읽을까? 선도 부장인가? 아이들 생활 지도를 위해서인가?

우리집 소속의 고딩은 어릴 때부터 편함! 을 1순위로 생각하는 아이라 학교에서 허락한 복장에서 가장 편한 체육복을 선호한다. (애미 유전;;;;; 편한 게 최고) 그런 상황에서 편한 체육복을 마다하고 교복을 선택하는 학생?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꽤 많은 아이들이 교복 입는 것을 선택한다고 한다. 맵시, 태도 등 다양한 이유로.. 단정한 복장은 자세를 바르게 하게 만들어주는 도구가 되기도 하니까.(오! 멋지네)

이런 교복과 체육복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돌봄이 받침이 되는 경우라야 가능하다고 한다. 고등학생 스스로 교복을 깔끔하게 관리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자신의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음에 체육복이 선택되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

유달리 ‘인문계’가 아닌 ‘특수 목적’ 고등학교에 발령을 받아 근무했던 이원재 선생님은 경력이 10년을 갓 넘겼지만, 생활 지도 경력은 그 어떤 선생님들보다 다양하게 쌓은 것으로 여겨진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교육의 목표가 흐릿한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방향을 잡아주려 노력하는 선생님. 그런 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듬으려는 선생님의 애씀이 너무도 감사했다. 그런 애씀이 무력하고 다치게 되는 일들과 엄청난 행정 업무 처리에 짬을 내기 어려운 상황들에 화가 날 지경이랄까…

공무원은 나라의 돈으로 일을 처리하기에 생각보다 과도한 서류 작업들이 따른다. 그런 명확한 자료 증빙과 처리가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는 공간이 바로 학교라는 곳.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그 업무는 엄청나게 늘었음이 짐작되고도 남으니.. ㅠ 업무를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학생들과 소통하고 정을 나누는 시간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누기 위한 업무에 회계 처리 잘못으로 징계?를 받는 조직이 아니라 칭찬의 상을 주는 조직이 되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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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말엔 아이들의 삶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있다. 48p

우리는 흔히 더 나은 교육을 하기 위해서 많은 것이 더 필요할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 (중략) 하지만 우리는 그런 기자재와 수단이 없어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고, 지금까지도 그래 왔다. 그것은 할 수 있다는 마음,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 나와 함께 하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꼭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상상한 것을 이루었을 때 그들의 웃음이라는 보상을 받아 본 선생님들은, 아마도 교실에서, 상담실에서, 운동장에서 매일 만나는 삶의 어려움 앞에 두려움과 절망을 겪는 아이들에게 오늘도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된다고 말할게. ❞ 154p

바로 전 리뷰에 올렸던 책에서 김민섭 작가 님의 글 중에 이런 팁이 있었다. 가정에서 학교에 전달할 말을 기록하는 란에

❛가정은 학교를 믿습니다. ❜
(제 기억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만.. 뭐 이런 비슷한 😂)

몸도 마음도 건강한 아이들을 기르기 위해서는 가정과 사회가 모두 함께해야 하기에 서로 믿고 의지하는 존재가 되기를.. 잘못을 탓하기 보다 잘못함의 이유를 파악하고 상처를 치유하게 하고, 바른 방향으로 고치는 일을 함께하는 사회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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