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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ㅣ 듣는 소설 1
김금희 지음 / 무제 / 2025년 5월
평점 :
#첫여름완주
#김금희_듣는소설
#무제 @booksmuze
<223p> <별점 : 4.7>
사투리 사랑하는 나에게 딱 맞는 책! 어쩜 이리 말맛을 제대로 살리셨을까?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으며 빵빵 터지셨던 분은 무조건 고! 하세요.
어린 열매 : 여보세요, 식사는 하셨쥬? 창세긴데 우리 비디오 즘 갖다주세요.
지끔 돈이, 연체료 문제가 아녜요. 애타가 찾넌 분이 계셔서 안 올라걸랑 이짝 아자씨가 받으러 가시겠대유. 그럭하며는 동니 사람들끼리 뭐 인사두 하시구 으른덜끼리 해결하세요. 츰 보는 아자씨 손님인데 인상이 좋으셔유.
어린 열매는 어른들의 난감한 반응에도 주눅 하나 들지 않고 대답하던 아이였다. 당시 80 세였던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해방과 전쟁을 겪느라 자막으로 휘리릭 지나가는 한글을 읽기 어려웠던 할아버지에게 <마스크>를 실감 나게 읽어주던 아이였다. 할아버지의 계속되는 요구에 열매의 목소리는 생기가 넣어지게 됐고, 성우라는 직업을 갖게 했다.
프리랜서 성우인 열매의 목소리에 이상이 생겼고, 오래도록 함께 살았던 친구 수미에게 금전 사기도 당했다. 그런 열매에게 발성의 문제의 원인은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수미의 본가에 가보자!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완주 마을버스. 버스 기사는 낯선 얼굴의 열매에게 말을 건다. 자신의 이름이 버스 번호인 1600번이라면서. 버스 안의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모두 아는 사이였다. 완평에서 장의사를 한다는 수미의 어머니네는 장의사라 쓰여있지만 매점을 겸하고 있었다. 수미 엄마는 열매의 방문에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았다. “또 왔네, 또 왔어.” 하며 받았으니까.
서로가 서로를 모두 아는 동네. 평온함이 깃든 동네라고 생각했지만, 아침부터 아이들의 목소리로 늦잠이 불가능하다. 양미라는 아이에게 함께 학교를 가자고 하는 아이들. 분명 이름이 있을 텐데 간디와 푸틴이라 불리는 이 아이들은 괴롭힘으로 전학을 다니다 이곳에 왔으나, 한 명이라도 적어지면 폐교가 될 위험에 맞서 양미의 등교를 책임지고 있었다.
갈 곳이 없던 열매는 수미의 집에 거하며 월세로 수미가 진 빚을 탕감하며 지내기로 한다. 수미 엄마가 장의 관련 일로 항암 치료를 위해 병원을 가야 하는 일로 비어지는 매점을 책임지며 지낸다.
손열매 : 좀 황당한데 일단 푸틴과 간디가 살아요. 별명이 그런 애들이요. 옆집에는 소맥을 말아 먹으려고 하는 애가 있어서 감시가 필요하고. 나무랑 혈연관계처럼 굴면서 인류애를 잃은 남자에, 주민들은 제각각 마을을 팔자 말자 싸우고, 언니 엄마는 아직도 향 물을 만들어서 옛날식대로 연습을 하며 고생이 참 많으신데 구구단인가 한글을 몰랐다던 동창이 자꾸 찾아와서 질색팔색 하시고 샤넬이라는 검정 개는 자꾸 똥을 먹어서 문젠데, 샤넬이 엄마가 배우세요, 옛날에 「친절한 금자 씨」에 감방 동료로 나왔는데 아실라나? 이장님은 모든 비밀을 다 퍼뜨리고 다니시지만 애향심이 있으시고요. 동네 할머니 중 한 분은 닭 이백마리를 혼자 치시는데 콜라로 점심을 대신하시고 배달을 가면 자꾸 날달걀을 주셔요. 목소리 좋아진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그렇죠? 90p
작은 마을에도 상처도 의견도 제각각이다.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려고 하는 곳에 타지에 살던 고향 사람이 자본으로 들쑤시니 싸움이 나는 건 순식간이다. 수미가 외계인이라 부르던 어저귀만 빼고.. 죽지 않고 계속 살아있는 존재라는 동경(어저귀)에게 자꾸 신경이 쓰이는 열매는 이 여름에 사랑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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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은 삶의 두 번째 층과 같지 않을까. 일상처럼 리드미컬한 리듬이면서도 꿈결을 걷는 듯한 몽환적인 음악도 가능할 것이다. 36p
그렇게 묻고 싶은 충동은 열매의 외로움과 관련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런 질문은 결국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이었음을. 받지 못한 사랑에 대한 트라우마가 절대 유기되지 않겠다는 자기 보호로 이끌었고 그렇게 해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나서는 아주 깊은 외로움이 종일 열매를 붙들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의 마음이나 육체, 때론 삶 자체를 소모하고 말아야 끝날 듯한, 익명의 손들에 대책 없이 쥐어지는 거리의 전단지처럼 남발되는 외로움. 152p
여름을 왜 식히넌 겨, 여름이 여름다워야 곡식도 익고 가을, 겨울이 넉넉해지지. 순리를 거스르믄 좋은 거 읎어. 터도 내리쓸어야 빛이 나는 겨. 123p
너무 잘 쓰인 책이다.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웃지 않을 수가 없게 쓰셨다. 최진영 작가의 <단 한 사람>처럼 나무의 모체를 둔 어저귀의 행방에 대한 추론을 야기하는 책이지만, 책 전반이 두루 좋아 읽는 내내 행복했다. 빌려서 읽었는데 반납하기 싫어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