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가운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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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형제들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든지 혹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든지 둘 중 하나다. 7p

니나는 12살이나 어린 동생이었기에 화자인 언니(마르그레트)는 열 살짜리 소녀의 모습으로 기억한다. 그녀가 37살이 되었던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고 그 후로 그녀의 집에 초대를 받는다. 영국으로 떠날 결심을 한 니나의 집은 이미 짐을 쌓아 궤짝들이 있는 상태였다. 그녀의 집에 우편배달부가 방문하고 한 꾸러미의 편지가 배송된다.

니나는 대학 재학 중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청난 빚을 갚기 위해 늙은 고모가 있는 벤하임으로 떠난다. 그전부터 그녀를 사랑했던 슈타인은 그녀를 붙잡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을 누구에게 의지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 그녀와 헤어짐의 시간에 익숙해질 즘이면 한 번씩 만나게 되는 인연. 벤하민에서 그녀는 이미 송장과 다름없는 고모를 돌보며 무료한 삶을 지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 일에 동조자가 되기 전까지는.. 그녀는 단지 고모를 돌보며 아버지의 빚을 갚고, 고모가 남긴 유산을 물려받는 일에 머무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고모가 죽고 니나가 다시 돌아왔을 때 니나는 슈타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비로소 슈타인은 생명을 얻었다고 표현하지만, 곧 불안에 시달린다. 니나는 결혼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 슈타인은 과연 그녀를 묶어둘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불안에 시달린다. 결국 슈타인은 니나를 놓는다.

괴상한 집안에서 성장한 퍼시와 결혼을 약속한 니나는 결혼 전 슈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찾아온다. 그녀는 약혼자 퍼시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의사인 슈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왔지만, 다음날 약혼자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했다. 약혼자는 그녀의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며 결혼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시작부터 불안했던 이 결혼은 그녀도 퍼시에게도 고통을 안겨주었다. 퍼시의 분노로 다시 임신하게 된 니나. 그 상황은 니나에게 죽음을 생각하게 했다.

슈타인은 20살 차이 나는 어린 니나를 사랑하고 20여 년 동안 그녀의 곁을 느슨하게 지키게 된다. 소녀에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 한 남자의 연인이 되고, 두 아이의 엄마, 나치즘과 싸우다 투옥되고, 죽음에서 건지고, 헤매는 그녀를 지켜보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 자신과 니나의 편지와 일기를 니나에게 보내고, 그 꾸러미를 니나 언니가 읽게 하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자신은 평범하다고 다른 여자들이 꿈꾸는 삶을 똑같이 꿈꾼다고 하지만, 타인이 보기엔 평범을 넘어선 니나는 왜 이제서야 자녀들과 떨어지며 런던으로 떠나려 하는 것일까? 언니의 눈엔 떠나는 것이 아닌 도망가는 것으로 보이는 이 선택엔 어떤 이유가 숨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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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 님 인생 책을 선물 받아 너무 기뻐요.

우리는 착하면서 동시에 악하고, 영웅적이면서 비걱하고, 인색하면서 관대하다는 것, 이 모든 것은 밀접하게 서로 붙어 있다는 것, 그리고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한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행위를 하도록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아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걸 말이야. 166p

인간은 순응만 하면 참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요. 207p

나에게 사람들은 항상 조용함과 강인함 그리고 다른 살마들을 위로해 줄 것을 기대하지. 나는 무슨 견디기 힘든 불안 같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야. 253p

나는 지옥을 알고 있어. 사람이 완전히 비참해져서 결코 다시는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그리고 어떤 한 사람과 영원히 더 이상 만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 지옥일 거야. 262p

이런 정도의 책임감, 이러한 확고한 자신감, 객관적으로 필수불가결한 것에 대한 정확한 감각이 약간은 비인간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이런 성격을 니나는 어디에서 획득한 것일까? 대신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그러나 나는 그것을 찾을 수 없었다. 니나는 차갑지 않았으며, 메마르지 않았다. 냉혹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열정이 있었으며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 이런 여러 정신적 자세를 얻기까지 니나는 어떤 대가를 치렀을까? 이제 나는 니나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토록 강력한 힘과 용기를 요구한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 앞에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280p

슈타인과 니나의 결혼이 예정대로 진행되었다면 니나의 인생은 어땠을까? 그렇게 사랑하면서 그녀 곁에 있는 것을 포기한 남자! 당신의 죄명은 우유부단함이구랴. (내내 맘에 들지 않았던 이 남자 마지막 자신의 운명을 위해 결정한 행보에 멋짐 터짐. 이런 생각을 갖은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하는데.. 자신의 잘못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 )만약 둘이 부부가 되었다 하더라도, 연대가 강한 니나와 그렇지 않은 남자. 자신의 의지적 선택을 강행하는 여자와 현실에 타협하는 선택을 하는 남자의 조합이라 평탄하긴 힘들었겠다.

남들이 생각하는 평온한 삶이 아닌 다른 실을 선택하는 니나를 동경하는 그의 주변인들. 그러면서도 그녀의 곁에 머물기를 힘들어하는 모순적인 사람들.

사람들은 고통을 잘 견디고, 자신의 삶이 고난인데 더 큰 위험에 뛰어드는 사람에게 나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통을 잘 견디는 특별한 유전자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사람들이 그녀에를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것에 계속 마음이 걸렸다. 그녀라고 평온한 인생에 대한 갈망이 없었을까?

나는 절망해 본 적이 없다.는 언니의 대사에 열받아 미치는 줄!
집이 망해서 어린 동생 혼자 빚 감당할 때! 너는 평온을 즐기고 있었다는 얘기인데.. 당시 시대 상황이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분노는 그 시대를 감안할 여유가 없다. ㅜㅜ 마지막까지 자신을 위해 울다니…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낸 니나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착하고 현명하고 간호사들처럼 정확하고 친절은 하지만 남자들에게 꿈을 주지 못하는 부류의 여자는 어떤 여자인가… 115p

❓인간이 짐승처럼 대상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불치의 정신병 환자가 아직 인간인지 아닌지, 그들을 격리시킴으로써 사회를 보호할 수 있는데도 사회가 죽음을 요구할 수 있는지, 한 무리의 짐승을 역병에서 구하려고 병든 짐승들은 죽여도 되는지?를 두고 열띤 토론을 펼치는 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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