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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를 벗어나서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173
캐런 헤스 지음, 서영승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5월
평점 :
이 책의 배경이 되는 팬핸들 지역은 오래도록 오클라마호와 텍사스, 어느 주의 혜택에서도 배제된 채 오랫동안 빈곤이 세습된 주인 없는 땅이었다. 방치된 이 땅은 외지인이 이주해 와서 땅을 일구게 되는데 과도한 경작으로 숲과 초지가 훼손되었고, 1930년대 혹독한 가뭄으로 황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1929년 대공황과 맞물린 황폐한 토지와 황사. 숲과 초지가 없는 사막과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인터스텔라가 sf가 아니었다니…
1934년 겨울로 시작한 소설은 그 해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35년의 가을까지 빌리 조의 이야기를 그린다.
빌리 조는 1920년 8월 남자아이를 원하던 캘비 부부의 첫아이로 태어난다. 남자아이를 원했다고 이름을 빌리 조라 지은 부부. 아버지는 계속되는 가뭄에도 밀 농사를 고집하는 사람이다.
미국에도 독자라 가문을 잇는 남자아이를 이토록 원했던가? 🫥 이 가뭄에 가족 모두 앙상한 상태인 이 상황에 엄마는 임신을 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도 모금원들이 오면 기증을 하고, 피아노를 멋지게 칠 줄 아는 엄마 덕에 조는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게 되면서 학교에서 음악 선생님에게 인정을 받게 된다.
그런 조의 일상이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지독한 가뭄에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이 거의 없는 상황. 거기에 매일 황사 폭풍을 피해 가며 살아가야 하는 이 시기에 추가되는 고난.
아버지는 난로 옆에 왜 석유통을 놓아둔 걸까?
피아노 치는 일이 가장 즐거운 빌리 조는 손에 화상을 입고,
엄마는 바람에 스치기만 해도 괴로움을 토로하는 상황이 처하게 된다.
아버지와 빌리 조
둘만 남은 어색한 집
아버지는 왜 석유통을 난로 옆에 놓아둔 걸까?
일상에서의 문제와 질문, 고민을 이야기할 대상이 사라진 집.
황사가 가득한 이 지역과 용서할 수 없는 아버지를 벗어나면 조의 삶은 나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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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나도 계속 살고 싶지 않았다.
모르겠다. 지금은 그때 같지는 않고,
아주 똑같지는 않다.
이제 하루가 가면
또 다른 하루가 오고,
내가 그 시간을 하나씩
헤쳐 나가는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하지만 난 떠나고 시은데,
폰다 나이 씨와 달리,
죽고 싶지 않고
그냥 떠나고 싶다,
멀리
황사를 벗어나서. 187p
운문형 소설이라길래 겁을 먹었는데 가독성이 좋아 놀람.
누구나에게 닥치는 황사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이 시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는데 이주자의 삶의 참혹함을 담은 책은 그 유명한 <분노의 포도>다. 이제 분노의 포도를 읽을 때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