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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의 모든 것
백수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2월
평점 :
📍아주 환한 날들
사람들은 혼자 사는 그녀를 안쓰러워했지만 그는 마침내 찾아온 평화에 대체로 만족하고 살고 있었다.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했고, 무능한 남편을 대신해서 경제를 책임지며 살아왔다. 솔직한 천성에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려웠지만, 장사에 필요한 소양은 제법 갖추고 있었다. 남편도 죽고 딸은 시집을 가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 키우는데 한 번도 친정 엄마에게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때엔 언제나 사위를 앞세우곤 했다. 이번엔 사위가 앵무새를 들고 나타났다. 고요한 삶에 평화가 깨질 것이 분명했지만, 어릴 때 딸의 모습이 떠오르며 수락하고야 만다.
평생 외로운 그녀의 삶이 계속 맘에 남는다. 다시 읽어도 역시나 좋은!
머리 속에 그녀의 주거 공간이 자꾸 떠올라…
📍빛이 다가올 때
어릴 때 엄마의 꿈을 접게 만든 이유가 자신이라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 8살 때 엄마가 실명이 될 것이라는 진단을 받고 평생 엄마의 눈이 되는 것을 자처하고 살아온 아이는 바로 나랑 8살 차이가 나는 사촌 언니다. 엄마의 꿈인 교수가 되고, 남들에겐 칭찬만 듣는 언니가 처음으로 낯선 이들과 섞이는 삶을 경험한다. 내가 있는 뉴욕에서..
📍봄밤의 우리
파리의 한 대학 석사과정에서 만난 38살 유타는 고요한 기린 같았다. 경제적으로 아주 힘든 가운데에서도 꼭 연극 관람을 했던 유타.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슬픔은 극복되지 않는 것을 공감해 준 유타.
📍흰 눈과 개
8년 전 영국인과 결혼한 후 제네바에 정착해 사는 딸이 부모를 초대했다. 제네바에서 닷새간 머물다 알프스의 스키 리조트로 이동했다. 알프스를 산책하며 어그러진 딸과의 관계를 곱씹는다. 어쩌면 딸이 사과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세 개의 발이 달린 개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서 왔나? 🤭
📍호우
작가님의 미끼 덕분에 혼자 상상의 나래는 여기저기로… 😯🤣
📍눈이 내리네
이제 막 대학생이 된 다혜는 이모할머니의 빈 하숙집에 거하게 된다. 늙음을 마주하는 젊은 다혜. 대학을 졸업하고 이모할머니 댁을 떠나 가끔 엄마에게만 소식을 들었다. 암에 걸리셨고, 어깨 관절 수술을 앞두고 계신다고 했다. 전신 마취의 위험에 모두들 말리는 수술이라고 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는 학교를 다니고 계셨다. 모든 이들이 생의 말년에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비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그때 할머니는 더 건강한 몸을 위해 수술을 결심하고, 한글을 배우고 계셨다.
늙음에 대한 규정은 누가하는가? 더 나은 삶을 소망하는 이모 할머니의 삶의 태도가 아름답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캐나다에 사는 주미가 방학을 맞아 귀국했을 즈음 나는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친구들과의 만남은 침대에서 일어나게 만들었다. 잠이 오지 않아 산책을 나선 길에서 주미에게 이상한 경험에 대한 이야를 듣는다. 입구가 막힌 벽난로에서 들려오던 날갯짓. 소리가 나지 않으면 죽었을까? 겁이 나고, 소리가 나면 신경 쓰이던 경험. 정확히 무엇인지 몰라 입구를 여는데 망설였던 순간. 막상 열어본 벽난로엔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 소리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사람들은 기어코 사랑에 빠졌다. 상실한 이후의 고통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되고 마는 데 나이를 먹는 일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36p
우리는 대체 어떻게 해야 타인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 걸까? 139p
고독으로 진저리가 쳐질 것 같은 이 세상에, 딸에게 누군가가 있다니. 결혼이란 형태든 아니든, 상대가 누구고, 어떤 인종이든 어떤가. 그리고 그 순간 그는 딸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상처를 받지 않고 산 사람만이 사랑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사랑을 주는 법에 대해 오래 생각해본 사람뿐일지도 모른다고. 14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