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등을 쓰다듬는 사람
김지연 지음 / 1984Books / 2024년 7월
평점 :
#등을쓰다듬는사람
#김지연
#1984BOOKS @livingin1984
<212p><별점 : 4.9>
올해 에세이 베스트가 될 예정인 책.
저자는 미술비평가다. 문학 비평가들의 글을 읽을 때도 늘 놀라운데 미술이라니.. 이는 얼마나 더 어려운 것일까? 보고 느끼는 감상도 어려운 작품들이 많은데.. 🥲 이 책을 읽은 나의 느낌은 저자는 자신의 최대치를 다 써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됐다. 종종 저자가 일을 끝내고 아프거나 오래도록 쉬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리 귀한 책을 발견하고, 알려주고, 거기다 사서 건네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추천 #책기록 #북스타그램 #에세이추천 #모든구절이명언 #강력추천에세이 #문학비평가도서 #글쓰기의정석 #에세이베스트 #소문나야할책
📍타인의 세계는 아무리 그림자를 이어 붙여도 닿을 수 없는 원경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렇게 먼 풍경을 향해 나란히 걷는다. 끝내 닿을 수 없을지라도 서로의 세계에 닿기 위해 손을 뻗은 채, 따뜻한 눈으로 등을 쓰다듬으며. 15p
📍삶의 과정도 같다. 작은 걸음을 옮기듯 매일을 살아내다 보면 상상하지 못한 곳까지 도착한다. 이전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진실이 눈앞에 드러난다. 이렇게 훌쩍 먼 곳에 도착하고 나면 삶에서 만나게 될 또 다른 반복에도 용기가 생긴다. 다시 나의 자리를 지키며 오늘을 살게 하는 힘이다. 이렇게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동시에 다시금 우리를 살게 하는 바로 그 자리에, 당신의 중력이 있다. 26p
📍사실 우리는 모두 이상하게 산다. 서로 다른 욕망과 질서를 지니고 한 사람 몫을 살아낸다. 살면서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삶뿐이지만 때로는 그조차 불가능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질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래서 전형적인 ‘좋음‘ 대신 그에게 맞는 ’이상함‘을 건네는 과정이다. 적어도 나의 세계에서만큼은 그의 존재가 있는 그대로 특별하게 빛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92p
📍우리 사이에 확실한 것은 서로 모른다는 것뿐이다. 한 사람에게 그만의 존재 방식이 있듯이 누군가 만들어 낸 세계에는 어떻게든 서사가 있다. 93p
📍누구나 삶의 모든 시기에 고유한 빛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질서로 자기 궤도를 돈다. 다만 드넓은 우주에서 마주쳐 서로를 알아본다. 그날 엄마의 빛과 내 빛은 같은 순간을 함께 교차했다. 그의 늙음과 나의 젊음, 아니 어쩌면 그의 젊음과 나의 늙음도 같은 곳에 있었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함께 하는 지금, 서로의 다른 빛을 알아보는 순간이다.
사람이 젊어 보이는 건 주름 없는 피부가 아니라 미소와 생기 때문이다. 131p
📍작품을 볼 때마다 뒤에 가려진 이야기들을 발견한다. 그것을 만든 사람의 애쓰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렇게 그림의 등을 지켜보며, 지금 목격한 아름다움의 다음 장면이 펼쳐지기를 기다린다. 일할 때 혼자 느끼는 비밀스러운 기쁨이다.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곁에 머무르는 다정, 등을 쓰다듬는 애틋함, 기꺼이 기다리는 믿음이 필요하다. 나는 그런 마음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배웠다. 182p
좋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가리는 게 무의미할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