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점심
장은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벼운점심
#장은진_소설집
#한겨레출판

<315p>

🎈가벼운 점심
“아버지도 좋아했죠, 봄을.”
“좋아해서 좋아하지 않았지.”

10년 만에 조부의 장례 때문에 돌아온 아버지는 예전보다 살이 올랐고, 풍덩한 양복이 아닌 캐주얼 복장의 모습이었다. 이미 오래전에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외로울 아들을 생각해서 그리고 그들의 성장을 위해 버티고 버틴 삶이었다. 그리고 엄마가 포기라 표현한 그 일은 아버지에겐 자유를 선사했으리라.. 좋아하는 봄을 점점 더 좋아하고,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삶으로 향하는 자유를.

🎈피아노, 피아노
도저히 적응되지 않는 서울 생활 5년 차. 그런 그를 버티게 하는 진아.
진아는 결혼을 이야기했다. 조금은 나은 삶에서 시작하고 싶었던 나는 대답을 미룬다. 서울이란 기계에 작은 부속품 하나도 되지 못하고 스페어 같은 삶을 사는 나는 원룸에 어울리지 않는 버려진 피아노를 집에 들인다. 가장 낮은 음과 가장 높은 음을 선택하는 다른 진아와 나. 사소한 다름보다 이런 나와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과 때가 중요함을 깨닫는다.

🎈하품
한남동 저택을 두고 낡은 이층 건물에 살고 있는 피아니스트와 아내. 아내는 점차 느려지고 있다. 게을러지고 있다. 저러다 멈출지도 모른다. 죽을지도 모른다. 그는 아내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겁이 난다. 자신이 연주하는데 모든 필요함을 채워주고 가사가 없는 연주에 관객과의 소통의 힘까지 챙겨준 아내는 첫 번째 유산 후부터 관객석에 앉지 않았다. 3번의 유산을 겪고 아내가 요구한 것은 헌책방을 하고 싶다는 거였다. 멋진 건물을 후보지로 제안했으나 아내가 선택한 곳은 이 허름한 곳이었다. 80년대에 사용하던 낡고 낡은 초록색 2인용 책상 하나와 걸상 하나와 함께. 어떻게든 아내를 살려보려는 자신의 노력은 무용했는데 길고양이 먼지라는 녀석과 재능이 부족해 진로를 변경하려는 후배 녀석이 건넨 화분만은 그녀를 움직이게 했다.

🎈고전적인 시간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장은진 판이다. 서울에서의 삶을 접고 오래도록 방치된 고향으로 내려왔다. 영화와 다른 점은 나이가 마흔 때쯤이라는 것과 두 친구가 결혼한 것으로 나온다는 것. 강아지와 닭이 아니라 고양이와 새끼들과 함께 산다는 것. 끝을 알 수 없는 이별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의 루마니아 수업
문학 전공하는 대학생들 사이의 연애.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작품을 밤새 번역해서 건네는 사람이라니.. 그리고 둘만 공유하는 문학 작품이 있다니..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너의 눈이 가을 날씨 같다니… 🤭

🎈파수꾼
철도 건널목을 지키는 관리인인 강 씨. 자꾸 귀에 물이 차서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강 씨에게 철도가 들어올 시간을 알려주는 고양이. 꼭 죽은 아내가 잔소리는 다 빼고 자신을 지켜주는 소리만 하는 것처럼.. 야옹야옹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단편소설집추천 #한국문학추천 #계절소설 #4계절을담은도서

어머니야말로 피아노의 가장 낮은음을 지향하는 분이었다. 자신을 낮추고 낮추어 사람을 대했고, 자신의 것을 내주고 내주어 어려운 사람을 도왔다. 아버지의 사업이 망해 하루아침에 낮은 자리로 내려앉았을 때도 어머니는 그 자리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열심히 생계를 꾸렸다. 가난해졌음에도 우아함과 신념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어린 남자의 눈에도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77p 어머니 너무 멋지시다.. 😍

진아는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암 환자를 돌보면서 시간은 유한하고 물질이 행복이 아니며 인생은 결국 다 똑같다는 걸 배웠다. 굳이 악착을 떨며 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때그때 주어진 몫만큼,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지내다 형편이 나아지면 감사히 누리며 사는 게 인생이라고. 별난 인생도 없었고, 못난 인생도 없었다. 인생은 누구나 다 그냥 살다가 가는 것이었다. 단, 살면서 때만 놓치지 않으면 되었다. 사랑해야 할 때 사랑하고, 용서를 빌어야 할 때 빌고, 슬퍼해야 할 때 슬퍼하는 것. 진아가 오늘 남자를 찾아온 건 그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71p

때론 들리거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슬픔은 약해질 수 있었다. 누군가의 슬픔은 타인의 귓속에서 부서질 수 있었으므로. 285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