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떻게 지내니? 드디어 시험을 보니까 후련하겠구나.”
“예, 그렇습니다.”
“어쨌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 모두 네게 희망을 걸고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을 거야. 나는 네가 라틴어에서 특히 좋은 성적을 내기 바란단다.”
“하지만 혹시 떨어지면…”
“떨어진다고?”
“떨어진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말도 안 된다!”
“저는 다만, 혹시 그렇게 되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한스, 절대 있을 수 없어. 그런 걱정일랑 붙들어매렴. 그럼 아버지께 안부 전해라. 기운 내고!” 17p (이렇게 말하곤 기운을 내라고? 😨)

한스 기벤라트는 재능 있는 아이였다.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있는 모습만 보아도 기품 있고 남다른지 알 수 있었다. 슈바르츠발트의 작은 마을 대표로 주 시험을 보러 가게 된 한스는 마을 모두의 관심과 응원? 을 받았다. 어머니가 안 계시고 아버지 홀로 한스를 키워서인지 한스는 아버지의 기대에 충족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마을 사람들의 기대까지 짊어져야 했다.

시골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알고 있던 지식들도 사라져 가는 느낌이었다. 시험장의 떨림과 중압감에 미쳐 대답을 제때 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시험의 결과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에 지쳐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스럽게도 그가 얻은 결과는 합격. 무려 2등으로 합격이었다.

신학교에 진학한 한스.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의 살뜰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학업에 대한 의욕은 컸다.

그는 반드시 동급생을 앞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대체 왜 그래야 할까? 그 이유는 한스 자신도 알지 못했다. 53p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 한스는 공부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았다. 유일하게 자신과 시간을 보내는 친구라 할 수 있는 하일러를 혼자 두게 한 사건은 한스에게 내내 죄책감을 갖게 했다. 공동생활을 하는 한 방을 쓰던 친구의 죽음과 하일러와의 멀어진 관계. 그리고 다시 회복한 관계는 한스를 변하게 했다.

한스 역시 변했다. 키와 마른 몸집은 하일너와 비슷했지만 나이는 오히려 더 들어 보였다. 속이 들여다보일 만큼 투명했던 이마의 가장 자리는 이제 윤곽이 뚜렷해졌고, 눈은 쑥 들어가고, 얼굴은 혈색이 나빴다. 팔다리와 어깨는 비쩍 말라 뼈가 앙상했다. 123p

학교의 규칙에 맞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를 갖은 하일러와 학교의 기대치에 딱 부합하는 한스. 어른들은 한스에게 하일러가 나쁜 영향을 끼친다며 멀어지라 요구한다. 한스에게서 유일한 친구인 것을 그들을 모르는 것인가?

그들 눈에 떨어지는 성적은 보이는데 육체와 영혼의 시들어감은 왜 보이지 않는 것인가?
한스보다 먼저 학교를 떠난 하일러는 성인으로 잘 성장하는데..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북스타그램 #고전추천 #유명한책추천 #가독성좋은고전 #이번에도대조군이나오는헤세의소설 #소설추천 #아이와함께읽는고전 #2호와함께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 빠진 이야기?에 헤세 특유의 두 명의 대조군 인물이 나오는 책.
자신의 경험담을 두 인물에 녹여냈다는데.. 지금 한국의 이야기라도 해도 딱 맞는 이야기라는 게 씁쓸하고..

제동 장치 없는 이동 수단의 바퀴 밑에 애를 두는 건 살인미수도 아니고 살인이야!
중세 끔찍한 처벌이랑 다를 게 하나도 없어.
어떻게 수레 바퀴 밑에서 깔리지 않으려면 계속 달리라고 할 수가 있나.

누군가 지치면 쉬게 하고 다른 사람이 굴려서 천천히 수레를 나아가게 하는 게 사람이 사는 것이라 표현했던 다정한 수레 바퀴 이야기를 다시 듣고 싶은 날. (박주영 판사님의 말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