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무주는 서울의 대학병원에 다니다가 이인시로 쫓기듯 이직을 했다. 그저 관례라고 했다. 일을 하는데 있어서 이건 순리라고 했다. 선배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랐을 뿐이었다. 하지만, 결국 병원에서 무주만 떠나야했다. 감사하다고 해야할까? 불명예 퇴사를 하면 취업할 병원이 없는데 이직할 곳을 알려줬으니? 이인시는 조선업이 흥하면서 커진 도시였다. 그러나 선박 회사들이 떠나고 난 후의 도시는 황량함과 함께 무너지고 있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술로 도망쳤고, 쌓인 분노를 아무데나 발산하고 다녔다. 자신이 이 병원에 잘 적응하게 도와준 고마운 사람. 이석. 그는 공고를 졸업하고 간호조무사로 일하다가 원무과를 맡아 착실하게 경력을 쌓은 사람이다. 일찍 퇴근하여 모든 신문을 읽고 의사들이 흘려 쓴 글자도 다 알아보고, 약품도 모두 꿰고 있는 자신의 자리의 일을 최선을 다해 200%이상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 학업 컴플렉스라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 이석의 자리에 이석만한 사람을 찾을 수가 있을까? 어디선가 몰고 오는 병원 손님들까지.. 꽤 오래도록 지속되고 있었다. 회계장부를 볼 줄 아는 사람은 누구나 눈치챌 수 있는 정도였다. 음주운전자가 저지른 일이라고 했다. 활동량이 많았던 이석의 아이는 그렇게 병원에 누워만 지내게 됐다고 했다. 살릴 수 있다는 곳은 다 찾아다녔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아이는 병원 침대에 누워서만 지내고 있다. 아이를 간병하기 위해 이석의 아내는 서울 고시원에서 지낸다고 했다. 헐값에 집도 팔고, 부모님 댁에서 생활을 하는 이석은 아무리 열심히 돈을 벌어도 -가 나는 삶을 감당하고 살아야만 했다. 이석의 월급으론 매달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할 수 없을 터였다. 관례라는 말에 속아 퇴출당한 경험을 지닌 나는 누군가의 아픔에 고민이 되더라도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배 속의 아이가 살아가는 세상은 진리가 승리하는 세상이 되어야 했다. 직원들은 김을 중심으로 모여 이석 얘기를 나눴다. 이석이 감당할 수 없었을 병원비와 진작 팔아치운 주태에 대해서, 은행에서 빌린 돈과 다달이 갚아나가던 이자에 대해서. 그리하여 어느 순간 아이를 감당하기 힘들어진 이석에 대해서, 여전히 박동하는 아이의 심장을 멈추는 일에 고통스럽게 동의했을 이석에 대해 얘기했다. 동정을 살수록 이석이 저지른 비리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아이가 죽었다고 해서 이석의 비리가 없어지는 게 아닌데도 그랬다. 그 후로 김은 걸핏하면 무주를 더 몰아세웠다. 80p 이번엔 비리를 밝혀서 고립이 됐다. 원무과로 부서가 이동되고, 원래 교대 근무인 야간 근무 담당자로 지정이 됐다. 일자리를 잃은 이석의 삶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자신의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내와의 사이도 점차 식어갔다. 말을 잃고 술에 의지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아내도 지쳤을 것이다. 거기에 아이까지 유산한 아내에게 다정한 말을 건내지도 못했다. 야간근무를 하면서 경호를 담당하는 효와 대화 상대가 됐다. 효가 지난번 의료사고와 관련된 CCTV 녹화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분명 큰 사건이었음에도 조용히 지나갔던 그 사건으로 이석의 사건이 조용히 지나갔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약품에 주사기로 다른 약물을 주입시켜 환자가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었던 사건. 딱 죽기 직전까지의 용량을 주입해서 병원을 시끄럽게 했던 그 배후는 과연 누구였을까? 누구였길래 이리 조용히 지나가는 것일까? 그런데..이석이 나타났다. 다시 병원에이번엔 요양시절의 본부장으로 부지 매입과 시설 건립의 총책임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재정이 충분하지 않는 병원에서 고급 실버 타운을 닮은 요양병원 설립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한국문학추천 #장편소설추천 #나눌이야기많은책추천 #북클럽추천도서 #책친구추천도서 #독서모임추천도서 #가독성좋은책추천 “병원에서는 성공은 크게 알리고 실패는 숨겨야 하는 법입니다. 의료사고는 실패가 아닙니다. 의료기술을 더 발전시키기 위한 시행착옵니다. 실수해야 나아집니다. 의술은 그렇게 발전해온 것 아닙니까?” 68p2월 브런치 북클럽에서 소개해주셨던 책. 독서모임하기 좋은 책이라고 하셨던 이유를 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