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도 없는 사이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백수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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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도 없는 사이는 앙드레와 실비의 이야기다.
화자인 실비는 9살에 학교에 처음 온 앙드레가 맘에 든다. 7남매 중 둘째인 앙드레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실비의 눈에 어른스럽다. 그런 앙드레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 엄마의 양육법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실비는 그 집에 방문하곤 알았다. 보통의 엄마들이라면 잔소리나 훈계가 나갔을 타이밍에 갈라르 부인은 다른 엄마와 다르게 반응했다. 그 자유로움과 존중은 다른 집과 다름이 분명했다.
전쟁으로 헤어졌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 둘은 서로 꼭 만나야만 하는 사이였다. 다시 만난 앙드레는 예전처럼 자유롭게 보이지 않는다. 갈라드 부인 또한 아이들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풀어주는 여성이 아닌 것을 보게 된다.
갈라드 부인은 큰 아이의 결혼을 위해 온 신경을 쓰느라 앙드레에게 많은 집안일을 맡기고 있어 앙드레는 쉴 틈도 자기만의 시간을 내기도 무척이나 어렵다. 어떤 일도 자기 스스로 선택이 불가능함을 실비는 지켜본다. 꽤 커서 서로 떨어져 지내야만 하는 시간이 와도 방학이나 휴가 기간에 실비는 앙드레네 방문하여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하지만 갈라드 부인은 어쩐지 앙드레와 실비를 떼어놓으려 노력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둘의 시간을 방해한다.
실비를 통해 만난 파스칼과 앙드레는 서로 연인이 되는데 이 시점에서 갈라드 부인과 파스칼과 아버지와의 관계로 인해 서로의 선택이 어긋나게 되는데..
앙드레가 점점 말라가는 모습과 파스칼과의 사랑을 지키려는 앙드레의 모습에 어떤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실비. 하지만 어디까지,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하는지에 망설이고 고민하며 파스칼을 만나 설득하지만 결국 그마저도 앙드레의 선택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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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보부아르의 친구 자자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다고 함. 21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죽은 친구를 마음에 품고 계속 글을 쓰려는 노력을 했다는 보부아르. 생전에 출간되지 못했다가 2020년에서야 비로소 세상에 공개된 자전 소설이다. 사르트르의 조언으로 이 책을 출간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원고를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었던 보부아르.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면서도 갈라드 부인의 처사에 분통이 터져서 원. ㅡㅡ;;;
전쟁 후 K장녀 스토리와 비슷해서 더 분이 스물스물~
7명이나 되는 자녀를 돌보느라 힘들어서 그런건 이해하겠지만 자식이 그토록 말라가는 걸 눈치도 못챈다니 휴.. 그런 것보다 자신의 목적 달성이 더 중요한 것인가?

‘이게 무슨 노예 같은 삶이야!‘방으로 돌아오며 나는 생각했다. 앙드레가 하는 행동 중 어머니나 할머니한테 통제받지 않거나, 어린 동생들에게 곧바로 모범이 되지 않는 건 하나도 없었다. 하느님에게 들키지 않고 할 수 있는 생각도 없었고! 127p <— 1984보다 더 심해 😳

단숨에 나는 지난 5년간 앙드레의 삶이 어땠는지를 요약했다. 베르나르와의 이별로 인한 고통, 자기가 살고 있는 세계의 진실을 발견하면서 느끼게 된 실망, 자신의 양심과 마음에 따라 행동할 권리를 갖기 위해 엄마에게 맞서 싸워야 했던 일, 앙드레가 승리를 얻었다 해도 그 모든 것은 양심의 가책에 의해 오염되었고, 아주 작은 욕망 속에서도 앙드레는 죄악을 의심해야 했다. 말을 할수록 나는 앙드레가 내게 한 번도 드러내 보여 준 적 없지만 앙드레의 말을 통해 내가 막연히 느끼고 있었던 절망의 심연을 어렴풋이 느끼게 됐다. 나는 겁이 났고 파스칼 역시 두려움을 느껴야 마땅한 것 같았다. 168p

부록을 통해 자자와 보부아르, 사르트르의 사진까지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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