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차인표 지음, 제딧 그림 / 해결책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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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야, 이제 그만 백호를 용서해 주면 안 되겠니?”
“난 네가 백호를 용서해 주면, 엄마별을 볼 수 있게 될 것 같아.”

“모르겠어. 용서를 … 어떻게 하는 건지.”
“상대가 빌지도 않은 용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용서는 백호가 용서를 빌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엄마별 때문에 하는 거야. 엄마별이 너무 보고 싶으니까. 엄마가 너무 소중하니까.” 195p

백두산 인근의 호랑이 마을은 예전엔 호랑이와도 사이좋게 지냈다고 한다. 이 지역에 임금이 무관들과 행차해서 호랑이 사냥을 한 후로 호랑이와 인간은 적이 되어 이제 함부로 산에 오를 수 없게 됐다.

호랑이 마을에 낯선 사람이 찾아든다. 백호를 잡겠다는 황 포수와 그의 아들 용이. 아내와 아이를 백호에게 잃은 그들은 복수를 위해 이 마을 찾았고 당분간 이곳에 머물기를 요청한다.

촌장은 착하고 착한 손녀딸 순이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순이는 황포수와 용이를 위해 식사를 준비한다. 마을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던 훌쩍이도 그들이 지내는 움막을 드나든다. 다정한 순이에게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용이. 그런 다정한 만남을 잠시 황포수와 용이는 호랑이를 잡으러 산에 올라간다. 백호가 아니라면 마을에 폐를 끼치는 육발이라도 잡겠다면서..

육발이를 잡고 내려온 황포수와 용이. 그렇게 함께 오래 살면 좋으련만, 정보 수집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동네 아이들이 황포수와 용이의 무기를 들고 사라진 일로 둘은 마을을 떠나게 된다.

그렇게 그들이 떠나고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마을엔 일본군이 찾아오는데, 처음으로 살육의 환경에서 벗어난 일본군은 이곳에서 살리는 일을 경험하고 마음을 풀지만, 자신이 보고한 인구조사표를 토대로 자신이 마음을 움직인 순이를 착출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순이는 처음부터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그저 호랑이 마을에서 태어나, 어른들을 공경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착하게 살아왔을 뿐입니다. 그런 죄 없는 여인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광기만 남은 이곳, 나쁜 남자들의 욕시으로 아수라장이 된 전쟁터로 몰아넣어 희생시킬 수는 없습니다. 1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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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빌지 않아도 용서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 복수보다 용서가 더 큰 힘이라는 것을 저자는 이야기의 초반부터 풀어둔다. 호랑이와 공존하며 살아갔던 멀지 않은 과거의 이야기. 동화 속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음을..

공중에 떠 있는 새끼 제비는 누가 마을 사람이고, 누가 일본군인지 더 이상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흰 옷을 입은 마을 사람들이나, 짙은 색 제복을 입은 일본군들이나 모두 진흙 범벅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논바닥에는 일본군도 호랑이 마을 사람들도 없습니다. 그냥 사람들만 있을 뿐입니다.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쓰러진 별를 일으켜 세우고 있습니다. 새끼 제비는 알고 있습니다. 저들은 해낼 것입니다. 합심해서 송장처럼 쓰러졌던 벼를 모두 일으켜 세울 것입니다. 그러면 생명이 끊어져 가던 벼가 살아나겠지요. 다시 살아난 벼 이삭은 더 많은 쌀을 알갱이를 품어 키울 것입니다. 그 쌀 알갱이들은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되어 지치고 배고픈 누군가의 생명을 지탱해 줄 것입니다. 그렇게 모두들 살아날 것입니다. 아무리 작은 생명일지라도 살아 있는 생명은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단초가 되니까요. 생명이란 일회성이 아닌 연속성을 가진, ‘살아 있음’ 그 자체라는 것을 새끼 제비는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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