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최진영 지음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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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0개의 작품 수록

수상집이나 앤솔로지를 꽤 읽었던 시절이 있어서 이 책의 작품들 중엔 언젠가 읽었던 작품들도 있었음.

🍬 돌담
사장 가족 구성원이 주를 이루는 장난감 회사에 취직한 주인공. 사장은 직원들에게 가족처럼을 강요하지만, 정규직 채용은 없다. 독성물질 사용이 걸려 리콜 사태를 경험하고도 잠잠해지자 다시 사용하는 회사. ‘내부고발자’가 되어도 이후의 삶을 살아갈 방법이 생길까?

🍬 겨울 방학
엄마가 동생 출산을 앞두고 있어 방학에 고모네에 가 있기로 한 9살 이나.

고모는 가난하니까 이런 데서 사는 거잖아. 근데 난 푸르지오에 산단 말이야. 푸르지오에는 이런 거 필요 없단 말이야.
이나는 현관의 커튼을 가리키며 항의하듯 말했다.
이나는 고모 집이 싫은 거구나. 고모는 고모 집이 좋은데.
거짓말 고모도 싫으면서.
거짓말 아니야, 난 정말 여기가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해. 72~3p

🍬 첫사랑
혜지, 우현. 글과 그림을 그리는 사춘기 아이들

친구들도 가족들도 내가 화가가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지금처럼만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그런 믿음이 날 더 주눅 들게 한다. 89p

잘해줘도, 무심해도 숨통처럼 조여 힘들다 느끼는 사춘기에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는 말을 던지는 대상이 이성이라면?? 사랑을 느낄 만도 하지. 그것이 사랑이라 해석할 수 있지.
그런데 네가 사랑이라 느꼈다고 상대방도 사랑인 거야!라는 오역은 곤란해.

🍬 가족
고아인 초등 선생님인 주인공이 가부장 냄새가 짙은 남자 친구의 집에 인사하러 간다.
가족이란?
쌤이요~ 나 이 결혼 반댈세! 하고 싶지만.. 남자 친구가 꽤 괜찮네. 으짜나..

🍬 의자
7년 동안 중동에서 일하던 아버지 컴백. 그 사이 엄마는 아파트 마련.
생활비는 엄마가 터미널 매표소에서 일해서 번 돈으로 쓰며 아끼고 아껴 마련한 아파트.
하지만 7년의 공백에 가족이 다시 융화되는 데 시간이 걸리고

🍬 어느 날(feat 돌멩이)
영어와 숫자의 조합으로 이름 붙여진 돌덩어리가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매일 엄마와 통화하며 우주에 대해 그 돌멩이의 정체에 대해 설명하고, 25만 원 일시불로 결제한 건을 5개월 할부로 바꾸기 위해 카드사에 전화하는 나날을 보낸다.
우주에서 날아오고 있는 돌멩이로 다 죽을지도 모르는 이 판국에..

+ 4개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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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첫사랑은 쓰레기통에 처넣고 싶은 악몽이지만 어떤 첫사랑은 가장 이르게 빛나는 샛별처럼 그곳에서 인생보다 더 긴 시간 반짝인다. 가만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건. 그 이유를 이론적으로 풀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설명이 가능하다고 신기함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어째서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지 이론으로 아무리 설명해도 행성들 고유의 아름다움과 신비는 여전한 것처럼. 100p

어느 노래 가사처럼 아무도 우리가 그렇게 쉽게 이별할 줄은 몰랐는데, ‘쉽다’는 형용사 뒤에 ‘이별’이란 명사가 올 수 있는지, 그런 어법이 가능한지, 온갖 어리석은 질문이 내 안에 고여 고요히 썩어 가던 날들도 있었다. 154p

네가 말을 해 줘서 우주에 위아래가 없고 공기도 없고 아주 춥고 또 얼마나 무서운 건지는 내가 영화처럼 이해를 했어. 근데 이해를 하면 또 이해가 안 되는 게 생긴다. 우선 우주한테는 네가 미세 먼지인지 몰라도 나한테는 네가 미세 먼지가 아니야. 나도 미세 먼지가 아니다. 그리고 너나 나나 없는 거나 마찬가지가 아니고 분명히 있어. 또 네 말처럼 우리가 아무리 미세 먼지 같은 그런 존재라고 해도 나는 우리가 사라지는 게 아쉽고 슬프다. 228p

공감이란 상대의 말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꾸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듣는 행위 자체라고. 2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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