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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자리 ㅣ 소설Q
문진영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평점 :
제목의 미래의 자리는 최진영 작가의 <이제야 언니에게>라는 제목처럼 이중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책은 미래로 시작하지만 바로 지해, 자람, 나래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각자의 이야기가 끝나면 단문이 하나씩 들어있다.
지해는 문창과 출신이고 글을 쓰고 싶지만, 현재는 점심시간만 운영하는 무한 리필 한식 뷔페에서 일하고 있다. 사실 이런 루틴이 있지 않았다면 그는 방에서 나오지 않고 지냈을지도 모른다.
첼로를 전공한 자람은 지해의 단짝이었다. 작은 몸으로 첼로를 들고 다니는 자신을 대신해서 첼로를 들어주던 지해보다 이제는 훌쩍 자랐다. 미처 대학을 진학하기도 전에 집이 어려워졌고 현재는 생활비 절반쯤은 감당하고 지낸다. 면허를 따기도 전에 대학 동기가 낡은 중고차를 넘긴다기에 받은 아반떼는 지금 ‘금옥’이란 이름이 되어 자람의 레슨 지역을 넓혀줬다. 그 덕에 민서를 만났다.
미래와 쌍둥이로 태어난 나래. 대학교수인 아버지와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교사 엄마는 둘의 선택과 결정을 무척이나 존중했다. 좀 무신경하다 느낄 정도로. 미래는 고등학교도 대학도 다니지 않는 길을 택했고, 나래는 카이스트를 다니다 수능을 다시 준비하고 의대생이 됐다.
곁에 있던 누군가를 잃은 이들이 상실을 통과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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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견디기 힘들만큼 괴롭고, 누군가는 덤덤하다. 남의 일에 왜 그렇게까지?라고 말한다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등의 기사를 보며 같은 마음으로 아파하는 누군가에게 왜 그렇게까지? 아는 사람이 있었어?라는 답을 듣는다면.. 당사자들이 아니라 그 마음을 치유할 기회도 애도의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다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삶이 있기는 할까?
저에게 문진영 작가를 알려준 @mbbongeya 님께 감사를
나는 가끔 어떤 순간이 너무 아름답다고 느끼면, 어떤 열망에 사로잡힐 때면 모르는 얼굴들이 떠올라. 왜 나는 여기 있고, 누구는 없지? 그런 게 이상해. 나는 왜 살아 있지? 세상이 미쳐 날뛰는 것 같다가도, 근데 왜 이렇게 아름답지? 그런 생각이 들고, 웃다가도 갑자기 죄책감이 들고, 슬퍼할 만한 걸 슬퍼하다가도 나한테 그럴 자격이 없단 생각을 해. 그렇게 느낄 필요가 없다는 걸 나도 알아. 그래서 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싶다가도 내가 뭘 할 수 있지, 그런 생각으로 바뀌고. 내가 너무 먼지 같다가도 또 가끔은 우주만큼, 너무 커다랗게 느껴지는 거야. 그러다 아, 그 사람도 우주였는데. 그리고 또 누가 그 사람을 우주만큼 사랑했을 텐데, 그런 생각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야.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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