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바깥은 여름

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여름이 저물기 전에 다시 읽고 싶었다.
나는 이 작품의 내용을 다 잊은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단편들이 이 책 속에 있었던 것을 잊었던 것뿐…
단편집은 읽고 덮은 후 기억나는 작품이 한두 개에 그친다. 나의 부족한 머리 탓이지만 깊이 몰입하기도 전에 다른 작품으로 넘어가기에 여운을 길게 갖기 어렵다. 그 편견을 깬 단편집은 내게 최은영 작가의 작품과 바로 김애란 작가의 이 책!

<입동> <노찬성과 에반> <건너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은 바로 어제 읽은 것처럼 생생하고 역시나 속에서 올라오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다른 작품들도 책을 펴자마자 내용이 다 떠오르는 것은 나의 착각이 아니었다.

작가의 탁월한 문체는 말하면 입 아프다. (오상욱 선수를 통해 알려진 충청도식 유머. 그렇게 바쁘면 어제 나오지 그랬슈~ ) 이 표현을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작가 문체의 리듬감은 아마도 댄스에 한 실력 뽐내던 실력이 녹아진 것일까?

앞에서 언급한 네 작품은 ‘이별’에 관한 이야기라 눈물 자동 소환이다.
아이를, 다정한 온기를 건네던 개를, 사랑하던 사람을, 남편을 잃거나 이별하는 이야기.
자신의 마음이 다 소진된 상황이라면 그 슬픔이 덜하겠지만, 사랑이 가득한 마음을 품은 체 갑작스레 주어진 이별은 그 사랑을 걷어내지도 품어내지도 못해 그 절절함에 내 가슴도 같이 조여진다.

이리 좋은 작품 안 읽은 분 없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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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원뿔형의 인디언 천막에 들어가 종알종알 싱그러운 헛소리를 하다 잠이 들었다.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얼굴로.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슴이 저릴 정도로 무고한 얼굴로 잤다. 신기한 건 그렇게 짧은 잠을 청하고도 눈뜨면 그사이 살이 오르고 인상이 변해있다는 거였다. 아이들은 정말 크는 게 아까울 정도로 빨리 자랐다. 그리고 그런 걸 마주한 때라야 비로소 나는 계절이 하는 일과 시간이 맡은 몫을 알 수 있었다. 18p

우리는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탄식과 안타까움을 표한 이웃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기 시작했는지. 그들은 마치 거대한 불행에 감염되기라도 할 듯 우리를 피하고 수군거렸다. 그래서 흰 꽃이 무더기로 그려진 벽지 아래 쪼그려앉은 아내를 보고 있자니, 아내가 동네 사람들로부터 ‘꽃매’를 맞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많은 이들이 ‘내가 이만큼 울어줬으니 너는 이제 그만 울라’며 줄기 긴 꽃으로 아내를 채찍질하는 것처럼 보였다. 36p

“어린이는 원래 힘든 거예요“라 대꾸한 게. ‘어린이’가 무슨 직업인 양, 막일인 양 말해 어이없었지. 이제 와 생각하니 재이 말이 맞는 것 같다. 각 시기마다 무지 또는 앎 때문에 치러야 할 대가가 큰 걸 보면. 194p

핸드폰 도우미 이야기를 들으니 아이가 속한 세상이 염려되지만 참고 내색 않는다. 애가 어릴 땐 집 현관문을 닫으면 바깥세상과 장녀스레 단절됐는데. 지금은 그 ‘바깥’을 늘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하는 모양이다 아직까진 친구들과 메세지를 주고받고, 모바일 게임을 하고,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즐겨 보는 정도 같지만, 가끔 아이 몸에 너무 많은 ‘소셜social’이 꽂혀 있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온갖 평판과 해명, 친밀과 초조, 시기와 미소가 공존하는 ’사회‘와 이십사 시간 내내 연결돼 있는 듯해. 아이보다 먼저 사회에 나가 그 억압과 피로를 경험해본 터라 걱정됐다. 지금은 누군가를 때리기 위해 굳이 ’옥상으로 올라와‘라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이니까. 아이가 지금 나와 식사를 하는 중에도 실은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얻어맞으며 피 흘릴지 몰랐다. 21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