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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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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p><별점 : 4.4>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고
벽 뒤에 숨은 천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으리
By 사이브에타브리지 17C 쓴 시
전작 <연을 쫓는 아이>가 아프가니스탄이 혼란에 빠졌을 시점을 배경으로 한 소년들의 이야기라면, 이 작품은 힘들었던 아프가니스탄의 혼돈의 근현대가 고스란히 녹어져 있는 이야기다. 연을 쫓는 아이의 시대 배경을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은 계속 전쟁 속에 있었고, 언제나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자와 아이들이기에 어린아이로 등장하는 두 주인공의 삶을 따라가는 여정이 힘겨울 수밖에 없다.
1950년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인 카불에서 찍은 여성들의 사진을 보면, 현대적인 모습에 깜짝 놀란다. 카블이 아닌 유럽의 한 도시에서 찍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1970년대에 무혈혁명으로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고, 소련이 개입하면서 10년간 전쟁이 지속되고, 이후 소련이 철수했으나 10년간의 전쟁 중 전사들로 길러진 사람들끼리 정권을 잡기 위한 혼란이 이어진다. 그리고 등장한 텔레반. 엄격하고 극 보수주의 성향을 갖은 이슬람주의 선생과 학생들로 구성된 자들이 정권을 잡으면서 여성들의 삶은 오로지 남자에 의한 삶으로 변했기에 현대적 모습의 카불 여성들의 모습이 우리에겐 낯설기만 하다.
59년에 부자인 아버지가 집안일을 하는 가정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마리암. 엄마와 둘이 살던 그녀는 아빠를 욕심냈던 딱 하루 때문에 15살에 엄마를 잃고 혼자가 된다. 아버지의 집에 잠시 거주했지만 곧 아버지 또래의 남성에게 시집보내진다. 자신보다 근 30살은 많은 남성과 카블이라는 낯선 지역으로 터전을 옮겨 결혼생활을 해야만 했다. 첫날부터 득달같이 달려들어 마리암을 공포로 몰아넣지는 않는 남자였다. 마리암에 편안함을 느낄 시간을 배려하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마리암에 유산하기 전까지.. 그때까지였다. 한 번의 유산 후 라시드는 폭력적인 악마로 변했다.
그 마을엔 다수 민족이 아닌 타지크족의 가족이 산다. 라일라의 아버지는 선생이지만 공산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파면되고, 두 아들은 전쟁터로 끌려갔다. 그 여파로 엄마는 종일 기운을 차리지 못한다. 오빠들의 사망 소식으로 엄마의 우울증은 더 심해지고, 카불은 더 위험해진다. 하지만 라일라에게는 친오빠들보다 더 친한 지뢰로 한쪽 다리를 잃은 타리크가 있기에 버틸 수 있다.
카불은 점점 더 위험한 도시가 되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떠났으나, 라일라의 엄마는 소련이 없어진 것으로 힘을 얻는다. 타리크네 가족마저 카불을 떠나고 폭격이 라일라의 집에 떨어졌다. 이제 막 힘을 낸 엄마와 새 삶을 계획했지만 살아남은 건 라일라뿐이었다.
그녀를 구한 것은 라시드였다. 그녀를 보살피고 살려낸 것은 마리암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세 사람이 한 집에 살게 되었다.
라일라는 그 삶을 거부할 수 없었다. 여자 혼자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었고, 배 속엔 생명이 자라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한 남자와 두 여자의 공존하는 삶. 한 명은 임신했기에 존중받고, 한 명은 그를 수발해야 하는 정도는 평화로운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배 속의 아이가 딸아이로 태어나기 전까지의 평화.
원하던 아들이 아닌 아이가 태어났고, 카불의 상황은 더 나빠져 가고, 경제적인 압박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괴물은 더 끔찍하게 변해만 갔다. 잠깐의 평화는 아들 잘메이의 탄생 정도?
그런 그들의 앞에 죽었다던 타리크가 나타나고, 그 사실을 라시드가 알게 되는데…
마리암에게 엄마가 가르쳐 주는 것들
북쪽을 가르키는 나침반 바늘처럼 남자는 언제나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단다. 언제나 말이다. 그걸 명심해. / 단 하나의 기술만 있다. 그것은 참는 것이다. 😭😭😭
마리암이 자신을 이름을 쓰는 두 번의 사건이 이렇게도 잔인한 일일 줄이야…
피하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7월에 <연을 쫓는 아이>로 독서모임을 진행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읽어낸 책. 힘들지만 읽기 참 잘했구나. 역시 읽기 힘든 책은 독모가 답.
아주 위험하기까지 한 난센스지. 나는 타지크족, 너는 파슈툰족 저 남자는 하자라족 저 여자는 우즈베크족, 이러한 것들이 난센스지. 우리는 모두 아프간이야. 그것만이 중요한 거야. 하지만 하나의 집단이 나머지 집단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지배하게 되면 문제가 생기지. 모욕감도 생기고 적대감도 생기고 말이다. 늘 그랬단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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