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그녀
왕딩궈 지음, 김소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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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그녀
#왕딩궈 #김소희_옮김
#rhk #서평도서 <357p>
@rhkorea_books @book.gu_book.gu
도서지원 감사합니다.

아내를 살해한 혐으로 감옥에 갔다가 가석방으로 풀려난 57세의 남자 류량허우.
세상에서의 인연이라고는 자신에게 왜?라는 질문을 품고 있는 아들 뤠이슈와 일본인 며느리 미나코, 그리고 자신을 돌보러 월,수,금 방문하는 아윈이 전부다.

나의 어머니는 도박과 술로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를 끌고 타지역으로 돈을 벌러갔기에 누이는 할아버지 집으로 나는 외가로 보내져 어린 시절을 보냈다. 외가의 식사 풍경은 다소 폭력적이다. 작은 테이블 하나에 대가족이 식사를 해야했는데 당연스럽게도 남자들만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여자들은 부엌에 모여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시스템. 그 여성들 가운데 누나를 발견한 날이 딱 하루. 어쩌다 누이가 외가에 찾아 왔을까? 가서 함께 이야기하고 밥도 먹고 싶다는 말도 건내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이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크게 두 여인이 등장한다.
시계방을 오픈하고 얼마되지 않아 비오는 날 롤렉스를 사려고 방문했던 쑤와
남들보다 10살이나 늦게 들어간 대학에서 만났던 첫사랑 종잉

지나치게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남성들 사이에서 주인공은 그 모든 사람들의 반대에 서겠다는 결심을 한 양 조용하다. 상대방이 건내는 모든 것들을 그저 수용하는 입장만 취하기에 때론 답답하고 무기력하기까지 하다. 그가 그토록 인내하며 지키고 싶은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책은 초반에 아내가 죽고, 그 죽은 장소에 함께 있었기에 관련한 죄로 감옥에 들어갔고, 가석방으로 출소했다고 나오는데 아내를 그리워한다.? 아들은 왜 엄마를 죽였는지 궁금해 하며,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원망을 품고 있지만 서로의 관계를 위해 치매라는 병을 무기로 삼는다. 아들에게도 주인공에게도 치매는 둘 사이의 관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작은 장치다.

지나친 남성주의 사회에서 폭력적인 집안에서 가출한 쑤와 학생 운동을 하던 종잉은 당시에 보기 드문 여성상으로 그려진다. 당시의 남성들의 모습과 다른 주인공과 목소리를 내던 여성들의 조합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였을까?

엄청난 부에 권력까지 잡으려하던 쑤의 집안은 여자를 때리면 행운이 온다는 생각을 갖은 집안이다. 부인을 때리는 관습이 있는 집안에서 할머니도 엄마도 맞다가 도망친다. 엄마의 부재 속 아버지와 3명의 남자 형제들 가운데 남겨진 쑤가 선택한 것은 가출.

주인공은 잠깐 나타났다가 6년만에 나타난 쑤가 ‘이 아들이 니 아들이오’.라며 가정을 이루고자 했을 때 말없이 받아준다. 6년간 어떻게 지냈던 걸까? 아이의 학교 진학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면 과연 찾아왔을까?

대학에서 만난 첫사랑 종잉은 그저 바라보다 놓친 여자였고,
갑작스레 나타났던 쑤는 자신과 가정을 꾸리긴 했지만, 결국 또 사라진다.

이제 전과자에 치매 환자의 흉내를 내며 살아가야 하는 주인공의 삶. 계속 인내하고 수용했던 그의 삶이 이젠 좀 바뀔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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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가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도록 만들 수 있었다. 나는 이것을 종잉에게 알려주고 싶었는데 나의 어머니가 바로 그런 여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곤경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어떤 잘못도 용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특히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157p

“그 여자를 사랑해줘.” 맞다. 한 글자도 잊지 못했던, 바로 그 말. 처음 들었을 때는 꽤 충격이었다. 글자 그대로 메시지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야 알 것 같다. 그 말은 일단 나 자신을 사랑한 다음 그 여자를 사랑해달라는 말이었음을. 나에 대한 걱정과 기대를 얼마간 담고 있는 말이었음을. 307p

작가의 이력이 독특하다. 10대 후반부터 글을 쓰고 돌연 공무원이 되었다가 건설업을 하고, 30에 절필 후 20년만에 출간한 장편 소설이라는데 이 작품은 기존의 작품과는 좀 다르다고 한다. 그 다름을 이전 작품과 비교하여 읽을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몇가지 문장이 마음에 남아 곱씹어 읽게 된다는 것.

주인공은 누이에 대한 죄책감. 다른 여성들보다 진취적이었지만, 남편을 끝까지 품었던 어머니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젠 그도 좀 편안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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