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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노산
김하율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4월
평점 :
처음 만나서 딱 120일만에 결혼식을 올린 해윤과 하율.
결혼 후 연애를 하느라 재밌는 신혼 시절을 보냈는데 4년간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피임하지 않고 1년 동안 자연 임신이 안 되는 경우 난임 부부라고 부른다고 했다. 산부인과 진료를 보니 다낭상 난소증후군이라는 병명을 얻은 난임 인간으로 분류되었다.
인공수정으로 딸 태리를 얻고 만 4살이 되었다. 아이도 어린이집에 다녀 시간 여유가 생겼고, 하율은 이제 막 첫 책이 나와 여기저기 강연 등의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고, 두번째 책의 출간일도 앞당겨 지며 작가로 커리어를 쌓을 시기였다.
그런데.. 그런데.. 태리를 낳은 40도 노산에 들어갔는데
(요즘 결혼 연령이 늦고, 출산 연령은 더 늦어지지만 산부인과 기준으로 35세 이상은 노산 🥲)
노오산을 겪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아무일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딱 한 번에? 분명히 나 난임 인간이라고 했는데?
기적처럼(?) 아이가 찾아왔다.
태리를 임신했을 때도 임신당뇨로 하루 세 번 식사 전에 주사를 찔러야 했다.
두근두근 임당 검사!
역시나 재검. 그리고 임당 당첨!
세월이 좋아서인가? 하루에 한 번만 놓으면 된단다.
(대단한 멘탈이다. 사실 임당을 한 번 겪은 사람은 이에 대한 공포가 엄청나던데…
저자는 부모 두 분이 모두 당뇨이기에 나도 그렇겠지. 라는 초긍정 멘탈의 소유자! 👍
대부분 유전인자를 갖은 사람은 더 두려워하던데…)
이 긍정인의 노오산의 썰은 괴롭게 기록되지 않는다. 대단한 업적으로 떠들지도 않는다. 읽는 이에게 맘 조림이 아닌 웃음으로 노오산의 과정을 기록한다.
책은 소설이지만 에세이에 가깝고,
미국에 사는 동성애자 절친이 꿀벌을 키우는 이야기가 교차되어 재미를 더한다.
만나서 4개월만에 결혼한 부부의 환상 궁합도 좋고
서로에 대한 투덜거림이 이리 적을 수도 있구나.
육아에 찌들어 힘들어도 밖에서 힘든 남편을 이해하고, 육아로 힘든 아내를 이해하는 이들의 쿵짝 ~ 아름답구나~ 😍
“사회의 평균연령이 높아지면 학교가 텅 비어. 대신 노인 요양원이 꽉 차겠지. 스위스 국민의 평균연령이 40세 이상이야. 나라 전체 분위기가 평화롭지. 예멘은 어떻게? 평균 연령이 20대 이하야. 그 나라의 폭력 사태를 보면 어때, 혈기 왕성하지. 우리 집은 어떻게? 조는 이제 50잉. 우리 집 평균연령은 47세라고.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그래서인지 조가 더 침울해 보여.” 31p
임신은 벼슬이다. 특히나 노산은 정일품이다. 영의정 정도? 오늘날 수상이나 총리 정도의 직급은 줘야 한다고 본다. 38p
나는 당시, 누군가는 꼭 해야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월급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지만 상여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서로 다독여줄 동료가 있는 것도 아닌 외로운 노동을 하고 있었다. 그 일의 이름은 돌봄이었고 주체는 모성 근로자였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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