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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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고, 할리우드의 영화로 만들어져 유명한 이야기다. 책의 줄거리는 단 몇 줄로 요약할 수 있는 간단한 서사이지만, 57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유는 책을 읽은 독자만이 알 수 있다.

젊은 경영의 천재였고, 스카이다이버였고, 스포츠맨, 여행가, 연인이었던 남자. 윌 트레이너. 그는 사고로 전신 마비 환자가 됐다. 자신의 삶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남자가 휠체어에 갇혔다.

작은 마을에 갇혀 사는 루이자는 병든 할아버지와 실직 위험에 놓인 아버지, 그리고 집안의 기대를 받던 똑똑한 여동생의 혼외 임신으로 출산한 토머스까지 북적거리는 집안에서 실질적 가장이다. 작은 카페에서 사람들과 지내는 일상을 행복해했던 그녀는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다. 내세울 만한 학력과 이력이 없는 그녀에게 다가온 6개월 간병인 역할.

그렇게 삶을 액티브하게 살던 윌과 주어진 삶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루가 만난다.

사고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않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을 둘
삶을 살아갈 이유를 찾아주고 싶은 여자와
자신의 가치를 알고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남자.

서로에 의해 변해가는 둘.
안락사를 준비하는 윌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좁은 동네에서의 삶에 안주하는 루는 진취적인 삶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나를 규정하는 것이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극복해야할까?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내가 된다면 과거의 나와 이별이 가능하까?

책은 10년간 중쇄를 거듭하며 대대적으로 수정한 내용이 많다고 한다.
역자는 영화 <미 비포 유>는 책의 매혹적으로 만드는 날선 모서리들을 무디게 감추고 달코하고 감상적인 사랑의 환상만을 남겨두었다고 표현한다.

영화를 보셨더라도 원작의 매혹적인 부분을 만나고 싶으시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 꿀벌 타이즈와 루의 패션이 너무 궁금해서 영화도 꼭 볼 예정임.

아무도 두렵다든가, 아프다든가, 어떤 멍청하고 뜬금없는 감염으로 죽게 될까 무섭다는 얘기는 다들 싫어해요. 다시는 섹스를 할 수 없고 다시는 제 손으로 만든 요리를 먹을 수 없고 절대 자기 자식을 안아볼 수 없게 되면 기분이 어떨지. 그런 걸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이 휠체어에 이렇게 앉아 있다 보면 가끔 죽도록 답답해져서, 이렇게 또 하루를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고 싶어진다는 걸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 말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려 살고 있고, 아직도 우리 아버지를 사랑하는 나를 용서 못 해요. 동생은 이번에도 또 나 때문에 자기가 뒷전이 됐다는 사실 때문에 날 원망하고 있지만… 내가 불구가 됐다는 얘기는 어렸을 때부터 죽 그래왔던 것처럼 나를 제대로 미워할 수도 없다는 뜻이죠. 우리 아버지는 그냥 이 모든 게 싹 다 없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고요. 궁극적으로, 그 사람들은 다 밝은 면만 보고 싶어 하는 거죠. 그래서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해 줘야 하는 거고.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재앙에도 정말로 밝은 면이 있다는 믿음이 꼭 필요한 거죠. -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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