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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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청소년 정책을 연구하는 저자는 가난한 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2010년 빈곤의 대물림에 관한 논물을 쓰면서 가난한 청소년들과 만나 심층 인터뷰를 시작했고, 3-4년 주기로 만난 8명의 아이들의 이야기가 이 책이다.

가난은 다양한 형태로 찾아왔다. 이미 조부 때부터 시작된 가난이 있기도 했고, 사업이 망해서 시작된 가난도, 도움받을 곳이 하나도 없는데 몸이 다쳐서 시작된 가난도 있었다. 또한 그런 환경 속에서도 삶을 이끄는 형태도 제각각이었다. 양육자의 태도도 아이들의 태도도 조금씩 달랐다.

애정 결핍이 심해서 토닥이고 싶은 소희. 가난과 동반되는 우울에 대해, 포기하지 않게 다른 데서 힘을 얻어야 하는데 스스로 힘을 내야만 하는 아이. 관계와 돌봄의 결핍이 기본인 아이들의 삶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바르고 성실한 청년인 영성. 이 성실함과 애씀이 헛되지 않길 바라게 된다. 지칠까봐 조마조마한 마음도 함께..

사회 시스템을 가장 잘 활용했던 지현이의 어머니와 건강하게 자란 지현이도 인상적이다. 이런 도움을 준 엄마가 있음은 물론 축복이다. 다만 딸이 성장했을 때 부모가 자식에게 반대로 돌봄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경우 다시 빈곤으로 추락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생긴다. 하지만, 지현은 이 부분을 슬기롭게 극복한다. 내면의 힘은 이래서 중요하구나!

안타깝게도 삶을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지지자와 오랜 인연이 닿지 못해 하루하루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청소년 시기를 보냈던 아이의 사례도, 배달업과 식당일 등으로 고수익을 올린 후 다시 학업이나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아이들의 사례도 있었다.

빈곤 속에 있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당장의 내일이 문제이기에 미래를 계획할 힘도 에너지도 없기에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할 힘도 돈도 없다. 더 큰 역량을 갖고 있는지 알 수가 없게 이미 사전에 차단된 삶을 선택하게 되는 이들의 삶. 학력의 부족 등으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선택할 수도 부당한 일을 당해도 호소할 방법도 모르는 삶이 계속된다면 … 아무리 노력해도 더 빈곤해진다면 언제까지 성실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가난하다는 것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재화가 없음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고 사회적 존재가 일상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에 대처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한다. 즉, 생존 자체에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합리적 판단을 하고 미래 지향적 사고를 할 에너지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래서 빈곤층이 전략적 사고나 내면의 강인한 힘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99p

빈곤은 “단순히 낮은 소득이 아니라 기본적 역량의 박탈로 규정해야 한다.” 여기서 역량은 “개인이 가치 있게 여기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실질적 자유”이다. 146p

빈곤은, 특히 세대를 이어 빈곤이 대물림되는 문제는 사회 전반에서 구조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노동 가치보다 자산 가치가 훨씬 높은 불평등한 경제구조를 기반으로, 50퍼센트에 육박하는 나쁜 일자리가 임금 불평등을 형성하면, 경쟁과 선별 위주의 교육 제도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부실하고 편협한 복지 제도가 안전망으로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데서 빈곤 대물림은 구조화되고 있다. 258p

아직까지 가난을 개인의 탓으로 여기는 생각에서 벗어나기를, 사회 서비스도 개인이 애써 나의 빈곤을 증명하고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는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변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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