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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2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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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p><별점 : 4.7>
<스포 ⭕️/ 책 제목도 스포 🤣>
이반 일리치가 지나온 인생사는 가장 단순하고 평범하면서도 가장 끔찍한 것이었다.
괜찮은 집안의 둘째로 태어났고, 똑똑하고 활기차고 유쾌하고 예의 바른 사람으로 묘사되는 사람이었다. 법률학교를 졸업했고, 아버지가 얻어 준 지방 도시에서 일을 시작했다.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만큼 정확하고 청렴결백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며, 가벼운 유흥을 즐길 줄도 알았다. 오 년 근무 후 이직을 하고, 권력을 의식하고 부릴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그곳의 사교계 모임에서 가장 매력적이로 똑똑하고 빛나는 아가씨인 프로스코비아 표도르브나 미헬을 만나 결혼을 하고 여전히 가뿐하고 유쾌하고 즐거운 삶을 유지한다. 아내가 임신하기 전까지…
결혼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아 이반 일리치는 깨달았다. 결혼 생활이 몹시 복잡하고 힘겨운 일이라는 것을,
아내의 투정이 심해지고 다툼이 심해지면서 자신이 세운 가정생활의 목표가 흔들린다. 그는 그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가족과 있는 시간을 줄이고 업무로 도피한다. 업무에서의 승승장구에 제동이 걸리면서 잠시 처남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연봉 높은 자리를 얻기 위해 애쓴다.
자신이 예상한 연봉보다 좋은 대우를 받고 새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혼자 떠나게 되면서 홀로 집을 단장하기 시작한다. 벽지를 고르고 가구를 사들였으며, 특히 골동품 가구에 덮개를 씌워 독특하고 고상한 분위기를 부여했다. 커튼을 스스로 고쳐 달다 다치는 사고가 있었고 가족에게 집을 선보이며 그런 사고마저 자신이기에 이 정도라는 말로 이 상황에 큰 만족감을 드러낸다. 부부에게 만족감을 준 집을 얻어서인지 불화는 줄어들었고, 그의 삶은 다시 충만해졌다.
업무상의 기쁨은 자존심의 기쁨이었고, 사회생활의 기쁨은 허영심의 기쁨이었다. 그러나 이반 일리치의 진정한 기쁨은 빈센트 놀이의 기쁨이었다. 42p
모두 다 건강했다. 가끔 이반 일리치가 입속에서 이상한 맛을 느끼고 어쩐지 왼쪽 배가 좀 불편하다고 얘기하는 것을 두고 건강하지 않다고 할 수 없었다. 44p
4-12장은 이반 일리치의 투병기다. 판사에서 환자로 전환되어 판결을 내리는 입장에서 판결을 받는 입장으로 변한다. 희망과 절망을 오가는 이반 일리치. 병 또한 업무로 도망치려 하지만, 통증은 그 회피를 허락하지 않는다. 자신을 집의 방 한 칸에 스스로 가둬두고 가족과 자신을 돌보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상태를 전적으로 본인의 시각에서 서술한다. 자신도 타인도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모습으로 그려낸다. 그와 대비적 모습을 보이는 게라심과 이름도 대사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 아들을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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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죽게 될 텐데요, 수고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73p
삶도, 커져만 가는 일련의 고통도 점점 더 빨리 끝으로, 가장 무서운 고통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게 치닫는다….’ 흠칫 놀란 그는 몸부림치며 저항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저항할 수 없음을 알았기에 바라보기조차 지쳐지만, 그럼에도 눈앞에 있으니 보지 않을 수 없는 소파 등받이를 쳐다보며 기다렸다. 이 무서운 전락을, 일격과 와해를 기다렸다. ‘저항할 수 없다.’ 그가 자신에게 말했다. ‘단지 대체 왜 이런지 이해할 수만 있다면. 그런데 그것마저 불가능하다. 93p
‘그러니까 내가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망쳤다는 의식을 지닌 채 삶을 떠난다면, 그걸 바로잡을 수조차 없다면 그때는 뭐지?’ 97p
죽음의 고통 속에 놓은 자 앞에서 그들은 그에게 나름의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의 속은 그리 쉽게 감춰지지 않는건가? 가뿐이 기꺼이 그저 선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게라심에게 위로를 받고, 아들의 눈물에 가족을 용서하고 떠나게 되는 이반 일리치. 그게 조금 빨랐으면 다른 결말을 불러왔을까? 마지막 남은 최선의 기력으로 자신의 사랑과 용서를 표현했지만, 그 말마저 완성하지 못한 것을 그는 안타까워했을까?
이미 죽은자에겐 어떤 답도 들을 수가 없기에 죽음 대신 빛을 만난 그의 마지막은 평안했으리라 짐작할 뿐..
‘끝난 건 죽음이야.’
‘그것은 더 이상 없다.’
그가 지낸 삶은 삶 뿐 아니라 죽음까지였다.
그리고 다시 1장으로 시작되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