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글자도서] 레슨 인 케미스트리 2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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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보니 가머스

“걔는 저상사자 같은 앱니다. 악마의 새끼죠. 그리고 건방져요.”
싱싱 교도소 면회실에서 조트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고, 특종에 굶주는 신입 기자는 그 말을 인용했다.
신입 기자는 UCLA의 마이어스 교수에게서도 한마디 받아낼 수 있었다. 마이어스는 조트를 가리켜 ‘분자보다 남자에 더 관심이 많던 둔한 학생’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보면 TV에서만큼 예쁘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누구요? 조트?아, 잠깐, 혹시 맛좋은 리지 말씀입니까? 우리는 모두 그 애를 맛이 좋다고 했죠. 사실 걔는 앙탈이 좀 심하긴 했는데, 알잖습니까. 여자들은 겉으로 실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아닌 거.

”맛좋은 리지는 훌륭한 연구 보조원이었습니다. 과학계에 들어오고 싶어 하지만 그럴 머리가 안 되는 사람한테 주는 자리죠.“

”여자란 자고로 집에 머물러야 해요. 엘리자베스 조트가 집에 없어서 아이의 발달에 지장이 있다는 사실은 뻔하죠. 그 여자는 아이의 능력을 종종 과대평가해요. 사회적 지위를 의식하는 부모에게 대번에 나타나는 특징이죠. 그 딸이 제 학생이 되었으니, 당연히 저는 그 영향으로부터 아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 책은 인물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사람 몇명과 쓰레기들이 나올 뿐 🔥🔥

DNA 이중 나선으로 노벨상을 받은 자들의 숨은 공로자가 따로 있었다는 사실이 이제는 많이 알려졌지만,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충격이 기억난다. 미국도 인종 뿐 아니라 여성 차별이 우리와 비슷했구나..하는

이 이야기는 1960년대 화학자인 엘리자베스 조트의 이야기다. 조트의 뇌는 오로지 화학의 세계로만 이해하게 조물주가 만들었나? 싶게 뼈 속까지 화학자지만, 당시 미국도 여자란 모름지기…로 시작하는 사회였기에 <화학자로 살아가기 위한 한 여성 과학자의 분투기>가 이 책의 한 줄 요약이다.

쓰레기같은 인간들 속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관계와 일상 생활 지능 지수는 바닥이지만, 20대에 이미 화학자로 대단한 업적을 쌓은 캘빈만이 자신을 과하자로 인정했다. 자신을 여성이 아닌 화학자로 동등한 대우를 해주고 대화가 끊이지 않는 사람을 만난 조트와 캘빈은 연인이 됐다.

똑똑한데 얼굴까지 예쁜건 장점이 아니라 단점인 것인가? 결국 조트는 미인계를 이용해 자리를 차지하거나 이제 한 평생 안락한 삶에 안착하려는 여자로 여겨졌다. 캘빈을 사랑했지만 자신의 능력만으로 과학자의 타이틀을 얻고 싶었던 조트는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동거만 하기로 한 상태에서 사고로 캘빈을 잃는다.

캘빈이 떠나고 임신한 상황을 알게 된 조트는 다니던 연구소에서 해고 통보를 받는다.
여자가 임신=사직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던 사회이기에..

하던 실험을 멈출 수 없었던 그녀는 집의 부엌을 실험실로 개조하고
캘빈이 떠나기 전 가족이 된 인간의 단어를 꽤 많이 습득할 수 있는 강아지 여섯시 삼십분과
화학자 부모를 닮아 세상 똑똑하고 화학자의 두뇌를 갖은 그들의 딸 매드
그리고 그녀의 삶의 조력자인 앞집 사는 해리엇과 삶을 살아낸다.

매드의 도시락을 훔쳐 먹는 바람에 어맨다의 아빠인 방송국 피디인 윌터와 인연이 되어
뜻하지 않게 <6시의 저녁 식사>라는 프로그램 진행을 맡게 되는데…

아기를 낳은 뒤 엘리자베스는 깨닫게 되었다. 아기를 키우는 건 저 먼 행성에서 지구를 찾아온 외계인과 함께 사는 것과 비슷하구나. 처음에는 외계인이 우리의 방식을 배우고, 또 우리는 외계인의 방식을 배우면서 서로 주고받는 부분이 분명히 생기겠지만, 점차 외계인의 방식은 사라지고 우리 지구인의 방식이 고착화된다. 270p

주부들은 언제나 정신이 돌아버릴 지경으로 대단한 생산성을 발휘하며 살아가요. 능력이 되든 안 되든 저녁 식사는 반드시 지어야 하거든요. 엘리자베스, 그건 지속 가능한 삶이 아니에요. 이러다간 심장마비든 뇌졸중에든 걸릴 수밖에 없어요. 최소한 우울증엔 걸리게 되죠. 주부들은 4학년짜리 애가 숙제를 미루듯 집안일을 미룰 수 없으니까요. 남편이 회사에서 딴짖하듯 집안일을 두고 딴짖할 수가 없단 말입니다. 절대로 뭔가 이뤄낼 수 없을 시간대에도 언제나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 해요. 340p

자신에 대해 의심이 들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이것만 기억하십시오. 용기는 변화의 뿌리라는 말을요. 우리는 화학적으로 변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그러니 내일 아침 일어나면 다짐하십시오. 무엇도 나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내가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더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규정하지 말자고. 누구도 더는 성별이나 인종, 경제적 수준이나 종교 같은 쓸모없는 범주로 나를 분류하게 두지 말자고. 여러분의 재능을 잠재우지 마십시오. 숙녀분들. 여러분의 미래를 직접 그려보십시오. 오늘 집에 가시면 본인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시작하십시오.

그 어떤 방해 공작에도 뜻을 굽히지 않는 여자들에게 기껏 한다는 짓이 밸트 푸르고 바지 내리고 덜렁덜렁 거리며 다가오는 거라니… 🤬🤬🤬
조트! 좆 좆 하는 놈들에겐 연필로 거길 찔렀어야했어!

아이, 여성에게 차별과 폭력이 난무했던 시절의 이야기.
이젠 과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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