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해한 사람 (특별 한정 에디션)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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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은 내게 무해한은 ‘외로움’이었다. 내가 안쓰러워 하는 인물들은 다들 화자를 통해 전해졌기에 글자를 통해 전해지지 않고 내 머리 속에 살아서 움직이는 그들의 고통이 무척이나 심했다. 쉬운 언어로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작가라는 찬사가 괜히 붙은 것이 아니겠지. 이토록 일상적인 단어의 조합으로 사람의 마음 깊은 곳까지 감정을 전해지게 만드는 것은 대단한 작가의 힘이리라. 하지만 읽는 독자는 그 감정이 조금 버겁다 느껴지기도 한다는..

가장 마음이 쓰이는 인물은
<그 여름>의 수이, <아치디에서> 하민
나오는 인물들이 다 안타깝고 안쓰럽지만, 이 두 인물이 가장 마음에 쓰인다.

<그 여름> 수이의 입장에서 그 마음이 어떤지 차마 쓸 수가 없으셨나보다. 성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던 시기에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그 속내를 털어놀 누구도 없었던 아이. 그리고 자신에게 찾아온 선물과도 같은 내 삶의 모든 고난은 그 아이의 존재 하나로 아무렇지도 않은 아이에게 이경이가 멀어져 가는 모든 순간을 바라보는 시간들이 그리고 이경이를 보지 못하고 살아야만 하는 시간들이 얼마나 지옥같았을까?
수이의 나중에 대한 언급을 하나도 하지 않음으로 우리에게 깊은 슬픔까지 남겨둔 것만 같다.

<아치디에서> 하민. 자신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어릴적 어른들의 말에 그저 순종하며 사는 것이 기본값이 되어버린 그녀. 손이 소시지처럼 부어 올라도 성실하게 주어진 일을 해야만 하는 그녀. 자신의 감정을 전혀 느끼지도 못하는 사람의 삶이란?

<601,602> 계집애들은 살림 밑천이며, 아들도 못낳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나이가 많든 적든 여자로 살아가는 그녀들 앞에 붙은 수식어.
<지나가는 밤> 아이를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주희도
<모래로 지은 집> 아버지와 형에게 맞고 살았던 공무도 아픔을 몸으로 겪어내는 모래도
<고백> 힘든 고백을 받아들일만큼의 정신적 성숙이 덜 되었다고 위로가 아닌 서로에게 비난을 쏟아내던 미주와 주나도
<손길> 세상의 전부인 사람을 잃고 떠나간 숙모도 그걸 이해하기 너무 어렸던 혜인도
이젠 곁에 따스한 사람이 있다고 말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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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그치다가도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딸들에게 볼을 비비대던 엄마,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가던 길, 늘 엄마를 만날 수 있었던 그때의 기다림을 윤희는 아프게 기억했다.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이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는 일이었으니까. 윤희야, 온 마음으로 기뻐하며 그것을 기다린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고 사랑해주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110p

눈앞에 오로지 죽음이라는 한 개의 선택지만이 놓이게 되었을 때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가 죽을 때까지 그를 괴롭혔던 가해자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처벌받지 않고 다시 민간인이 되어서 죽을 때까지 자기가 무슨 짓을 저릴렀는지 자각하지 못하고 살아갈까. 아니라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될까. 152p

착하게 말고 자유롭게 살아.

넌 네 삶을 살거야.

<손길>에 아주 희미한 빛이 자주 나오는구나..

감정이 힘들 것을 알면서도 다시 집어들게 만드는 작가의 힘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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