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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 일기 쓰는 세 여자의 오늘을 자세히 사랑하는 법
천선란.윤혜은.윤소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평점 :
3명이 뭉쳐 일기를 쓰고 말하는 책이다. 셋은 <일기떨기>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고 아마도 책은 그 과정에서 나온 것들을 추려 만들진 것으로 여겨진다.
가벼운 이야기로 머리를 식히려 펼쳤다가 그대들의 삶이 감정이 책을 뚤고 나와 나의 감정을 흔들어댔다. 특히, 1호의 롤모델쯤 되는 천선란 작가님을 실제로 뵌 적이 있어서 그런지 천선란 작가의 글에 더 몰입했는데 그의 20대가 너무 고단해 어떻게 그 과정을 지나왔는지 정말 대단하다고 멋지다고 토닥이고 싶었다.
자녀의 아픔을 곁에서 하는 일도 굉장히 힘든 일인데 20대가 되자마자 자기보다 덩치가 큰 엄마의 간병을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능과 감정이 2-3세에 머문 엄마를 돌보며 지내는 일에 힘듦을 강도로 표현할 수 있을까?
20대 밥을 잘 못 먹어서 영양실조에 걸리고 간병때문에 잠을 거의 자지 못하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 그렇지만 거쳐 왔기에 값진 시절을 보낸 선란. 그 과정이 얼마나 혹독했을지 미뤄 짐작할 수는 있기에 안쓰러워 혼났다.
여행을 가서도 처절하게 돌아다녔던 그녀가 그려진다. 비 오는 맨하탄을 여행 짐을 끌며 돌아다녔을 그녀. 반고흐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어요~ 또 가셔야죠~
실패하기를 원치 않는 마음과 별개로, 나는 나의 어떤 실패는 반드시 지지하는 편이다. 나의 굳셈을 과신하지만 동시에 그런 자신을 아슬아슬하게 여기기 때문에 나약함을 들키려거든 부디 안전한 곳에서 무너지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여전히 밀어붙이기를 멈추지는 않는 채로 살게 되는 시기가 있다. 65p
75p
저는 약간 강박증이 있어서 청소를 거의 매일 해요. 근데 3일에 한 번 한다? 안 되는 거예요. 최소 이틀에 한 번은 밀대로 바닥을 밀어야 되니까요.
저는 계획형 인간이어서 투 두 리스트가 항상 있고 그걸 거의 기켜요. 지키는 거에 희열도 있고, 그런데 만약 그 리스트에서 체크한 게 일밖에 없어. 일 외적인 거, 청소하기, 스트레칭하기, 집밥 만들어 먹기 등을 만약 다 못 하고 하루가 끝나면 너무 괴로운거죠. 그걸 체크해야 직성에 풀리는 인간이니까. 쉬는 것까지 모든 걸 계획의 범주에 넣으니 힘들 수밖에요.
(오마나… 우리 좀 만나요. )
나는 아무리 아름답게 이야기를 꾸며도 단 한 사람 인생의 아름다움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고 믿는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심지어 읽을 수도 없는 그 인생만큼 신비롭고 아름다움 게 있을까. 엄마의 뇌는 잊었지만 엄마의 몸이 기억하고 있는 삶을, 나는 자주 들여다본다. 엄마의 손가락, 팔꿈치, 목, 다리, 무릎…. 모든 곳에 틈 없이 새겨진 삶의 흔적을. 나는 나의 빈약한 상상력으로 내가 가진 엄마의 단면 몇 개를 자주 이어붙이며 엄마의 삶을 쓴다. 96p
아주 어릴 때는 기념일마다 썼죠. 항상 말미에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딸이 될게요‘라고 적었고요. 유년기의 클리셰잖아요.
아.. 이 문구는 봐도 봐도 좋다. 언제까지 써줄까?
(편지라고는 질색하는 2호, 아직까지 편지 써주는 1호에겐 감사..
일정 시기가 지나면 저런 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꼬박 꼬박 모아두는 아이들의 편지)
나만 받고자 하지 말고, 어느 순간 내 부모에게도 해주자. 했던 다짐. 그리고 가끔은 조금은 오글거리는 달콤한 메시지를 엄마에게 보내기도 한다.
천선란 작가의 에피소드만 나오면 눈에서 눈물이 핑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