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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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키건은 24년간 활동하면서 단 4권의 책만 낸 작가다. <맡겨진 소녀>를 출간하고 11년만에 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맡겨진 소녀와 마찬가지로 이 책도 분량은 적다. 하지만, 책이 던져주는 여파는 엄청나다.

아일랜드의 문화와 분위기 그들의 아픈 역사의 일부를 보게 하는 책.

겨울을 앞 둔 계절. 땔감을 판매하는 펄롱은 분주하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많은 이들이 힘든 시기에 바쁘게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아내와 건강한 다섯명의 딸이 있는 펄롱.

펄롱은 16살의 미혼모에게 낳고 길러졌다. 미시즈 윌슨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윌슨은 엄마를 해고하지 않았고 두 모자와 함께했다. 펄롱이 12살이 되던 해에 엄마는 뇌출혈로 사망했지만, 여전히 미시즈 윌슨의 도움으로 글도 배우고 학교도 다녔다. 그녀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안락함을 누릴 수 있었을까?
자신이 밖에서 바지런히 움직이는 동안 펄롱의 아내도 쉴 틈이 없이 집에서 움직인다. 이 안락함을 절대로 깨지 않으려는 노력처럼..

그런 펄롱의 큰 고객 중 하나는 수녀원이다. 학교를 운영하기도 하고 사회의 큰 영향력이 있는 그곳에 배달을 갔다가 도움을 처하는 아이를 만난다. 그저 이 담을 넘는 장소에 데려다 달라는 아이. 그 아이를 외면하고 돌아왔지만 계속 마음에 남는 펄롱은 아내에게 일장 연설을 듣는다. 우리에겐 책임이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다시 배달에 나선 펄롱은 창고에 갇혀 꽁꽁 언 상태의 아직 젖먹이 아이를 둔 한 소녀를 본다. 자신의 외투를 벗어주는 일 외에 다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었지만, 펄롱은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행동을 한다. 그 일은 많은 이들의 염려를 불러오지만, 펄롱은 계속 불편한 마음을 잠재우지 못한다.

새벽녘 타인의 집 문을 두들겨 뜨거운 물을 얻을 수 있는 정이 있는 동네. 작은 선의에 감사하고, 그 선의를 조용히 하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 정과 사랑이 넘치는 동네인데 갖가지 뒷소문이 가득한 거대한 수녀원의 일은 누구나 조심하라고, 보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지 말라고 한다.

누군가의 선의로 길러진 펄롱은 어쩐지 수녀원에 갇혀 인간답지 않은 대우와 노동 속에 있는 아이들에 자신과 딸을 투영하게 된다. 자신의 주요 고객인 수녀원. 큰 능력이 없는 지킬 가족이 있는 한 중년의 남자. 그저 이 무거운 마음을 달래며 살아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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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이렇지, 펄롱은 생각했다. 언제나 쉼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 29p

-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요즘 펄롱은 뭔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44p

- 두 사람은 계속 걸었고 펄롱이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을 더 마주쳤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 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1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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