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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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일 ‘사랑해야 할 햇빛’이라는 멋진 비유로 ‘겨울의 낮’을 뜻하는 이 단어는, ‘매일 아낀다’로 해석되면 ‘부모를 보살필 수 잇는 날이 적은 것이 안타까워 하루라도 더 정성껏 모시려고 노력함’을 뜻하기도 한다. 이 두 겹의 애일이 테두리를 감싸고 있는 이 소설은 엄마와 사별한 후 황폐한 암흑과 한겨울의 추위 속에 홀로 남겨진 정연이 사랑해야 할 햇빛들을 찾아가고 엄마의 부재를 정성껏 애도하며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다. <김혼비 작가 추천사 중>

상상하기도 싫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끝을 슬프게만 그리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암을 치료하는 중간 중간, 치료를 포기한 순간에도 마지막까지 끌어모아 올린 힘으로 칼국수를 반죽하고 김치를 담근 엄마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자신처럼 남편없이 아이를 혼자 키우는 미용실 혜란 이모와 그 아이의 먹거리를 해다 주던 엄마. 외할머니가 생각나는 동네 어르신의 집을 둘러보며, 따스한 이불과 선풍기를 사다 드리는 엄마.

정연과 미연은 아마도 독립적인 삶을 살아냈던 남에게 정을 베풀던 삶을 살았던 엄마의 흔적이 어딘가에 녹았으리라..

정연씨 엄마는 어떤 사람이셨어요? 라는 말에 나는 우리 엄마를 어떤 사람으로 소개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어딜 가고 싶어하실까? 어떤 음식을 좋아하실까? 어떤 색을 좋아하나? 어느 순간 점점 나에게 기대시는 엄마를 통해 다행스럽게도 나는 엄마의 취향을 잘 알게 됐다.

잊지 못할 엄마의 옷이 한 벌 있기도 하다. 지금은 엄마의 옷장에서 사라진 옷이지만, 내 기억 속에 너무나도 선명한 옷. 연두색이라기엔 좀 짙은주름 치마 투피스, 블라우스 팔엔 화려한 국화가 그려졌던 옷. 그 옷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아마도 그 옷이 사라지는 시점에 내가 곁에 있었다면 가져왔을 옷. 아쉽지만, 그 마음은 내 속에 간직하고만 있다.

겨울이지만 봄처럼 푸근한 요즘은 어쩐지 조해진 작가의 이 작품 속 J읍의 둑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정미의 실룩거리는 엉덩이와 꼬리를 바라보며 조금 작은 엄마의 신발에 발을 넣고, 조금 이른 개구리 소리가 들리는 둑을 걷는 기분. 아마 조금 먼 곳엔 마을 어디에서나 보이는 큰 나무 한그루가 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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