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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빌런 고태경 - 2020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정대건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19살에 호기심으로 기웃거린 영화 입시 학원에서 <초록사과>라는 영화를 보고 영화인의 길을 걷는 조혜나 감독. <원찬스>라는 영화를 찍었지만 평이 그리 좋지 못했다.
전 남친 종현이 나오는 영화의 GV(guest visit)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빌런과 신경전을 벌이게 되면서 베레모의 중년 남성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GV마다 나타나 곤란한 질문을 던지는 빌런.
혜나는 같이 영화를 공부하던 승호를 만나 이야기하면서 다큐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GV 빌런 다큐를 찍기 시작한다. 알고보니 혜나가 영화를 시작했던 문제의 그 작품<초록사과>의 스탭이이었던 것. 여전히 영화에 대한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50이 넘도록 여전히 제대로 된 자신의 영화를 찍지 못했다면 패배 의식이나 자격지심으로 가득 차 있어야 정상일텐데.. 가까이에서 지켜본 고태경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가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그저 영화를 공부하는 방법이었던 것. 극장은 그의 영화 학교인 셈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바르샤바 영화제>에 <원찬스>로 초대 받은 혜나는 이미 헤어졌지만, 다시 만나 모호한 관계에 있는 종현과 동행하게 되는데, 어쩐지 더욱 벌어지기만 하는 둘.
거기에 다큐가 패배자의 시선으로 찍혀 촬영을 그만두겠다는 고태경까지..
혜나의 이번 작품도 이렇게 끝나게 되는건가?
- 극장이라는 곳이 참 재미있지. 결국 우리는 스크린에 쏘아진 빛을 보기 위해 일부러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거 아닌가. 98p
- 재능이니 뭐니 하는 건 이샙대에나 하는 거 아냐? 그냥 하는 거지. 이 나이 되니까, 재능 있다던 사람들 그만두고 재능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성공하는 것도 다 지켜봤어. 꾸준히 계속하는 의지야 말로 진짜 재능이지. 102p
- 작품을 완성하려고 무릎까지 꿇었다고 했지? 그런 거 아무나 못 해. 난 말이야, 이제 나한테 그런 기회가 주어지면 무릎 꿇는 거보다 더한 것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진짜 부끄러운 건 기회 앞에서 도망치는 거야. 138p
- 자기가 좋아한 것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았다. 우리가 추구하던 꿈과 기대하던 삶이 전부 무너진 다음응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168p
- 내가 사랑하는 걸 미워하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걸 더욱 사랑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어.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뭘 위해서 이 모든 일을 하겠어? 202p
- 우리의 삶이 영화 같을 줄 알았는데…. 오케이는 적고 엔지만 많다. 편집해버리고 싶은 순간투성이야. 205p
- 어떻게 버티느냐고 물었지. 진정으로 응원해주고 지켜봐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돼. 217p
- 누군가 오랫동안 무언가를 추구하면서도 이루지 못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비웃습니다. 자기 자신도 자신을 비웃거나 미워하죠. 여러분이 자기 자신에게 그런 대젖ㅂ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냉소와 조롱은 누구가 쉽게 할 수 있는 값싼 것이니까요. 저는 아직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꿈과 열망이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제 영화를 상영하는 겁니다. 24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