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감각 - 〈에브리타임〉에서 썰리고 퇴출당하며 벼려낸 청년들의 시대 감각
나임윤경 외 지음 / 문예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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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인상적인 일 중의 하나를 꼽아라고 한다면 댓글로만 보던 이야기를 육성으로 들었던 경험을 꼽을 수 있겠다. 20대 중반쯤이 된 아주 똑소리가 나는 친구가 내는 의견은 모두 극단에 가 있었다. 자신이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 강하게 말할 수 있는 똑부러짐이 멋있었지만, 이내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녀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모든 권리가 제로섬 게임이있기 때문이다. 뺏고 쟁취해야 하는 것. 원래 우리껀데 니들이 가져갔으니 내 놔!와 같이 들렸다.

당황스러웠고, 슬펐고, 안타까웠다.

내가 첫사랑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그 나이의 자녀를 뒀을텐데 얼마나 부당한 삶을 보여줬길래 다음 세대인 이들이 이토록 치열한 생각을 갖게 한 것인가? 싶었다.

한 대학의 강의 계획서가 온라인에 퍼지면서 시작된 책이다. <사회문제와 공정>이란 수업의 계획서에서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학생들에게 고소당한 사건을 언급하며 ‘공정감각’이 누구를 향한, 누구를 향해야 하는 감각인지 생각해 보고, 대학생들의 익명 사이트인 <에브리타임>에서 쏟아지는 혐오 발언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공간이 학생들의 믽적 담론의 장으로 변화시킬 수 없을지 모색하자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었다.

책은 크게
1. 연세대 청소 노동자 파업에 대한 학생들의 고소
2. 구조적 차별이 없다는 의견
3. 학벌 서열화가 왜 잘못인지
4. 장애인 이동권을 주장하는 이들의 글에 대해
5. 성소수자들의 권리
6. 비건을 실천하는 이들에 대한 배려 등으로 나뉜다.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해주자, 하는 이야기들은 쉽게 삭제되고 비난을 받는 사실에 놀랐다. 여기에 기록된 글들이 전부 나의 의견과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한 번쯤은 이해해보려 노력할 수는 있지 않을까? 그 정도의 배려가 없는 사회인가? 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권리를 찾으려는 사람도,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상대방의 상황이 어떤지 들어보고 이해해보려는 최소한의 자세.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라 고민할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라는 배려가 쏙 빠진다면 줄다리기 게임일 수밖에 없다. 조금 더 힘이 쎈 쪽이 이기는 게임.

내 지인은 직장에서 중간 관리자급의 위치에 있는 남편에게 직원들이 뭘 하자고 하더라도 ’뭐라고? 그걸 말이라고?’라는 내 상식과 어긋나는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내 자식이 하는 말이겠거니… 하고 생각해보라고 자주 이야기 해준다고 한다. 나와 관계있는 누군가의 일이라고 한 번쯤 생각해보는 자세를 갖는다면 제로섬 게임은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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