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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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경찰에게 쫓기는 아들이 먼 곳으로 떠나기 전에 어미를 찾았다. 술 주정뱅이 아비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은 아들은 아비를 악마라고 지칭한다. 아들이 아비를 향한 분노를 들은 어미는 아비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혹독한 시베리아에서도 소외된 트루한스크의 유쥐나야 마을에 500명의 아이들이 기숙할 건물들이 세워진다. 황제가 지시하고 리세코 후작이 진두지휘로 수도원과 개울을 가운데 놓고 좌우가 똑같은 ‘홀로드나야’라고 불리는 쌍둥이 마을이 완성된다.

리센코 후작과 연구원들은 동서로 남녀를 갈라 수용하고 한 오두막에 25명씩 연령을 섞이게 배치하여 친형제 자매처럼 오손도손 지내게 된다. 학교와 공동 작업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질 좋은 식사를 제공받는다. 아이들을 면밀히 살피는 리센코 후작은 아이들의 아버지였다. 이들의 행복한 생활을 한다고 느꼈다. 다만, 특이한 점은 아침 7시와 저녁 7시 하루에 두 번 한 명도 빠짐없이 광장의 저수지에서 ‘입수 기도’라는 특별한 의식을 치룬다는 점이다. 영하 50도에 가까운 추위에 거의 알몸에 가까운 아이들이 하루에 두 번 10분은 물 속에서 버텨야 한다. 돌이 좀 지난 아이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종종 심장마비 등으로 아이들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 때마다 후작은 깊이 애도하며 아이를 안고 수도원쪽으로 올랐다. 그리고 그는 함께 입수하기 시작했다.
첫 사망자인 안나의 죽음이 있었을 때 바구니에 담긴 한살이 갓 넘은 아이가 물 속에 빠졌었다. 그 차가운 물 속을 잠수해서 아이를 건져 올린 나타샤. 나타샤는 이후로 그렇게 건져 올린 아이를 돌본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아이는 바로 ‘케케‘ 이 이야기를 이끌고 있는 노파의 이름이다.

이 마을에 이벤트가 생겼다. 추위에 잘 견디는 나타샤와 추위에 잘 견디는 한 남자와의 결혼. 그들은 그렇게 신혼살림을 차리러 수도원에 올라가고 이후론 만날 수 없게 된다. 다만, 두어해가 지나고 그 둘의 아이가 바구니에 담겨 마을로 내려온다. 나타샤의 아이라 애지중지 돌보지만,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가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아이가 죽게 된다. 그 아이와 두번째 아이까지 그리고 나타샤가 나타나고 저수지에서 주검으로 나타난 사건 이후로 이 마을에서 평화는 사라진다.

’한랭 내성’의 민족을 만들려던 후작의 실험. 이 모든 실험군은 후작의 계획에 맞게 결과를 뽑아내야 했다. 추위에 강한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면 당연히 추위에 강할 것이라는 아주 단순한 가설. 그 가설에 맞는 결과물이 나와야하는데, 결과물은 그의 가설에 맞지 않는데…

- 숫자 속에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해. 숫자를 세는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110p

- 저는 본 걸 믿지만, 바보들은 믿는 걸 봐요.

- 검증되지 않는 이론을 긴시간 믿게 되면, 그것을 바꿀 수 없는 신념이 된다. (중략) 불안은 광기로, 실망은 폭력으로 폭발했다. 175p

-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수백 명의 죽음은 그냥 통계죠. 234p

- 프라우다. 제가 편집장으로 있는 신문이에요.
그리고 ‘그분’이 저에게 새 이름을 주셨어요.
스탈린. 이오시프 스탈린. 강철의 사나이라는 뜻입니다.

작품에서 실제 스탈린이 했던 말은 다른 폰트로 기록되어 있다. 소설 속에 스탈린이 실제로 했던 말들이 많이 인용되어 있다는 뜻.

스포 방지를 위해 줄거리의 핵심을 생략했는데, 작품과 연계된 역사 연보를 읽으며 소름이 쫙!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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