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정지아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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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하면 떠오르는 권여선 작가님 여기에 뒤지지 않는 한 분이 나타나셨다. 뒤늦게 터져 작가들의 희망으로 불린다는 정지아 작가님.
빨치산의 딸로 태어나, 근현대의 역사의 격동을 온가족이 겪은 작가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리 다이나믹한 인생의 서사가 있었는지는 책을 통해 알았다.
당시의 시대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빨치산의 딸>이란 실록을 쓸 용기는 어디서 온 것일까?라는 궁금증도 생겼다.

작가의 아버지는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아버지와 어쩐지 자꾸 오버랩이 된다. 아직 미성년인 작가의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매실주를 가득 내어주고 옆 집으로 마실을 가는 이 쿨내 진동함을 보면..

작가의 에세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술은 거들뿐 사람이 주에 놓여있다. 좋은 사람 곁엔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법이니까…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취재 여행으로 떠난 곳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까지 더해지는데 작가는 그들과도 역시나 ‘술’을 마신다.

가난한 공주, 진보라기엔 보수의 성향과 자본주의의 냄새가 짙다고 욕을 먹곤하는 그녀는 위스키(조니워커 블루)를 즐기고 던힐을 좋아한다.

한 병에 6억 오천만원인 술이 있다니! 그걸 마시는 사람이 있다고? 야쿠자와 대작도 하고, 그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기도 하고, 북한에 방문했을 때 술에 취해 바위 위에서 잠을 잔 일화 등 .. 이 작가님 앞으로 소설 10편은 더 쓰시겠구나. 싶은 현실인데 현실같지 않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작가의 작품에서 나오는 사투리를 너무 사랑하는 나는 그 부분이 없어 아쉬웠다가 한자락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역시 작가님 작품엔 사투리지!

- 하늘이 고우면 고와서, 바람이 스산하면 스산해서, 노골노고로 땅이 녹는 초봄에는 마음이 노골노골해서, 비가 한줄금 긋고 지나가면 맘이 괜시리 착잡해서, 마신다.

- 캡틴큐 끝에는 크-가 따라붙어야 제격이고, 시바스리갈 끝에는 말줄임표가 따라붙어야 제격일 것 같았다.

“이것도 극복할 수 있겠죠 뭐.”
“뭘 또 극복을 해! 극복 좀 그만해! 이마큼 산 것도 정말 장한데 뭘.”

(그 어떤 문장보다 나에게 위로를 해 주는 글이다.)

김장 육백포기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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