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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평점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이런 질문은 나는 너무 철학적인 질문이야. 라는 생각을 한다. 작가는 인문학을 오래 많이 공부한 사람인데 나 자신이나 세상을 이해했다는 자신감을 얻지 못했으나, 과학을 공부하면서 이것은 진리의 영역이라는 것을 깨달고, 과학 공부의 맛을 알게된 저자는 좋은걸 소문내고 싶은 마음에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읽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나는 작가의 책을 읽으며(덮고 금방 잊었지만) 공교육과 과학 교양서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과학의 원리를 무릎 탁! 치는 순간을 만났다.
3년전쯤 아이가 질문했다.
엄마 플랑크 상수가 뭐야?
나는 어떻게든 약간이라도 이해하고 간단하게라도 답을 해주고 싶어 검색을 했다. 이건 한국말인가? 아닌가? 분명 한국어로 기록되어 있으나,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고요. 물론 수식도 있다. 나는 이런 자세한 무언가를 원했던 것이 아닌데..
과학 교양서를 읽어도 문과들에게 어려운 이유는 양자역학에서 출발해 화학과 생물학을 거쳐 뇌과학으로 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순서는 문과한테 너무 가혹하다. ㅋ 해서 저자는 뇌과학으로 시작한다. 덕분에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다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잠시 정신줄을 놓고 흘려 보낸 구간들이 있음을 고백한다.
책은 총 6장으로
인문학과 과학(인트로라 볼 수 있음), 뇌과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수학으로 나뉘어 있다. 수학에 대해 어떻게 쓰신거지? 궁금했으나, 그 부분은 썰로 해결하셨다. 하여 1장보다 더 재미나게 읽힌다. 독특한 수학자들의 뒷담화?정도 되시겠다.
이 책은 작가의 전문 영역이 아닌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아주 겸손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나는 모른다.라는 말도 종종 나온다.
이 책은 과학을 이야기하지만, 어쩔 수 없는 문과 남자는 경제와 철학까지 녹여낸다. 한계 생산 체감의 법칙 등을 설명할 때는 확실히 저자의 글에 힘이 실리고 즐거움이 더해진 느낌이다.
저자 덕분에 음이온, 양이온, 공유결합, 이온결합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됐고, 불확정성의 원리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적어도 양자역학을 왜 언어로 설명하기가 어려운지 김상욱 박사께서 실릿 두 개를 나란히 세우고 빛을 쏜 구체물 실험보다 더 이해하기 수월했다.
역시! 설명은 문과다!
더 공부하셔서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2를 써주시기를 ~
인문학을 이리 오래 공부한 그것도 보통보다 똑똑한 두뇌를 갖은 분도 칸트의 철학을 읽고 이해하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해봤자 헛수고라고..
그리고, 프랑스 철학자들은 하나마나한 얘기를 너무 어렵게 쓴다고 싫어한단다. 그걸 공부하고 싶지도 않단다.
그런 철학자들의 글을 수능 지문으로 쓰지 말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