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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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 서점에서도 여러권을 한꺼번에 입고하는 대단한 브랜드 파워를 갖은 작가!
작가의 필력은 이미 정평이 났다. 가독성도 좋고 사람의 감정을 관계의 공기를 이렇게 잘 표현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천재 작가.
이 책의 앞부분 작품들은 그런 느낌과 비슷하다?고 생각됐지만 향기가 길게 가진 않았다. 중반이 넘어가니 갑자기 @bookbooksummer 님의 말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눈물이 저절로 흘러 내린다. 참을 수가 없을 정도다. 예전의 작품들이 슬픔을 감싸고 뭉근하게 올라온다면 이 책의 중반부터의 작품은 슬픔의 한중간으로 독자를 잡아당긴다. 도저히 끌려가지 않을 수가 없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은행을 다니다 그만두고 다시 대학에 다니는 희원과 대학 강단에 서는 여인의 이야기.

- 나는 아직도 그 말을 하던 사람의 얼굴을 기억한다. 그가 잔임함을 잔인함이라고 말하고, 저항을 저항이라고 소리 내어 말할 때 내 마음도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가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날것 그대로 말하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덜 외로워졌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그럴 수 없었던, 그러지 않았던 내 비겁함을 동시에 응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31p

- 어쩌면 그때의 나는 막연하게나마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던 것 같다. 나와 닮은 누군가가 등불을 들고 내 앞으로 걸어주고, 내가 발을 디딜 곳이 허공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좇고 싶었는지 모른다. 44p

🎯 몫
글쓰기 대학 동아리

- 우리는 구조적인 모순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돼요. 기지촌 사건은 민족모순, 계급 모순 아래에서 배태된 문제죠. 거대한 구조를 봐야 해요. 왜 그 사람이 그때 거기서 살해당했는지, 구조적인 틀을 놓치고 보면 안 되죠.
언닌 정말 그렇게 믿어요?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그런 일이 없어질 거라고, 통일 조국이 되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여자들이 맞고, 강간당하고, 죽임당하는 일이 없어질 거라고 믿어요, 언니?

-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 읽고 쓰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을 털어버리고 사는 사람들 있잖아. 부정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정의롭다는 느낌을 얻고 영영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 79p

🎯일년
8년 전 겨울 회사의 계약 인턴인 다희와 수술 후 병원에서 우연히 만났다.
- 어쩌면 사람들은 자신의 그런 추한 가능성을 알아보았는지도 몰랐다. 난 그런 사람이 아이야.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당신들 탓이야.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생각은 자기 자신조차 설득할 수 없었다. 110p

📌 여기부터 슬픔 주의
🎯 답신 (나에겐 슬픔 최고봉)
이 단편은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다.
엄마랑 어린 시절 헤어지고, 돈을 버느라 외국에 나간 아빠를 대신해 고모 할머니에게 자라 끈끈한 자매. 유독 아빠는 언니에세 상처줬다. 동생을 늘 감싸던 언니는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한다. 고등학생 시절 교련 선생과 제자인 사이에 연애를 한 상황. 자신에게 잘해 준 유일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언니는 결혼 후 지옥같은 생활을 이어간다. 언니의 삶이 지옥이라 바라본 동생이 어느날 참지 못하고 형부와 몸싸움을 벌이는데.. 그 일로 재판을 받게 되고, 결국 형부의 고소와 언니의 증언으로 동생은 실형을 받는다.

🎯파종
엄마가 돌아가신 8살 무렵부터 그녀를 돌봤던 15살 많은 오빠에게 소리와 함께 왔다. 그와 같이 텃밭을 가꾸며 민주와 소리는 마음을 채우며 살았다. 그들에게 늘 따스했던 사람이 그들의 곁을 떠났다. 마지막까지 힘든 건 다 자신이 가지고 간다는 말을 남기고

민주야

너 힘든 거, 나 줘…. 가지고 갈게.
203p

🎯 이모에게
서울대 나온 아빠와 엄마 그리고 엄마랑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냉정한 이모와 사는 희진. 냉담하고 도도한 이모는 사실 겨우 누울 공간만 남은 작은방에서 희진이네 집의 살림을 도맡아 한다. 차가워 보이는 이모의 모습 속의 실체는 자신 스스로를 위한 삶은 없었다.

🎯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기남은 오년만에 둘째 딸을 만나러 홍콩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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