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의 얼굴들
박주영 지음 / 모로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양형 이유>가 너무 좋아서 판사님 책을 검색했다. 2021년도에 출간된 책 <법정의 얼굴들>을 만났다.

전작보다 더 좋다. 전작도 좋지만 이 책은 더 좋다. 분명 메마른 글이 판결문이라고 했는데, 이 책에서 언급된 판결문은 그마저도 문학이 아닌가 싶을만큼 따스함이 담겨 있었다. 그런 판결문에 비난의 소리도 들으신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글을 남기시는 이유는 정확한 공감을 위함이라고 한다.

판사가 지향하는 바를 보면 이 책의 결을 알 수 있다. “불의한 세상에서 홀로 싸우는 개인을 방치하지 않는 것, 단 한 명도 희생시키지 않는 것.”

좋은 판사의 덕목으로 중립, 공정, 전문성,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쓰는 능력 등을 꼽지만 아론 바락의 법관상 정의를 좋아한다고 한다.
’법문을 맥락과 함께 읽으며 때로는 적극적이고 때로는 소극적인 법관, 법문을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으로 삼는 법관, 법만 아는 게 아니라 사회문제와 사회의 여망을 아는 법관, 법이 전부라는 생각을 갖지 않는 법관, 사법이 권력이 아니라 봉사임을 알고 실천하는 법관, 법정에서 당사자의 이야기를 중단시키거나 교육하려 들지 않는 법관,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법관…..‘(380p)

이런 직업적 지향점을 갖고 있는 분이 말하는 그 지향점의 최고 자리에 우뚝 솟은 분을 꼽았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1933~2022)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확고한 신념, 예의를 갖춘 적의, 일에 대한 열정, 우아하면서도 거침없는 삶의 자세에 있음을 보여주신 분이라고 한다. 그 분의 싸움의 기술은
1. 정당한 목적을 위해 싸운다.
2. 시대정신을 담아 싸운다.
3. 싸움터의 속성을 정확히 파악한다.
4. 우아하게 싸운다.
5. 거침이 없고 집요하다.
6.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이런 롤모델을 두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무게에 정확한 지향점을 갖고 있는 법관!이 쓴 글이다.

모든 책에 따스함이 스며있다. 이렇게 따스하고 공감력이 높은 사람이 법관이란 직업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염려를 하며 계속 울컥거리는 마음을 추스리며 읽어야 했다.
약자들을 향한 안타까움, 공정함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아이들을 향한 사랑,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순간이라는 것의 무게감 등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이면 여지없이 빵 터지는 유머로 웃음을 던진다.
울리고 웃기고 변화무쌍한 감정을 넘나들며 읽게된다.

도저히 웃지 않을 수가 없는 증거자료는 ;;; 법관님들 정말 극한 직업 ㅠ
감정이 얇은 분들이 가정 법원에서 오래 근무하는 일은 수명을 단축시키는 일이구나. 싶다. 실제로 많은 법관들이 신체적 고통으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정 법원의 일을 계속 하지 못한다고 한다. 안타까운 점은 저자도 이 책을 기록하는 도중 건강에 문제가 생겨 휴직을 하셨다고. 부디 곧 회복하셨기를.. 그래서 계속 좋은 재판을 하는 법관으로 남아계셔 주시길 바란다.

살해 후 자살 범행에 대한 온정주의 기저에는, 부모 없는 아이들, 극도로 궁핍한 아이들,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굳건하게 지지해줄 사회안전망이 없다는 불신과 자각이 깔려 있다. (중략) 피고인 개인을 비난하면서도 중벌에 처할 수 없는 이유는, 결과에 상응한 적정한 형벌과 실제 선고되는 형벌의 차이만큼이 바로 국가와 사회의 잘못임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선고되지 않은 나머지 형이 우리가 받아야 할 비난의 몫이다. - P59

- 판결문 표지에 기재되는 죄명에는 실제 사건의 100분의 1도 담기지 않는다. 피해자의 눈물도, 고통도, 부서진 일상과 미래도, 더는 흐르지 않는 시간도 생략돼 있다. 피해자의 시간은 한순간에 멈춰 있다. 잠시 흐르는 듯하다가도 어느새 다시 그 지점으로 복귀한다. 가해자에 대한 응징과 주변의 배려 없이는 그들은 다시 흘러가지 못한다. - P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