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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 고명재 산문집
고명재 지음 / 난다 / 2023년 5월
평점 :
비가 오는 날에도, 해가 쨍한 날에도, 마음이 힘들 날에도, 기쁜 날에도, 우울한 날에도, 슬픈 날에도, 행복한 날에도 잘 어울리는 책이다.
작가는 분명 사회적 기준으로 보면 풍족하지 않은 삶을 살았고, 어린 시절 아픔으로 기록할 삶도 살았다.
하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그는 슬픔을 슬프다고만, 고통을 고통으로만 기억하고 기록하지 않는다.
이 깊은 따스함과 사랑의 원천은 어디서 온 것인가?
첫 시집에서 나는 이미 알아챘다. 이 작가의 넘치는 사랑과 따스함을..
그런데 <난다> 출판사의 김민정 시인이 회색의 글을 써 보라고 권유했다고 들었다.(정확하지 않음) 그렇게 고명재 시인은 난다 출판사와 만나 회색의 글을 썼다는데 나는 회색으로만 읽히지 않았다.
화려하다 못해 빛나는 마음, 따스하다 못해 뜨거운 마음. 그럼에도 흐르는 눈물. 그 모든 것이 들어있는 책이다.
그를 닮은 책.(내가 작가를 아는 것이 아니므로 확실하지 않지만…)이라 여겨진다. 가리려고 해도 뚫고 나오는 이 다정함. 두 손 가득 그는 사랑을 들고 다닌다.
- 엄마와 아빠와 동생이 경주로 떠났을 때입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할머니에게 맡겨졌는데요 가을쯤이었나요, 초겨울 혹은 십일월이었나요. 어느 저녁, 엄마랑 아빠는 어린 동생을 데리고 야반도주하듯 떠나야 했습니다. 그때 저는 할머니 집 앞에서 손을 흔들었어요. 씩씩하게 나 괜찮아 활짝 웃으며. ‘언젠가는 꼭 다시 같이 살자.’ 그렇게 말하고 힘껏 저는 돌아섰어요. 생각해보면 참으로 이상한 말이었습니다.‘언젠가-꼭-다시-같이’로 연결되는 말. 부사로만 빼곡하게 이어진 말. - P53
- 여름은 그렇게 언제든 반으로 무언가를 잘라서 사랑을 나누어 먹는 행복한 계절. 간혹 나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할머니 몰래 속으로 기도를 하고는 했다. 내 수명을 뚝 잘라서 당신께 주세요. 그렇게라도 좀더 지금일 수 있다면, 조금만 더 느리게 녹지 않을 수 있다면, 우리가 지금 이대로의 우리일 수 있다면. - P60
- 몸은 춥지만 겨울은 정말 따듯하구나. 사람과 사라이 포개짐녀 그게 보온이구나. 좋은 부모, 좋ㅇ느 사랑은 그런 걸 해낸다. 캄캄한 환경을 넘어설 무릎과 용기를 주는 것. 그때 우리가 살던 집은 너무 좁아서 가족 넷이 누우면 어깨가 겹치곤 했는데, 나는 그게 정말이지 행복했다. 매일 밤마다 가족이 나란히 꼭 붙은 채로 종알종알 떠들다가 잠들곤 했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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