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총 7편의 단편. 다시 만난 작품도 있고.

🎈사슴벌레식 문답

사슴벌레의 등에 작은 휴지를 대고 양쪽 다리에 빗자루 싸리를 몇 개씩 매달아 너 대신 청소를 시켰으면 어땠을까.

너 어떻게 그렇게 잔인해?
나 어떻게든 그렇게 잔인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은 무엇으로든 살아.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강철은 어떻게든 단련돼.
너는 왜 연극이 하고 싶어?
나는 왜든 연극이 하고 싶어.
너는 어떤 소설을 쓸 거야?
나는 어떤 소설이든 쓸 거야.

정원과 나는 이런 대화법을 의젓한 사슴벌레식 문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뒤집힌 채 버둥거리며 빙빙 도는 구슬픈 사슴벌레의 모습은 살짝 괄호에 넣어두고 저 흐르는 강처럼 의연한 사슴벌레의 말투만을 물렵다기로 말이다.

대학에 같은 곳에서 둘씩 방을 쓰며 친해진 4명이 30년이 지난 지금은 3명이 됐다. 구슬픔은 넣어두고 의연함의 말투를 배운 정원이 세상을 등지고 떠났다.
톡 쏘는 말투를 갖은 주인공만 여전히 정원의 기일을 지키고 있다.
서로를 지키려 했던, 친구들의 마음과 모습은. 20여년전 강촌의 엠티까지었을까?
친구의 남편을 밀고하고 교수 자리를 지킨 경애와 그에게 미안함을 요구하는 부영. 그 상황에서도 여전히 의연함으로 답을 하는 경애. 그들은 그렇게 의연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기억의 내용은 동일해도 그 뉘양스는 바뀐 지 오래인데 ..
어디로 들어와?
어디로든 들어와.
어디로 들어와 이렇게 갇혔어?
어디로든 들어와 이렇게 갇혔어.

누군가가 꺼내 들어 던져주면 될까?

🎈 실버들 천만사

코로나로 잠시 쉴 시간이 생긴 모녀가 외진 곳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미래완료를 늘 두려워하며 살았던 딸. 그 미래완료형을 고2에 맞았다.
자신의 삶이 닮을까봐 거리를 두고 지냈는데 여행을 통해 서로를 알아간다.
배려하지 말고, 내 것을 찾이하려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마음 씀씀이까지 닮은 모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홀로’ 지내는 것을 택했지만, 거리두기를 포기한다. 아무리 자신을 흔들어도 편안할 것을 알기에..

🎈하늘 높이 아름답게
파독 간호사로 일하던 주인공은 그곳에서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아이를 낳았고, 아이를 낳고 퇴원하던 중에 남편을 잃는다. 홀로 아이를 키울 방법을 알지 못한 주인공은 아이를 다른 가정에 보내고, 한국으로 쫓겨와 속죄하는 마음으로 온 정성을 다해 헌신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런 죽음 뒤에 사람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

🎈무구
우연한 기회에 대학 친구를 만나게 되고, 홀로 부동산을 하며 열심히 사는 친구에게 자주 다니던 중 친구가 찜한 땅을 사게 된다. 그 땅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돌고, 친구와 연락이 끊기는데, 어떻게든 가지고 있던 땅이 제법 큰 덩이리가 됐다.

🎈깜빡이
답답해 1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
답답해 2

🎈기억의 왈츠
눈치없는 사람 곁엔 늘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 🤧

- 어디로 들어와, 물으면 어디로든 들어와, 대답하는 사슴벌레의 말 속에는, 들어오면 들어오는 거지, 어디로든 들어왔다, 어쩔래?하는 식의 무서운 강요와 칼같은 차단이 숨어 있었다. 어떤 필연이든, 아무리 가슴 아픈 필연이라 할지라도 가차없이 직면하고 수용하게 만드는 잔인한 간명이 ‘든’이라는 한 글자 속에 쐐기처럼 박혀 있었다.

- 완성은 너무 미화고, 완료도 마음에 안 들고, 깔끔하게 종경이라고 할래. (오호! )

- 어떤 말은, 특정 음식이 인체에 계속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듯, 정신에 그렇게 반복적인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오익은 생각했다. 말의 독성은 음식보다 훨씬 치명적이었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음식은 기피할 의지만 있다면 그럴 수 있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킨 말은 아무리 기피하려 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기피하려는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점점 더 그 말에 사로잡혀 꼼짝달싹도 할 수 없게 된다. 원채는 다 갚기 전에는 절ㄷ 안 없어진다고, 죽어도 안 끝나고 죽고 또 죽어서도 갚아야 하는 빚이 원채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