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아이 꿈꾸는돌 36
이희영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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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취직했어. 진짜라니까.’
‘혹시 돈 있어? 빌려 달라는 게 아니라 투자해 볼 생각 없냐고.’
‘장사할 거야. 자본금? 그래서 말인데 내가 진짜 좋은 사업 아이템을 ….’
엄마는 계획과 꿈이 많은 사람이었다. 새로 시작하려는 일도, 아이디어도 넘쳤다. 그러나 어떤 성과나 좋은 결과를 보여준 적은 없었다. 엄마가 가장 많이 한 약속은, 우리 아들 곧 데려간다는 것이었다. 이수가 엄마의 친척, 친구, 그 밖의 지인들 집을 전전할 동안, 약속은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술을 마신 엄마가 반쯤 풀어진 눈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들, 우리 바닷가 마을에서 사는 거야.’
이 한마디만이 엄마가 지킨처음이자 마지막 약속이었다.

마지막 약속을 지킨 엄마는 이수 곁에서 영영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 이수는 바닷가 마을이 아닌 온통 바다로 둘러 쌓인 섬에서 자신과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할머니와 살고 있다. 80을 바라보는 할머니는 정우 아주머니의 횟집에서 일을 하고, 정우는 매일 학교를 등교하기 위해 배를 탄다.
이수의 엄마와 새아빠는 떠들썩한 사건으로 사망했다. 보호자가 없어진 이수에게 손을 내민건 새아빠라는 사람의 엄마였다. 자신의 힘든 삶의 보상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아들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그 아들을 죽게 만든 사람의 자녀를 거둔거였다.
그 사건을 기억하는 놈이 학교에 있었다. 그냥 조용히 지내고 싶은 마음에 큰 덩치에도 그녀석의 괴롭힘에 당하고 지내줬다. 그런 이수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녀석이 나타났다.

세아. 바닷가 마을 촌구석에 전학생이 생겼다. 소문으론 1년을 교도소에서 보낸 아이라 또래 친구들보다 1살 많다고 했다. 전학 온 날부터 기윤이 시비를 걸었지만, ‘주거 침입, 절도, 폭행, 그리고 살인 미수’의 타이틀을 달고 있는 세아에게 함부로 덤비진 못했다.
아이들의 수근거림과는 달리 담배 대신 사탕을 물고, 이수가 당하는 일을 지나치지 않고 걸림돌을 던지는 세아는 어떤 사연이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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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는 해풍을 늘소금 바람이라 불렀다. 소금기가 묻은건 쉬 변하고 상한다고. 이수의 시선이 고춧가루에 무친 빨간 조개젓에 닿았다. 소금기가 묻은 건 빛이 쉬 바랠 수도, 반대로 형태를 오래 유지할 수도 있었다. 소금 바람이 할머니에게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앗아간 것은…

- 이수는 스스로가 선인장이 된 기분이었다. 턱없는 수분으로도 몸피를 늘리며 사막에서도 살아남는….

- ‘참 무슨 기구한 인연인지.’
아줌마는 할머니와 이수의 만남을 기구하다 했다.
순탄치 못하고 탈이 많다.
그것이 할머니와 자신의 인연일까?

- 쓸데없는 얘기일 리가. 누군가에게 한번쯤은 털어놓고 싶었겠지. 파도가 섬 귀퉁이를 깎아 내도, 모래가 되어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뿐이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의 마음도 같지 않을까. 서서히 부서져 내릴 뿐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미풍에도 잔잔한 바다가 깨어나듯, 인간의 마음속에 침잠한 것들은 조금만 건드려도 쉽게 부유한다. 애써 외면했던 기억과 상처를 아프게 불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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