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는 곳으로 오늘의 젊은 작가 16
최진영 지음 / 민음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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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진영의 SF(?) 소설

간염병이 창궐했다. 질서도 법칙도 국가도 다 소멸했다. 오로지 더 나은 곳이 있다는 소망으로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난다. 물가란게 의미가 있을까? 한국을 떠나려는 사람들. 한국을 떠나 큰 땅에 가면 어딘가엔 이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있을 것만 같다. 누군가는 안전한 벙커에서 생활을 하고도 있겠지만….

딸 아이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한국을 버리기로 한 류와 단 부부. 아직은 어린 해민을 데리고 러시아로 떠났다.
부모의 죽음으로 말을 잃은 미소를 둘보는 도리.
가까운 곳에 온 친척이 모여살던 지나네는 살아남은 가족들이 모여 함께 떠났다. 모든 가족들은 가족 구성원만으로 떠나야 한다고 했지만, 지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가정 폭력으로 시달리던 건을 늘 보호했던 집에서 자랐기에, 건을 꼭 데리고 떠나야했다. 다행히 지나의 울음은 건과 함께 동행하는 것을 허락하게 만들었다.

목적지가 없는 여정. 일상이 붕괴된 내일을 알 수 없는 땅에서 그들은 계속 움직인다. 어딘가에 안전한 곳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릴 수가 없어서였을까? 러시아에서 같은 한국인을 만났기때문일까? 그들은 이 지옥같은 현실에서도 한국인이기에 눈길을 곁을 내어준다. 그리고 사랑도 시작된다. 그 곁이 안전하다는 보장도 그 사랑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는 현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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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한 끼 한 끼가 소중하다면,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그런 게 지나의 희망일지도 모른다. 국경을 넘거나 벙커를 찾는 것과는 다른 희망. 과거를 떠올리며 불행해하는 대신, 좋아지길 기대하며 없는 희망을 억지로 만들어 내는 대신 지금을 잘 살아 보려는 마음가짐.
불행이 바라는 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 거야. 내가 나를 하찮게여기고 망가트리는 거지. 난 절대 이 재앙을 닮아 가진 않을 거야. 재앙이 원하는 대로 살진 않을 거야.
지나를 닮고 싶었다.
지나처럼 먹고 마시고 걸으려고 했다. 서두르지 안고 천천히, 눈앞의 것을 최대한 보고 느끼고 생각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지나가 아니고, 지나는 고유하고, 우리는 달랐다. 콩을 그릇에 덜어 먹는 방식을 따라할 수는 있어도 지나의 마음까지 흉내 낼 수는 없었다. 나는 조금씩 재양을 닮아 가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을 지나가 눈치챌까 봐 두려웠다.

재앙에 속해 살아남으려는 자와 재앙과 맞서 나를 지켜려는 자. 멀리 떨어져 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지만, 저 속에 빠져 그것의 다름을 판단할 수가 과연 있을까?

도리와 지나는 해가 지는 곳을 찾았을까?

‘됐다’와 ‘될까’를 오가는 기분. 매일의 우리도 그런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중한 것을 ‘언젠가’라는 단어 속에 미루고 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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