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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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치면 덮을 수 없는 소설.
12년만의 백수린 작가의 첫 장편.

모범생인 언니가 아프다고 조퇴를 했다. 처음있는 일이었다. 하필 언니는 처음 조퇴를 시도한 날, 가스 폭발 사고의 피해자로 사망자로 뉴스에 보도되는 희생자가 됐다.
갑작스런 가족 구성원의 상실을 이겨내는 일은 상상 이상이다. 아빠는 부산으로 발령을 엄마는 동생 하나와 나를 데리고 큰이모가 있는 독일의 G시로 유학을 떠났다.
각자 슬픔을 이겨내는 중이라 서로에게 짐이 될 수 없다고 느낀 해미는 잘 지내고 있다는 거짓말을 하지만, 이모에게만큼은 거짓말이 먹히질 않았다. 독일에서 부적응을 감지한 이모는 같은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와서 정착한 마리아 이모의 딸 레나를 소개했다.
레나 덕분에 독일에서 생활을 견디게 된 해미는 레나의 부탁으로 ‘한수’를 만나게 되고, 셋은 한수가 계획하는 일을 함께하기 시작한다.
뇌종양을 앓은 한수의 엄마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아주는 것. 셋은 금요일마다 모여 선자 이모 첫사랑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IMF가 터져 해미의 가족은 갑작스레 다시 아빠가 있는 한국 부산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시 돌아온 한국 생활도 적응이 힘들어 허덕이는 해미는 독일 친구들과의 연결이 즐거움이지만, 선미 이모의 뇌종양 재발로 첫사랑 찾기에 성과가 없는 것이 어쩐지 미안했던 해미는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거짓말은 미안함으로 이어져 친구들의 연락을 피하게 된다.
그렇게 잊고 지냈던 일이 20대 대학 시절 연인으로 이어질듯 이어지지 못했던 우재의 우연한 만남으로 다시 시작된다. 그때 멈췄던 선미 이모의 첫사랑 찾기. K.H를 과연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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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람이 겪는 무례함이나 부당함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물에 녹듯 기억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침전할 뿐이라는 걸 알았고, 침전물이 켜켜이 쌓여 있을 그 마음의 풍경을 상상하면 씁쓸해졌다.

“Alles ist noch unentschieden. Man kann werden, was man will.”
아무것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어.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처한 위치에서 상대를 바라보잖아? 그건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하지만 가끔 그 사람이 나 때문에 느낀 모멸감을 되갚아주기 위해 인적이 드문 새벽 일부러 찾아오 똥을 누구 간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그 똥을 떠올리면 그런 생각이 들어. 아무리 인간에게 한계가 있다 해도, 한 사람이 다른사람에게 그토록 모멸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되었던 게 아닌가 하는.“

”내 삶을 돌아보며 더이상 후회하지 않아. 나는 내 마음이 이끄는 길을 따랐으니까. 그 외롭고 고통스러운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자긍심이 있는 한 내가 겪은 무수한 실패와 좌절마저도 온전한 나의 것이니까. 그렇게 사는 한 우리는 누구나 거룩하고 눈부신 별이라는 걸 나는 이제 알고 있으니까.“

”게으른사람들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걸 배우려고 하는 대신 자기가 아는 단 한가지 색으로 모른는 것까지 똑같이 칠해버리려 하거든.“

- 사람의 마음엔 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결국엔 자꾸자꾸 나아지는 쪽으로 뻗어가?

+ 작가의 다정한 마음이 몇 번이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시는군요.
+ 해미야 손 잡는데 19년 또 기다리면 환갑이랜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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